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 여행 이야기/9박 10일 홋카이도 뚜벅이 여행(2023)

아사히카와, 홋카이도 제2의 도시에 도착하다.(1)

by 조각찾기 2023. 8. 4.
반응형

하코다테의 밤이 저문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부지런한 해님은 금방 일어나 내 잠을 깨웠다.
새벽 3시 반에 알람 소리를 들었지만 쿨쿨 자버린 탓에... 5초면 볼 수 있는 접근성 최고(?)의 창문 해돋이를 놓쳐버렸다.
그러고 보니 겨울 해돋이조차 한 번 본 적 없는 내게 여름 홋카이도의 해돋이는 너무 난도가 높았을지도 모른다.
 

아침 4시 30분. 충분히 환하다!
 

체크아웃 박스에 키를 넣어두고 떠난다. 이른 시간이라 홀에는 나뿐이었다.
 

어젯밤에 들린 세이코마트로! 핫셰프 코너에 당일 만든 오니기리나 가츠동이 있다면 하나 사려고 한다.
 

(좌) 역 앞에 버스 스테이션이 있었다. 다음엔 버스를 이용해 볼까?

5시 30분은 너무 일렀는지 핫셰프 코너가 텅텅 비어있었다. 하코다테 역내 세븐일레븐이 아침 5시 45분부터 영업한다는 것을 미리 알아두었기 때문에 세븐에서 아침거리를 사기로 했다.
 

(우) 문을 연 세븐일레븐이 보인다. 벤또를 파는 가게는 6시에 영업시작이었는데 정확히 6시에 여나보다. 에키벤을 사실 분은 참가하시길!

잘 있어라 하코다테! 2030년에 삿포로까지 신칸센이 개통하면 JR 전국 패스로 다시 오리!
 

이번 여행에서 마지막으로 타는 호쿠토. 삿포로까지 잘 부탁합니다:)
 

이번에는 바다가 아닌 산 쪽 창가 자리를 예약했다. 덕분에 눈이 부시지 않아 좋았다. 아침은 세븐일레븐에서 산 주먹밥과 유부초밥. 주먹밥은 후추향이 진해서 좋았지만 너무 짰다. 어떻게든 다 먹으려 노력했지만 도저히 다 못 먹겠어서 남겼다. 유부초밥은 우리가 아는 유부초밥 맛이지만 편의점 상품이라고 믿기지 않는 퀄리티와 촉촉함! 냄새도 심하지 않아서 열차에서 먹기 좋았다.
 

처음 1시간 반은 자느라 의식이 없었다... 밥을 먹고나서야 서서히 떠지는 눈.(기차에서 이렇게 많이 잘 줄 알았다면 아침에 일출을 볼 걸 그랬다.ㅋㅋ)
열차에서 우연히 본 닛혼햄 파이터즈의 신구장, 에스콘 필드. 3일 후 방문 예정이었는데 이렇게 미리 보게 될 줄이야.

하코다테에서 삿포로까지 기차로 3시간 40분이지만 체감상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자고, 식사하고, 창 밖 풍경 좀 봐주니 금방 시간이 간다. 충분한 휴식을 위해 기차 장거리 이동은 여행 중간에 하나쯤 넣어주는 게 좋다.(지난 북규슈 여행에서 배운 교훈이다.)
 

10분 뒤에 아사히카와행 라일락을 타야 해서 환승 플랫폼을 찾았는데 바로 옆 플랫폼이었다. 환승 10초 컷. 작년에 다케오 온센에서 릴레이 카모메 → 니시규슈 신칸센 환승할 때가 생각났다. 아사히카와행 기차를 타려는 사람이 어찌나 많던지. 아사히카와를 갈 때는 꼭 지정석을 예매하길 추천한다. 
 

테이블에 가방을 놓고 가방을 베개 삼아... 2시간을 쭉 잤다. 유럽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우리나라나 일본은 그런 면에서 참 좋은 나라다.
 

특급 라일락

아사히카와 역에 도착했다. 규슈의 쿠루메 역이 생각나는 플랫폼이었다.
 특급 라일락의 이름은 삿포로의 상징나무인 라일락에서 따왔다고 한다. 2007~2017년은 L특급 슈퍼 카무이로 운영되었다가 2017년에 다시 라일락이란 이름을 달고 운영 중이다. 즉, 다시 라일락이 된 지 6년밖에 되지 않은 것. 그 사이에 코로나가 있었음을 감안하면 라일락 특급을 한 번도 타지 못한 분들도 많을 것이다. 1호차와 6호차의 앞부분만 녹색으로 디자인을 입혔다. 라일락 그림과 글자 덕분에 왠지 더 산뜻해 보인다.
 일본의 기차는 참 재밌다. 유명한 관광 특급 열차는 단순한 이동을 넘어 여행의 테마가 된다. 홋카이도는 계절 한정 특급 열차가 몇 개 있어서 철덕이라면 놓칠 수 없는 여행지다. 증기기관차와 디젤기관차를 모두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계절 디자인의 귀여운 로컬선도 보인다. 후라노 선 열차인 것 같다.
 아사히카와는 홋카이도의 여러 특급 열차의 기점/종점, 정차역이다. 다른 도시를 잇는다는 측면에서는 삿포로보다 훨씬 중요한 역일지도. 특급 열차로는 최북단인 왓카나이(특급 소야, 특급 사로베츠), 유빙과 감옥으로 유명한 아바시리(특급 오호츠크, 특급 타이세츠), 석양과 습원이 유명한 오비히로와 구시로(특급 토카치, 특급 오조라), 6~9월에만 삿포로-후라노를 오가는 관광 열차(후라노 라벤더 익스프레스), 시즌 한정 노롯코열차(후라노 비에이 노롯코열차)가 있다. 로컬 라인으로는 후라노 선, 하코다테 본선, 소야 본선, 세키호쿠 본선을 운영한다.
 JR 홋카이도는 경영 적자 속에서도 여러 특급 열차, 관광 열차를 운영하고 있다. 하루 왕복 횟수가 정해져 있지만 시간을 잘 맞추어 특급, 관광 열차를 타보자! 
 

아사히카와 역에 도착했다. 깔끔한 역 내부와 외부가 매우 인상적이다. 복작복작한 삿포로 역보다 훨씬 마음에 들었다.
 

아사히카와 역은 설계가 매우 직관적이다. 홋카이도 초행 여행객이라면 삿포로 역보다 아사히카와 역이 훨씬 다니기 좋을 것이다. JR 인포메이션 센터도 찾기 쉽고, 바로 옆에 에키벤과 소바 파는 곳도 있다. 코인 락커는 수요를 충족할 만큼 충분히 마련되어 있었으며 누구나 잠시 쉬어 갈 수 있도록 마련된 넓은 테이블과 창문 옆에 일렬로 늘어져 있는 긴 의자에서도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북규슈, 홋카이도 서부, 도쿄밖에 가 보지 않은 나지만 내가 가본 기차역 중 가장 편안했고, 쾌적했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작렬하는 태양빛... 이날 날씨가 엄청 뜨거웠다!

멀리서 바라본 아사히카와역. 1898년 7월에 개업한 아사히카와 역은 2011년 11월에 유리궁전 고가 역사로 새로이 태어났다. 역 앞의 광장이 매우 넓다. 광장 끝에서 끝까지 걷는데만 2~3분은 걸린다.
 

역을 나와 쭉 걸으면 큰 횡단보도가 나온다. 이렇게 폭이 넓은 횡단보도와 메인거리가 교차하며 1.5km가량 이어져 있는데 이곳이 아사히카와의 시내다. 이 구역 안에 아사히카와의 호텔들이 모여 있어 여행객이라면 자연스럽게 역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인도가 메인인 길을 벗어나 옆으로 빠지면 상점, 회사, 관공서 건물이 늘어서 있다. 삿포로처럼 블록 구간으로 나뉜 계획도시의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도심과 교외 지역 모두 땅을 엄청 넓게 쓰는 느낌이랄까. 아사히카와 역 주변을 벗어나 구경하려면 도보로는 어렵고(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버스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편이 좋아 보였다. 실제로, 아사히카와에서는 유독 자전거를 이용하는 현지인을 많이 볼 수 있었고, 얼마나 자전거를 많이 이용하는지 자전거 주차 구역이 곳곳에 따로 마련되어 있을 정도. 인도에 무차별적으로 자전거를 세우는 것을 막기 위해 "이곳에서는 자전거를 주차할 수 없습니다."라고 쓰여 있는 표지판도 많이 세워져 있었다.
 

하코다테에서 6시 2분 기차를 탄 덕분에 아사히카와에 12시가 되기 전 도착할 수 있었다. 점심을 먹기 딱 좋은 시간. 역 근처에 3개의 라멘 집을 미리 알아두었다. 구글 리뷰가 많은 순서대로 라멘 산토카, 텐킨, 아오바 혼텐.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 날이 더워 가장 가까운 산토카에 왔다. 산토카는 전 세계에 지점이 많아 아사히카와가 아니더라도 갈 수 있지만 이왕 왔으니 본점을 가보기로 했다. 웨이팅이 있다는 리뷰가 많았는데 내가 찾은 날은 평일이라 그런지 줄이 하나도 없었다.
 

 가장 안쪽 자리로 안내받았다. 대표 메뉴인 시오 라멘을 시켰다. 오니기리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 달라는 손님 반, 괜찮다는 손님 반. 원하는 대로 선택하면 된다. 나는 첫 방문이라 맛을 보기로 했다.
 같은 홋카이도의 시오 라멘이라도 하코다테의 라멘과는 많이 달랐다. 아사히카와는 홋카이도의 도시 중에서도 추운 도시로 유명하다. 얼마나 춥냐면 1902년 1월 25일에 영하 41도를 기록한 적이 있는데 이는 일본 공식 최저 기온이다. 겨울만 추운 게 아니다. 여름 역시 매우 뜨거운 도시로 2021년 8월 7일엔 최고 기온 37.9도를 기록했다. 여름이 뜨겁지만 겨울이 훨씬 길고 추우므로 기름기 있는 음식이 주가 되었고, 아사히카와의 라멘 역시 기름기가 많다는 특징을 띠게 되었다. 라멘 산토카의 라멘은 매우 기름지며 돼지 냄새가 강하게 났다.
 기름기 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돈코츠 파라면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맛이지만 기름진 음식을 싫어하는 내 입맛엔 극불호였다. 하카타라멘 역시 돈코츠 라멘이지만 기름기가 적고 많이 짜지 않아 너무 맛있게 먹었는데 북해도의 라멘은 전혀 달랐다. 오니기리 역시 평범했다. 속에 아무것도 들지 않은, 밥으로만 이루어진 오니기리다. 쌀 자체는 매우 맛있었다. (참고로, 아사히카와는 여름 기온이 높아 홋카이도에서 쌀이 많이 생산되는 도시라고 한다.)
 결과적으로 아사히카와에서 첫 식사가 입에 맞지는 않았지만 오후 일정이 바쁘기에 빨리 끼니를 해결한 건 괜찮은 선택이었고, 다음에 아사히카와에서 라멘을 먹는다면 텐킨을 가보려고 한다.(다음 날 라벤더바타케 역에서 만난 아사히카와 분이 텐킨을 추천해 주셨다.)
 

짐을 맡기로 숙소로 걸어가는 길. 산토카에서 걸어서 10분이 걸렸다. 숙소 바로 옆에 다이코쿠야가 있어서 한 장. 다이코쿠야는 아사히카와의 유명한 징기스칸집이다.
 

2박을 머물 아사히카와 플라자 호텔. 들어갔더니 프런트에 직원이 없어서 벨을 몇 차례 눌렀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보통 1층에 손님이 서 있으면 직원이 말을 걸 만도 한데 다 나를 쓱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퇴근하더라. 다행히 한 분을 잡아 여쭤보니 체크인 시간 외에는 프런트에 사람이 없다고 답변해 주었고, 짐을 맡겨줄 수 있냐고 물으니 이름과 연락처를 적어달라고 종이를 주셨다. 캐리어는 직원만 출입 가능한 룸에 넣어두셨다. 예상치 못한 상황 때문에 이곳에서 20분을 소비했다. 아사히카와에 일찍 도착해서 다행이었지 아니었으면 오후에 아무 곳도 가지 못할 뻔했다.
 

サイクルショップ富士商会 FUJI SHOUKAI. 미리 공식 홈페이지를 확인하고 방문했다.

 짐을 맡기고 8분을 걸어 자전거 샵에 도착했다. 대여 비용이 3시간 500엔으로 매우 저렴하다. 카드 결제도 가능하다. 종이에 국적, 이름, 연락처를 쓰고 몇 가지 주의사항에 체크를 한 후 자전거를 받을 수 있다. 외국인이어도 빌릴 수 있다.
 자전거는 조금 낡았지만 차체가 괜찮아서 페달을 밟을 때마다 쭉쭉 뻗어나가는 느낌이 좋았다. 무엇보다 조그만 자전거가 아닌 커다란 자전거를 주셔서 매우 좋았다. 안장도 내 체격과 신장에 맞추어 조절해 주셨는데 완전 딱 맞았다. 앞에 달려있는 바구니도 큼지막해서 배낭을 넣기 충분했다. 나처럼 자전거를 타고 이시카리 강 너머까지 둘러보고 싶은 분께 강력 추천한다!
 주어진 시간은 3시간. 둘러보고 싶은 곳은 4곳. 카와무라 키네토 아이누 기념관, 북진기념관, 하나자키 스포츠공원, 홋카이도 호국신사. 둘러볼 시간까지 고려하면 갈 길이 바빴다. 구글 맵을 키고 첫 번째 목적지인 아이누 기념관으로 페달을 밟았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