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삿포로 역에서 도자이 선을 타고 버스센터마에 역에 도착했다.
양식 맛슈조(洋食マーシュ亭)라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기 위해서다.
순식간에 삿포로 도심. 대중교통은 참으로 편리하구나.
오픈 시간에 맞추어 도착했는데 줄이 없다. 이상하다, 인기집이라 웨이팅이 없을 리가 없는데... 아뿔싸. 금일 재고 소진으로 저녁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상업 지구인지 주변에 음식점도 별로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오도리 공원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여기 말고 따로 알아본 양식집이 있다. 거기라면 열지 않았을까?
15분을 걸어 음식점 근처에 도착했다. 신양식 카주(新洋食 KAZU)라는 이름의 가게다.
이 건물 지하 1층에 있다.
도착. 웨이팅 줄이 없었다. 또다시 불안감이 밀려왔다. 역시나 여기도 손님을 받질 않는다. 금일 저녁은 예약 손님만 받는다고...
도저히 안 되겠다. 새로운 가게를 검색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아, 바로 맞은편의 돈가스집으로 들어갔다. 지나가면서 보니 괜찮은 집이란 느낌이 팍 와서 카주가 닫으면 여기를 올 생각이었다. 진짜 오게 될 줄은 몰랐지만...
등심 돈가스를 주문했다. 가격 1500엔(세금 포함 1650엔). 외국인 손님도 많이 찾는지 외국어 메뉴판이 있었다. 돈가스가 부드럽고 맛있었다. 끝에 지방이 있는 스타일이라 마지막에 조금 느끼하긴 했지만 배가 부르니 기분이 좋았다. 함께 나온 돈지루도 맛있었고.
식사를 마치니 저녁 7시 10분. 8시까지 하는 키노토야를 들리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과일 오믈렛과 소프트 컵을 주문했다. 야마가와 목장플랜트에서 인생 아이스크림을 경험한 탓일까. 그렇게 맛있다는 키노토야의 아이스크림이 평범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맛있는 아이스크림임에는 분명했다. 과일 오믈렛도 준수했다. 롯카테이는 다음 여행의 즐거움을 위해 아껴두기로.
삿포로 시계탑에 도착했다. 시간이 늦어 관람은 하지 못했지만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공사 중인 홋카이도의 모습. 붙여놓은 그림이 참 재치 있다. 공사 중에만 볼 수 있는 풍경. 밤에 와도 운치 있었다.
청사 맞은 편에 있는 짐빔 하이볼 행사장으로 들어왔다. 어제 지나가면서 봤는데 오늘은 마침 공연을 하고 있었다. 노래 잘하시더라. 목소리도 좋고, 입담도 좋으셔서 나중에 따로 노래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을 잊지 않도록 가수분의 사진 한 장. 最後の夜を楽しませてくれてありがとう。
분위기에 취해 짐빔 하이볼을 마시고 싶은 욕구를 몇 번이고 인내했다. 손에 짐을 늘리기엔 갈 길이 바빴으니.
모이와야마 전망대는 못 갔지만 대신 JR 타워의 38 전망대에 왔다. 가격도 전망대치고 저렴하다. 740엔. 폐장까지 1시간 여유가 있었지만 입장 시간제한은 있을 테니 9시에 맞추어 왔다. 구경하고 내려오니 9시 30분에 온 한국인 손님들이 들어오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느긋히 야경을 보고, 몇 바퀴 전망대를 돌며 사진을 찍었다. 아름다운 야경을 좋아해 여행을 할 때면 유명한 야경 스팟이 있는지 항상 확인한다. 어둠을 밝히는 도심의 빛을 보면 여행의 시간이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특히 야경은 여행 마지막에 오면 추억을 더 반짝거리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30분을 머무르니 충분히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내려가도 괜찮다.
출입구로 돌아와 삿포로역 모형도 구경하고...
이번 여행에서 아직 가지 못한 스스키노. 여기까지 왔는데 니카상은 봐야지.
스스키노에 도착, 많은 사람이 타고 내린다.
스스키노의 상징인 니카상. 기린 맥주를 드시고 계시다니, 뭘 좀 아는 분이다.
스스키노는 말 그대로 젊음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여기가 홍대인지 삿포로인지 구분이 안 간다. 술에 취한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거리를 쏘다닌다. 일본 3대 환락가(도쿄 신주쿠의 가부키쵸, 후쿠오카 나카스, 홋카이도 스스키노)라 불리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의도하진 않았으나 이제 일본의 3대 환락가를 다 가본 것이 됐다.
스스키노까지 왔으니 삿포로의 미소라멘은 먹어줘야지 싶어 고죠겐에 왔다. 신겐은 줄이 길 것이 뻔하고... 에비소바 이치겐은 새우맛이 강할 것 같았다. 처음이니 진한 미소라멘을 먹어보고 싶어 선택한 고죠겐이다. 내 앞에 5~6명이라 15분 정도 기다리니 들어갈 수 있었다. 내부에선 3분 정도 더 기다렸다. 결제는 자판기로 가능하다. 미소라멘과 차슈 오니기리를 주문했다.
우와, 양이 엄청나다. 국물만 봐도 농후해 보이는 것이 어떤 맛일지 궁금하다.
먼저 국물 한 입. 와, 난이도가 높다. 이거... 어지간히 일본 라멘을 좋아하지 않고는 먹기 힘들겠다. 나처럼 하카타 라멘의 담백한 맛이 취향인 분이라면 더더욱... 꾸리꾸리한 냄새가 미소와 만나 강한 자기주장을 한다. 그리고 매우 짭짤하다. 물을 넣어 먹으면 되는데 그 생각을 못 했다. 차슈 오니기리도 양이 제법이다. 하지만 녀석도 차슈에서 강한 냄새가 나서 느끼한 걸 못 먹는 사람에겐 어려울지도. 음식을 남기기 너무 죄송해서 열심히 먹었지만 완식 하기엔 힘든 녀석들이었다. 결국 반을 남기고 나왔다. 사장님, 죄송합니다...
가게를 나와 찍은 사진. 웨이팅 줄은 아까와 비슷했다.
지나가다가 엄청난 인파의 집이 있길래... 설마 신겐? 하고 보니 역시 맞다. 1시간 반은 족히 기다려야 할 것 같은데... 난 그렇게는 못 기다린다. 시간도, 체력도 남아있지 않았다. 신겐은 다음 기회로.
소화할 겸 오도리 공원까지 천천히 걸어간다. 중간에 사고가 났는지 경찰차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니카상을 한 번 더 보고.
기린 캔맥주를 사서 오도리 공원에 왔다. 어제 오도리 공원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여행의 마지막을 꼭 이곳에서 보내고 싶었다. 기온 20도 초반. 덥지도 춥지도 않은 시원한 공원에 앉아, 조용함에 취해 맥주를 즐긴다. 삿포로 TV 타워를 보며 마시니 낭만이 배가 된다. 정말 좋았다.
11시 59분에서 0시가 되니 TV타워의 불이 꺼졌다. 그렇게 길었던 첫 홋카이도 여행의 마지막 밤도 추억이 된다.
돌아가는 길. 이 순간만큼은 맥주로 달아오른 기분과 좋아하는 음악에 몸을 맡긴다. 나답지 않게 조금 취했다.
게스트하우스에 도착, 밥도 못 먹고, 발에 잡힌 물집은 커졌지만, 그래도 참 좋았어.
아무 일 없이 평안한 여행을 하게 해 주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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