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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 이야기/9박 10일 홋카이도 뚜벅이 여행(2023)

하코다테, 여행이란 그 도시의 거리를 걷는 것

by 조각찾기 2023.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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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료카쿠 바로 앞의 아지사이라멘 본점.

유명한 시오라멘을 먹으러 왔다.

 

자판기로 주문이 가능하다. 카드 결제를 이용할 경우 점원 분께 말씀드리면 된다.

 

구석 자리로 안내받았다. 바로 앞에 고료카쿠 타워가 보이는 명당이다.
프리미엄 시오 라멘. 950엔. 국물을 먼저 먹어보자!
완식!

나는 기본 시오라멘에서 김과 차슈가 들어간 프리미엄 시오 라멘을 주문했다. 짜다는 리뷰가 많아 걱정했는데 너무 맛있었다. 돈코츠파인 나의 라멘 취향을 조금 흔들었달까. 돈코츠가 아닌 라멘(시오, 쇼유, 미소 등)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왜 많은지, 왜 다양한 라멘이 개발되고 사랑받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기에 아지사이의 라멘이 너무 짜다거나, 별로라는 분도 많을 거다. 하지만 분명 아지사이가 맛있다는 분도 많을 테고. 이렇다 저렇다 하기 전에 일단 먹어보자. 한 번도 안 먹어보셨다면 일단 드셔보라고 권하고 싶다. 먹은 후에 평가해도 늦지 않다.

 

럭키피에로 고료카쿠점. 하코다테에 총 17개의 점포가 있다고 한다. 

 

전차를 타러 돌아가는 길. 노을이 멋지다.

확실히 남쪽(하코다테야마 부근)보다 북쪽이 북적북적하다. 이쪽이 시내라는 느낌.

 

 하코다테 노면전차 기본요금은 대인 기준 210엔. 거리에 비례하여 20엔씩 추가된다.

 

노면 전차를 타고 주지가이 역에 도착했다. 시오라멘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갑자기 양고기가 당기는 걸 어쩌나.

 

 징기즈칸집 'lidaya'에 도착했다. 웨이팅 줄이 없어서 들어갔는데 반은 빈자리였는데도 예약이 꽉 차서 손님을 받을 수 없다고 한다. 예약 없이 가기 어렵다는 리뷰를 많이 봤지만 이렇게 바로 거절당할 줄이야... 너무 아쉬웠다.

 흠... 이대로 돌아가긴 아쉬운데. 그러고 보니 이 근처에 럭키삐에로가 있었던 것 같다. 대신 가볼까?

 

3분을 걸어 럭키삐에로에 도착했다. 3층 건물을 통째로 쓰고 있었다.

 

 대표메뉴인 차이니즈 치킨 버거 세트를 주문했다. 첫 방문이라 어떤 맛인지 보려고 세트를 주문한 건데 계속 단품도 있다고 알려주신다. 괜찮습니다. 다 먹어볼 거라서요!

 계산을 마치면 숫자가 적힌 종이를 주시는데 이 종이는 버리지 말고 가지고 있어야 한다. 2층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으면 직접 가져다주신다. 이때 번호를 확인하신다.

 

내가 간 럭키삐에로는 주지가이 긴자 브런치점으로 산타 테마의 매장이다. 럭키 피에로는 하코다테에 총 17개의 매장이 있고, 총 10개의 테마가 있다. 각 가게마다 각기 다른 테마를 만날 수 있는 점이 매력이다. 이곳이 산타 컨셉인지는 모르고 들어왔는데 제비 뽑기가 아주 만족스러웠다. 여름에 산타 컨셉 매장에서 치킨 버거를 먹는 상황이 웃기기도 했지만, 뭐 어떤가. 엉뚱해서 더 재밌다.

 300엔을 내면 멤버십(서커스단)에 가입할 수 있는데 등급이 승격할수록 할인율이 높아진다고 한다. 단, 포인트(광대)의 유효기간이 1년이므로 현지인이 아니면 굳이 가입할 필요가 없다. 해피데이(할인데이)가 있는데 이건 단원이 아니어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 같다. 혹시 숙소나 들린 관광지 근처의 지점에서 할인을 하고 있다면 이용해 보시길. (https://luckypierrot.jp/discount/)

 

 주문하고 10~15분이 지나 음식이 나왔다. 차이니즈 치킨 버거는 땅콩기름으로 번을 튀긴 건지 빵에서 고소한 견과류 냄새가 났다. 안에는 간장맛 치킨과 양상추, 마요네즈가 전부. 속재료는 모두 예상할 수 있는 맛이다. 빵도 바삭해서 좋긴 했지만 난 햄버거의 빵보다 속재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라 평범하게 느껴졌다. 평범하게 맛있는 맛. 한국인을 만족시키기엔 임팩트가 부족하달까. 내 기준엔 맘터의 싸이버거가 압승이다.

 감자튀김이 별 기대 없이 먹어서 그런가 생각보다 괜찮았다. 치즈도 많이 들어있고, 양도 많다. 특히 빨리 식거나 굳지 않는 점이 좋았다. 그리고 우롱차가 햄버거, 감튀와 정말 잘 어울리더라. 평소에도 우롱차를 좋아해서 집에서 자주 끓여 마시는데 다음엔 맘스터치 포장을 해서 우롱차와 먹어봐야겠다.

 

우와, 라멘과 햄버거 세트를 연달아 먹었더니 배가 터질 것 같다... 이대로 전차를 타고 숙소에 돌아가면 소화가 안 돼 잠을 못 잘 것 같았다. 경비도 아끼고 소화도 시킬 겸 숙소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숙소까지 1.6km. 천천히 걸어가면 25분 정도니 걸을만하다. 좋지 않은 몸 상태는 여전했지만 그래도 밥을 먹으니 훨씬 나았다.

 

 하코다테의 고요한 밤. 어찌나 사람이 없는지 차도 한가운데를 달리는 자전거가 있을 정도였다.(원래 이러면 안 된다. 사이드로 달려야 한다. 텐션이 높아 술을 마신 분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30분 동안 걷는데 나처럼 걷는 사람을 한 명도 못 봤다.

 

저 끝이 온천으로 유명한 유노카와초. 이번 여행에서 유노카와는 가지 않았다.

넓은 도로를 따라 걷다가 문뜩 해안가가 궁금해졌다. 숙소 주변의 오모리 해안을 들렀다가면 좋을 것 같아 일찌감치 해안길로 들어왔다. 정비된 도로를 생각했는데 웬걸. 길은 흙과 자갈, 무성한 풀로 가득했다. 차는커녕 자전거도 다니기 힘들다. 

 

참 별거 없는데도 이날 밤의 기억이 생생하다. 하코다테의 진짜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파도 소리와 바다 냄새. 어두운 하늘과 간간히 어둠을 밝히는 등대. 화려하진 않지만 은은하게 빛나는, 누군가가 살고 있다는 불빛.

 

 오모리 해안을 찍고 다시 길을 틀어 숙소로 간다. 도시 곳곳에 있는 고료카쿠 맨홀도 한 장 찰칵.

 

 웰컴 드링크티 시간이 조금 남아 1층에 들렸다. 놀랍게도 위스키, 일본주가 있었다. 자판기 술맛도 궁금하지만 몸상태가 좋지 않아 머루에이드를 뽑았다. 다음날 위스키를 마셔 봤는데 자판기 술치곤 꽤 괜찮았으나 머루 에이드를 더 추천한다. 머루 에이드가 정말 맛있다.

 

씻고 침대에 누웠다. 창밖엔 구름과 주택들뿐이다.

 

오늘은 정말 별거 없는 일정이었다. 오누마 코엔과 고료카쿠가 전부. 하지만 하코다테의 거리를 직접 걸으면서 '아, 하코다테는 이런 도시구나.'라는 걸 느꼈다.

 

여행은 무엇일까? 유명한 관광지를 가고, 유명한 음식을 먹는 것. 가장 기본적인 여행의 룰이다. 오늘 나의 여행도 그러했고, 앞으로도 관광지와 식도락은 빠질 수 없겠지. 하지만 여행의 핵심은 '그 지역의 거리를 걷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걸을 때 느꼈던 온도, 공기, 냄새, 분위기. 그런 것들이야말로 내가 그 도시를 다녀갔다는 증거가 아닐까. 그런 면에서 오늘 여행은 9박 일정 중 가장 단출했지만 가장 여행다운 날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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