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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홋카이도 자유여행을 계획하는 분들께 본문

일본 여행|뚜벅이 여행기/9박 10일 홋카이도 뚜벅이 여행(2023)

[에필로그] 홋카이도 자유여행을 계획하는 분들께

조각찾기 2023. 9. 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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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생애 처음으로 홋카이도를 다녀왔습니다.
2023년 6월 30일부터 7월 9일까지, 열흘 여행을 가본 것도 처음이네요.
규슈 여행에서 일주일이 부족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이번 홋카이도 여행은 무조건 저번보다 길게 가자는 생각이었죠. 규슈보다 더 큰 섬이라 열흘은 잡아야 가고 싶은 지역을 다 볼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습니다. 비행시간이 긴 점도 작용했습니다.
 
1월 초. 제주 항공의 찜특가가 열렸습니다. 한 박자 늦어 이벤트 첫날 오후에 찜특가를 알게 됐어요. 부랴부랴 들어갔지만 대부분 다 나간 뒤였지요. 근데 이상하게 신치토세 표는 조금 남아 있더군요. 후쿠오카, 오사카, 도쿄 표가 동난 것과는 대비되는 양상이었습니다. 일단 1월이라 대부분 겨울여행으로 갔거나 1달 안에 갈 예정인 사람이 많아서인지 여름 비행기표는 여유가 있었습니다. 한국인에게 삿포로는 여름보다 겨울이 유명하니까 말이죠. 덕분에 특가표(FLY, 위탁수하물 미포함)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편도 141,000원이었습니다. 요즘 시기에 말도 안 되는 가격이죠. 아쉽게도 평일에 출발해 평일에 돌아오고 싶었지만 그것까진 선택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정해진 6월 30일(금요일)에 떠나 7월 9일(일요일)에 돌아오는 여행. 반년을 남겨두고 열심히 동선을 짜기 시작했습니다. 홋카이도 여행을 계획하는 대부분의 자유여행객들의 고민, 바로 하코다테. 저 역시도 하코다테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제게 주어진 시간은 열흘. 하코다테를 넣기 충분한 일정입니다. 하지만 중간에 노보리베츠와 도야가 있었죠. 하코다테 다음이 아사히카와라 기차를 6시간 타야 하기 때문에 아사히카와에서 충분한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지도 문제였습니다. 노보리베츠나 도야를 당일치기로 가는 방법도 생각해 보고... 아사히카와는 숙박만 하고 비에이에 이틀을 투자할까도 고민했지만... 여행의 안전과 여유를 1순위로 계획을 확정하게 됐습니다. 실행한 계획은 아래와 같습니다.
 


 

① 1일 차 : 노보리베츠 당일치기

 신치토세 3시 도착 비행기라 관광 일정을 아예 잡지 않았습니다. 날씨, 연착, 레일패스 교환 시간, 원하는 기차를 타지 못할 모든 가능성을 생각했습니다. 첫날 노보리베츠에 폭우 수준으로 비가 왔기 때문에 아주 잘한 선택이었습니다. 관광 없는 여행도 좋더군요.
2023.07.17 - [여행 이야기(해외)/9박 10일 홋카이도 뚜벅이 여행(2023)] - 노보리베츠, "혼토니 요캇타데스."
 

② 2일차 : 노보리베츠 지옥계곡과 오유누마강 천연족탕, 도야호

 오전에 노보리베츠 온천을 당일치기로 관광했습니다. 하코다테에서 아사히카와 가는 길에 당일치기하는 방법도 있었습니다만 하코다테에서 아사히카와까지 이동 시간만 6시간이 걸리는데 중간에 기차를 끊어 타고, 심지어 버스 시간까지 맞춰서 갔다가 돌아오고. 잘못하다 기차를 놓칠 수 있는 가능성까지 생각하니 까마득해지더군요. 이후의 일정이 모두 꼬이는 건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이었고요. 하코다테에서 아사히카와까지 한방에 이동하는 게 낫다는 결론이 나왔고, 불꽃놀이까지 고려해 도야를 2일 차에 가게 됐습니다.
2023.07.17 - [여행 이야기(해외)/9박 10일 홋카이도 뚜벅이 여행(2023)] - 노보리베츠, 태평양의 풍경으로 여는 아침
2023.07.18 - [여행 이야기(해외)/9박 10일 홋카이도 뚜벅이 여행(2023)] - 노보리베츠, 등산을 하러 온 건지 지옥 계곡을 보러 온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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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1 - [여행 이야기(해외)/9박 10일 홋카이도 뚜벅이 여행(2023)] - 토야코, 여름 밤의 하나비를 함께 보다.
 

③ 3일 차 : 오누마 국정공원과 하코다테

 오누마 국정공원은 반드시 가야 하는 곳은 아니었습니다. 도야호수의 불꽃놀이, 하코다테의 야경만큼 구미가 당기는 일정이 없었어요. 근데 제가 좋아하는 '골든 카무이'에 오누마 국정공원의 팥+간장 당고가 나와서 들리기로 했습니다. 원래는 여기에서 4시간 이상 보낼 생각이었는데... 2일 차에 몸상태가 심각하게 나빴거든요. 그래서 8시대 호쿠토를 포기하고 10시대 호쿠토를 탔더니 오누마 국정공원에서 2시간 이상 보낼 수가 없었습니다. 하코다테는 고료카쿠 입장시간제한이 있었고요. 결국 누마노야 당고와 야마가와 목장 플랜트만 들렀는데 날씨도 흐려 스쳐가듯 들리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코다테에서 고료카쿠도 여유 있게 볼 수 있었고요.
2023.07.23 - [여행 이야기(해외)/9박 10일 홋카이도 뚜벅이 여행(2023)] - 오누마 코엔, 누마노야 당고와 야마가와 소프트크림
2023.07.23 - [여행 이야기(해외)/9박 10일 홋카이도 뚜벅이 여행(2023)] - 하코다테, 역사의 흔적이 살아 숨 쉬는 곳으로(1)
2023.07.28 - [여행 이야기(해외)/9박 10일 홋카이도 뚜벅이 여행(2023)] - 하코다테, 여행이란 그 도시의 거리를 걷는 것
 

④ 4일 차 : 하코다테

 유노카와 온천은 제 관심사 밖이라 하코다테 항과 모토마치 구역을 돌아다녔습니다. 시간이 애매했지만 다치마치곶도 다녀왔죠. 오전부터 오후 3시까지 하늘이 흐려서 그리 쾌적한 날씨는 아니었습니다. 조금 찐득하고 자외선이 강한 날씨였거든요. 그래도 가는 음식점, 디저트가게마다 맛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하치만자카에서는 저같이 혼자 온 분을 만나서 언덕에 앉아 있는 사진도 찍을 수 있었고요. 4시부턴 날씨가 개서 다치마치곶과 하코다테 야경에선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어요. 아쉬운 점이라면 전날 고료카쿠를 다녀왔는데도 이날 일정이 제법 빡빡했습니다. 첫 하코다테에 다치마치 곶까지 간 건 조금 무리했네요. 그래도 하코다테를 일정에 넣은 건 후회하지 않아요. 2박이라 마음도 편했고, 좋은 가게도 찾았거든요. 다음엔 겨울에 최소 3박 이상 하고 싶네요.
2023.07.28 - [여행 이야기(해외)/9박 10일 홋카이도 뚜벅이 여행(2023)] - 하코다테, 역사의 흔적이 살아 숨 쉬는 곳으로(2)
2023.08.01 - [여행 이야기(해외)/9박 10일 홋카이도 뚜벅이 여행(2023)] - 하코다테, 역사의 흔적이 살아 숨 쉬는 곳으로(3)
 

⑤ 5일 차 : 하코다테> 아사히카와, 아사히카와 시내

 아사히카와는 비에이를 가기 위해 경유하거나 렌터카를 많이 빌리는 지역이죠. 근데 이 도시에서 숙박하는 분은 많지 않더군요. 겨울엔 아사히야마 동물원 때문에 오시는 분들이 종종 계신데 여름은 펭귄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아사히카와에선 한국인 여행객을 만나지도, 보지도 못했습니다. 아사히카와 시내는 역을 나와 걸어서 2km 반경이라 당일치기도 충분합니다. 저처럼 이시카리 강을 건너 주택 지구까지 보는 분이 아니라면 아사히카와에 오후 2시에 도착해도 충분할 겁니다. 공원이랑 미술관 먼저 갔다가 시내를 천천히 걸으면 다 보거든요. 저는 지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아이누 박물관과 북진 기념관을 가기 위해 정오 전에 도착했어요. 이 2곳만 아니었어도 청의 호수나 팜토미타를 다녀왔을 겁니다. 그렇게 다녀와도 재밌었을 거예요. 날씨가 엄청 맑았거든요. 근데 후회는 안 합니다. 묵는 도시의 시내를 안 걸으면 다녀왔다는 느낌이 안 들더라고요.
2023.08.04 - [여행 이야기(해외)/9박 10일 홋카이도 뚜벅이 여행(2023)] - 아사히카와, 홋카이도 제2의 도시에 도착하다.(1)
2023.08.10 - [여행 이야기(해외)/9박 10일 홋카이도 뚜벅이 여행(2023)] - 아사히카와, 홋카이도 제2의 도시에 도착하다.(2)
 

⑥ 6일 차 : 후라노, 비에이

 후라노...라고 하기엔 조금 애매하려나요? 정확히는 나카후라노 역에서 내려 팜토미타만 들린 것이니 말이죠. 그래도 행정구역상 후라노에 들어가긴 하니 후라노라고 하겠습니다. 아사히카와에서 후라노선으로 50분을 달려 나카후라노역에 하차. 팜토미타까지 걸어 토미타를 1시간 구경하고 임시역인 라벤더바타케 역에서 노롯코 열차를 타고 비에이로 갔습니다. 비에이도 어느 역에서 내릴지 기차에서 엄~청 고민했습니다. 결국 카미후라노, 비바우시, 비에이 3개의 선택지에서 비바우시를 골랐네요. 사계채의 언덕을 반드시 보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 비바우시 역 주변에 자전거로 코스를 짜기 좋은 장소가 적당한 거리를 두고 모여있었거든요. 비바우시역 1분 거리의 렌탈샵에서 전동자전거를 4시간 빌려 4개의 장소를 돌았습니다. 이 4시간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에요.
2023.08.12 - [여행 이야기(해외)/9박 10일 홋카이도 뚜벅이 여행(2023)] - 여름의 후라노, 라벤더 물결과 노롯코 열차
2023.08.15 - [여행 이야기(해외)/9박 10일 홋카이도 뚜벅이 여행(2023)] - 여름의 비에이, 밀밭 구릉을 계속 달리고 싶다.
 

⑦ 7일 차 : 오타루

 오타루는 관광객이 많은 마을이라 썩 끌리진 않았지만 첫 북해도 여행이니 넣고 싶었습니다. 눈으로 어떤 곳인지, 제 취향에 맞는지 판단하고 나면 두 번째 북해도 여행 때 과감히 생략할 수 있으니까요. 골든 카무이가 완결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애정이 클 때 다녀오고 싶었던 점도 있었고요. 아사히카와에서 라일락을 타면 오타루에 정오에 도착할 수 있는 방법도 있었는데요. 제가 철덕인지라 오호츠크 특급을 타보고 싶었어요. 오호츠크 첫차가 10시대라 삿포로에 도착하니 11시. 배고파 점심까지 먹고 나니 오타루 일정이 많이 미뤄졌네요. 결국 오타루엔 3시에 도착해 8시 기차(하코다테 본선)로 삿포로에 돌아왔습니다.
2023.08.16 - [여행 이야기(해외)/9박 10일 홋카이도 뚜벅이 여행(2023)] - 오타루, 454번 국도를 따라서 바다 냄새를 맡다.
2023.08.24 - [여행 이야기(해외)/9박 10일 홋카이도 뚜벅이 여행(2023)] - 오타루, 하늘을 수놓은 무지개와 딸랑딸랑 유리종 소리
 

⑧ 8일 차 : 삿포로(홋카이도 대학교 + 에스콘 빌리지)

 제 숙소가 홋카이도 대학교 남문에서 도보 5분 거리라 오전에 캠퍼스를 구경했습니다. 대학교 박물관은 30분~1시간이면 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크더라고요. 관람에 2시간을 썼네요. (저는 다른 사람보다 느긋히 구경하는 편이라 어딜 가든 시간이 오래 걸려요. 참고 바랍니다.) 오도리공원에서 수프카레를 먹으니 오후 3시. 에스콘 빌리지까지 편도 1시간이라 바로 출발했습니다. 반대로 가는 JR을 타는 바람에 1시간을 늦게 도착해 5시 투어를 간신히 맞췄네요. 그래도 절대 후회 안 합니다. 야구팬이라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경기 없는 날이면 꼭 투어 신청해 보세요. 평일은 주말보다 투어 비용이 싸서 좋아요.
2023.08.26 - [여행 이야기(해외)/9박 10일 홋카이도 뚜벅이 여행(2023)] - 삿포로, 홋카이도 대학의 녹음을 걷다.
2023.08.27 - [여행 이야기(해외)/9박 10일 홋카이도 뚜벅이 여행(2023)] - 삿포로, 야구 팬이라면 닛혼햄 파이터스의 신 돔구장으로!
 

⑨ 9일 차 : 삿포로(북해도 박물관 + 북해도 개척촌)

 이번 여행에서 실수(?)가 있다면 기타히로시마 근처인 에스콘 빌리지와 북해도 박물관을 한 날에 묶어서 가지 않은 것이겠네요. 충분히 봤으니 굳이 실수라고 할만한 일은 아니지만 교통비나 시간 측면에서 더 비용이 소요된 것은 맞으니까요. 원래 9일 차는 시로이 코이비토 파크와 삿포로 맥주 박물관을 갈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제 취향에 시로이 코이비토 파크는 반드시 가야 하는 곳은 아니란 생각이 들어서 8일 차 밤에 과감하게 날렸고, 맥주 박물관은 개척촌에서 돌아오는 길에 가려고 했어요. 근데 아침에 늦잠을 자서 일정 시작이 늦고, 박물관 쪽엔 제대로 밥을 먹을 수 있는 곳도 없어서 발걸음에 힘이 없었습니다. 여행 마지막인 점도 작용했고요. 북해도 박물관이랑 개척촌 규모가 제 예상보다 훨씬 컸어요. 실제로 가보니 두 장소를 하루에 다 보려면 하루 낮을 다 몰빵 해야 했습니다. 결국 오후 3시에 맥주 박물관을 포기하고 그냥 폐장시간까지 볼 수 있는 만큼 보기로 했습니다. 삿포로 클래식을 좋아했다면 개척촌에서 일찍 나왔겠지만 다행히(?) 삿포로 클래식은 제 스타일이 아닌지라... 그래서 포기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삿포로는 언젠가 다시 갈 도시니 딱히 미련은 없습니다. 평일에 가고 싶었는데 오히려 잘 된 것 같기도 해요.
2023.09.02 - [여행 이야기(해외)/9박 10일 홋카이도 뚜벅이 여행(2023)] - 삿포로, 역사의 흔적이 살아 숨 쉬는 곳으로
2023.09.03 - [여행 이야기(해외)/9박 10일 홋카이도 뚜벅이 여행(2023)] - 삿포로, 오도리 고엔에서 마지막 밤을 마시다.
 

⑩ 10일 차 : 일정 없음. 일어나자마자 신치토세 공항 > 비행 > 인천공항 > 집

 오전 5시에 일어나면 홋카이도 신궁에 갈 수 있었습니다. 근데 지하철에 노면전차까지 타기 너무 귀찮았고, 열흘 차라 어서 집에 가고 싶었습니다. 사실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은 하코다테에서부터 했어요. 이상하게 이번 여행은 규슈 때만큼 의욕이 안 나더라고요. 많이 무기력한 상태였습니다. 버스와 기차시간에 쫓겨서 일정에 잡아먹히는 느낌도 힘들었습니다. 중간에 여행의 불씨를 살려준 것이 비에이의 풍경이었죠. 비에이를 가지 않았다면 여행기를 쓸 의욕이 안 났을 거예요. 아무튼 욕심도 체력도 바닥났기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짐을 싸고 게하를 나왔습니다. 쾌속 에어포트로 신치토세 공항 도착, 국내선에서 밥 먹고 국제선 가서 티켓 출력하고 수하물 부치고... 비행기 타고 인천 도착하니 리무진 버스 시간까지 30분도 안 남아서 집에 못 갈 뻔했네요. 돌아올 때 비행기 연착이 될 줄이야. 이번 여행은 비행기 연착으로 애타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집에 잘 돌아왔습니다.
2023.09.03 - [여행 이야기(해외)/9박 10일 홋카이도 뚜벅이 여행(2023)] - 열흘 여행의 마지막 날, 그리웠던 집으로
 


 
홋카이도 자유여행을 계획하는 분들. 홋카이도 섬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교통편을 몰라서, 항상 도심 여행이나 패키지여행만 해와서 막막한 분들이 많다는 걸 이번 여행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계획을 치밀하게 짜고, 사전 조사도 열심히 했는데 막상 가보니 공부가 부족했던 부분이 너무 많았죠. 그래서 제가 어떤 생각을 하며 계획을 짰는지, 어떤 생각을 하며 여행을 다녔는지에 대한 내용으로 에필로그를 써 봤습니다. 
 
우리나라는 휴가가 매우 짧습니다. 사실 너무 짧아서 휴가라고 하기도 민망하죠. 이 소중한 시간을 최대한 모아서 5박 이상의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에게 드넓은 자연의 섬 홋카이도는 정말 매력적인 꿈의 여행지일 것입니다. 하지만 홋카이도 여행은 노보리베츠, 오타루, 아사히카와를 벗어나면 이동 시간이 확 길어집니다. 물리적인 거리와 교통편을 반드시 고려하셔야 해요.
 
우리는 즐거운 여행을 하기 위해 떠나는 것이지 업무처럼 시간과 육체의 한계에 잡아먹히려고 가는 것이 아닙니다. 나의 체력, 시간, 취향, 지식을 고려해서 지금 내 깜냥에서 가장 행복하게 즐길 수 있는 여행을 가면 됩니다. 하루 24시간은 불변의 법칙이니까요. 우리의 욕심과 기대가 24시간을 벗어나더라도 우리는 24시간 안에, 해가 떠 있는 시간에 여행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잠을 자야 다음 날 일정을 소화할 수 있고요.
 
마음은 무한하지만 그것에 비해 우리가 여행에 쌓아 올린 시간은 턱없이 적죠. 그래서 첫 여행은 욕심에 무리한 일정을 짜고, 안 된다는 걸 알고 일정을 갈아엎기도 하는 것입니다. 처음엔 당연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쌓이면 전에는 손바닥만큼 필요했던 노력이 동전만 한 노력만으로 수월하게 진행되고, 이렇게 편해도 되나? 생각하느라 힘들어하지 않아도 되나? 나 너무 얹혀가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경험과 시간을 도구로 편안히 나아가게 됩니다. 그때는 과거의 기대와 욕망, 열정이 그리워지기도 할 테고요.
 
그러니 지금 홋카이도로 자유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이라면 조금 마음을 편안히 하셔도 됩니다. 서툴러도 좋고, 계획한 거 다 못 봐도, 다 못 먹어도 괜찮아요. 지금 할 수 있는 만큼, 지금 볼 수 있는 만큼 즐기면 됩니다. 이후엔 시간과 경험이 해결해 줄 테니까요.
 
저도 아직 나이가 어리고 해외여행 경험도 손에 꼽지만, 그래도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 여행을 매년 하면서 매번 성장하는 저를 발견합니다. 시간과 경험이 축적되는 것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동행인을 데리고 다닐 여유도 생겼습니다. 
 
물론 모두가 저처럼 혼자 여행을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친구나 동료, 배우자나 애인, 부모님이나 자녀분들을 데리고 다니는 입장의 분도 계시지요. 그렇다면 더욱 여유 있게 여행을 짜세요. 경험이 없는데 여유가 없는 건 당연한 겁니다. 경험이 좀 더 있다고 해서 다 배려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지요. 우리는 쉽게 충전되는 전자기기도, 타인만을 위한 도구도 아니니까요. 부족한 현 상태를 인정하고 지금 할 수 있는 여행을 하시면 됩니다. 동행인 분에게도 꼭 미리 말씀하시고요. 누군가와 함께하는 여행의 1순위는 함께 추억 쌓기입니다. 여행하러 가는 거지 일하러 가는 게 아니에요!
 
이 글이 북해도로 떠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마칩니다:) 혹시 궁금한 점이 있으면 댓글 달아주세요. 마지막으로 홋카이도 여행기를 봐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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