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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 이야기/9박 10일 홋카이도 뚜벅이 여행(2023)

여름의 비에이, 밀밭 구릉을 계속 달리고 싶다.

by 조각찾기 2023.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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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우시 역에 도착하니 12시 40분.
오늘 먹은 음식은 소프트콘 두 개뿐. 얼른 연료를 공급해야 했다.
 

비바우시 역은 조그마한 무인역이었다. 외국인 관광객은 주요 도심 위주로 여행하기 때문에 개찰구가 있는 유인역을 주로 다니게 된다. 하지만 시코쿠나 홋카이도, 또는 지방에 있는 현의 산이나 해안에 있는 역은 무인역으로 운영되는 곳이 많다. 일본의 무인역 비율은 50%에 달한다.
 그렇다면 일본의 무인역은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까? 만약 기점역에 발권기가 있다면 출발역, 도착역을 설정하거나 해당 구간의 요금에 해당하는 티켓을 선택해서 표를 살 수 있다. 하지만 기점역에 발권기가 없다면 열차에 탈 때 승차표(정리권)를 뽑으면 된다. 승차표를 가지고 있다가 내릴 때 운전수에게 표를 보여주고 요금을 차내에서 지불해야 한다.
 사실 이 모든 것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가장 편리한 방법은 교통 패스를 구입하는 것이다. 해당 지역의 JR 레일패스나 사철패스를 구입하면 정해진 기간 동안 자유롭게 열차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신경 쓸 것이 없다. 하지만 항상 패스를 구매하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2023년부터 일본 전 지역의 교통 패스 가격이 대폭 인상되었기 때문에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패스는 여행 일정에 맞추어서 구입하는 것이 옳다.
 

비바우시 역은 1926년 9월 10일에 개업한 후라노선의 역이다. 주변 역에 비하면 주위에 편의점 하나 없고, 1km 반경 안에는 카페와 식당을 모두 합쳐도 먹을 곳이 3곳뿐이다. 그래도 비바우시 소학교와 중학교, 우편국이 있는 것을 보면 인구는 적지만 누군가의 삶이 있는 마을임은 확실했다.
 사계채의 언덕이나 크리스마스 나무를 걸어서 가는 게 아니라면 비에이 역에게 밀리겠지만 자전거를 이용한다면 반나절 안에 많은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다. 이날 내가 자전거로 간 곳은 사계채의 언덕, 타쿠신칸 갤러리, 신영의 언덕 전망공원, 크리스마스 나무다.
 

비바우시역 반경 1.0km안에 중학교와 초등학교가 하나 있던데 아이들이 그린 것인지 역 앞 아스팔트 바닥에 분필로 그린 그림이 있었다. 너무 귀여웠다.
 

비바우시역은 상대적 승강장이라 기차가 오지 않을 때 철로를 건너 반대편으로 넘어갈 수 있다. 바로 넘어가면 자전거 대여점까지 3분밖에 걸리지 않지만 상대식 승강장을 처음 경험해 봐서 이 사실을 몰랐던 나는 빙 돌아가게 됐다. 하지만 덕분에 마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날씨 탓에 내딛는 걸음이 무거웠지만 돌아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ガイドの山小屋(가이드의 산막)
리카로카 카페

15분을 빙 돌아가니 자전거 렌탈샵이 나왔다. 자전거를 빌리고 멀리 떨어진 음식점에 가는 방법도 있지만 배가 많이 고팠고, 바로 옆에 있는 카페가 궁금하기도 해서 렌탈샵에서 도보 1분 거리에 있는 리카로카 카페에 갔다. 파란 자전거를 지나쳐 쭉 들어가면 된다.
 

주변에 벌과 벌레가 많으니 주의

오픈 시간에 딱 맞추어 갔다만 벌써 긴 줄이 있었다. 시간을 많이 지체할 수 없어 줄을 기다리는 것이 맞나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빵집이니 순환율이 빠를 것 같아 기다리기로 했다. 앞에 서 계신 분께 유명하냐고 여쭤보니 그런 것 같다며, 자기도 인스타그램을 보고 왔다고 했다. 
 

한 번에 3팀씩 들어갈 수 있다.

리카로카 카페의 주력 메뉴는 베이글. 좋은 밀을 사용하는 가게로 빵의 푹신한 식감이 일품이라 한다. 나는 기본 베이글 하나와 팥앙금빵 하나, 비에이 우유를 사용한 아이스 카페라떼를 골랐다. 음료는 영어 메뉴판이 있으니 이걸 보고 주문하면 된다. 한국어 메뉴판은 없었다. 
 

날이 더워 입맛이 없었다. 빵이 안 당기는 날이라 간단히 해결했다.
풍경이 다했다.
작은 가게지만 홀에 3~4인석 테이블 4개와 바형태 좌석(의자 6개)가 있어 먹고 갈 수 있다. 

베이글은 확실히 맛있는 편이었지만 그냥 먹어서 그런지 생각보다는 평범했다. 이 집의 베이글은 구워 먹어야 진가를 발휘할 것 같다. 팥앙금 빵 역시 예상할 수 있는 맛. 하지만 속에 앙금이 꽉 차게 들어 있어서 하나만 먹어도 제법 든든하다. 이곳의 빵은 한국의 달달한 빵과는 결이 많이 달라서 담백한 빵을 좋아하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비에이 우유를 사용한 라떼는 어떤 맛일지 궁금했는데 비에이 우유도 달기보단 담백한 맛이라 무난하게 마시기 좋았다. 리뷰를 보니 이 집의 인기 음료는 우유 쉐이크인 것 같다.
 빵과 우유보다는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커피 한 잔을 즐기는 시간이 특별했던 곳이었다. 이런 풍경을 보며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곳은 손에 꼽는다고 자부할 수 있다. 겨울의 풍경이 어떨지 궁금해서 다시 찾고 싶은 곳. 겨울에 올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오후 2시가 지나자 홀의 손님도 모두 빠지고, 웨이팅 줄도 없었다. 개점시간에 와야 빵을 여러 개 살 수 있지만 그냥 남은 빵을 사서 음료와 함께 풍경 감상을 하고 싶은 분이라면 2시에 방문하는 걸 추천한다.
 

도착하니 2시 20분

간단히 배를 채우고 자전거 렌탈샵으로 왔다. 자전거 대여 시 여권이 필요하며 이름, 연락처, 전화번호, 주소를 종이에 기재한다. 나는 A타입, 반나절 플랜(최대 4시간)을 선택했다. 오전에 빌려서 하루 종일 사용할 거면 무제한(5시간 이상) 3000엔 플랜이 있다. 나중에 사이트를 보니 학생 할인(25세 미만)이 있었다. 20% 할인... 이걸 알았다면 440엔을 아꼈을 텐데... 확실히 이번 여행은 사전 조사를 많이 한다고 했지만 꼼꼼하게 하지는 않은 것 같다. 학생일 날이 얼마 안 남았는데 이걸 몰랐다니 슬프다... 혼자 여행하는 대학생이라면 사전 조사 시 박물관, 미술관, 놀이공원, 대여샵에서 학생할인이 있는지 필히 확인할 것!
 

영업시간이 정해져 있는 사계채의 언덕으로 먼저 향한다. 사계채의 언덕까지는 자전거로 10분, 걸어서는 30분이 걸린다. 만약 걸어간다면 왕복으로 60분, 기차로 여행하는 뚜벅이라면 구경시간과 기차시간까지 고려해야 한다. 날씨가 선선하다면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거리지만 여름의 비에이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뜨겁다. 맑은 날이라면 택시를 타거나 자전거를 빌리자.
 

사계채의 언덕에 도착했다. 거치대 바로 뒤에 우동 집이 있는데 이미 영업 종료였다. 오후 3시 30분까지 한다고 하니 가실 분은 참고하시길. 자전거를 세우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는데... 이런, 사람이 엄청 많다. 진짜 진짜 많다. 
 

입장료 500엔
트랙터는 먼지가 좌석까지 올라오므로 비추. 넓긴 하지만 걸어서도 충분히 볼 수 있다.

확실히 팜토미타보다 개방감이 좋았다. 밭을 바라보고 있으면 뒤에 밀밭 구릉 지대가 펼쳐져 있어서 전망도 좋고, 꽃과 구릉을 함께 담을 수 있는 점도 좋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팜토미타처럼 아직 개화하지 않은 꽃이 많아 관광 홍보 사진에서 볼 수 있는 풍경만큼 아름다운 꽃밭은 보지 못했다.
 그래도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이미 핀 꽃밭의 규모도 상당했다. 나는 30분 정도 구경했는데 만개한 시기에 왔다면 여유있게 1시간 정도 구경하지 않았을까 싶다.(물론 사람도 훨씬 많겠지만...) 앞으로 몇년간은 오지 않아도 될 것 같고, 10~20년 뒤에 한 번 오면 좋지 않을까? 
 

자전거 열쇠를 다시 꼽고 어디를 갈까 고민. 렌탈샵에서 오늘은 타쿠신칸 갤러리의 정기 휴무일이라고 했지만 옆의 자작나무 숲이라도 볼까 싶어 가보기로 했다.
 

사계채의 언덕에서 타쿠신칸 갤러리로 이동하는 길. 여기서부터 파노라마 로드가 펼쳐졌다. 아까 사계채의 언덕에서 멀리 보였던 구릉이 바로 내 옆에 있었다. 화창한 하늘과 뭉게구름. 비에이에서 아름다운 사진을 찍기 위한 모든 조건이 갖추어져 있었다.
 

여기가 현실이 맞나 싶을 정도의 진풍경이 자꾸만 자전거를 멈추게 했다.
 

타쿠신칸 갤러리 도착. 구글엔 휴무일로 나오는데 영업을 하고 있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너무 좋았던 갤러리. 이걸 무료로 봐도 되는 걸까?
사진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신년 달력을 구매했다.

봄, 가을, 겨울의 비에이는 이런 모습이구나. 맑지 않은 날은 이런 아름다움이 또 있구나. 이런 곳에서 살면 어떤 기분일까?
 

여긴 겨울에 오면 더 멋질 것 같았다.

자작나무 숲길도 잠시 들리고...
 

타쿠신칸 갤러리에서 신영의 언덕 전망공원으로 이동한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구릉 지대. 그저 동선 짜기가 좋아서 넣었던 전망공원이었지만 여기에 온 덕에 신영의 언덕 반대편에서 절경을 볼 수 있었다. 이곳에 오길 정말 잘했다고 몇번을 되뇌었는지. 고프로를 사용해 어떻게든 사진을 찍으려 노력했지만... 아름다운 풍경과 나를 함께 찍어 줄 사람 하나 없네.
 

자판기가 있다.
오후엔 역광이고 자전거를 타면서 보는 구릉 지대가 훨씬 아름다워 언덕만 보러 오기엔 아쉬운 곳. 여름보다는 겨울을 추천한다.
켄과 메리의 나무가 이런 느낌이려나?

구릉 지대밖에 없지만 너무 좋아 30분을 머물렀다. 자전거 반납까지 남은 시간은 1시간 10분. 여유있게 1곳, 서두르면 2곳을 더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우선 가까운 크리스마스 나무를 보러 가기로 했다. 신영의 언덕 전망공원에서 크리스마스 나무는 자전거로 10분밖에 걸리지 않는데 가는 길이 엄청난 내리막이라 제법 스릴이 있다. (반대 방향으로 왔다면 끔찍한 오르막이 됐겠지만 말이다.)
 

크리스마스 나무는 좁은 도로 옆 사유지에 홀로 서 있었다. 도로도 매우 좁고, 주변에 아무 시설이 없어 조금 놀랐지만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나무의 모습에 놀라움은 금방 잊혔다. 왜 나무를 보러 많은 사람들이 오는지 알 것 같았다. 유명한 나무(크리스마스 나무, 켄과 메리의 나무, 세븐스타 나무, 오야코 나무)를 하나씩 정복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원래 오후 6시까지 영업이지만 여름에는 일몰까지 영업을 하는 것 같았다.

시간이 조금 남아 칸노팜을 가볼까 했는데 칸노팜은 이미 30분 전에 영업이 끝난 후였다. 아쉽지만 주변에 더 들를 곳이 없어 돌아가기로 했다. 렌탈샵에 도착하니 나처럼 자전거를 반납하는 어르신이 계셨다.
 

앞서 가시던 어르신이 뒤돌아 오시더니 내게 이쪽으로 가면 된다며 알려주셨다. 어디에 가냐고 물어 아사히카와라고 말하니 한국인인걸 바로 아셨다. 외국인이라 말투에서 다 티가 나나 보다. 여행으로 오셨냐고 물으니 사진을 찍으러 왔다고 하셨다. 출사 장소가 비에이라니. 너무 낭만적이다!
 

비바우시 역의 좋은 점은 역 앞에 화장실 건물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무인역의 화장실임에도 넓고 쾌적해서 매우 좋았다. 자전거로 돌 수 있는 주요 관광지는 사계채의 언덕 말고 화장실이 없고, 비에이초의 관광객은 많아 많은 사람이 몰린다. 이런 곳(사계채의 언덕, 청의 호수)은 관리하기 쉽지 않기에 깨끗함을 기대하기 어렵다. 리카로카 카페에는 화장실이 있었지만 자전거 렌탈샵에는 화장실이 없었다. 렌탈샵에 물으니 사계채의 언덕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하라고 했다.
 만약 비바우시 역을 중심으로 뚜벅이 여행을 한다면 역 앞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하시길 바란다. 1시에 들렸다가 6시에 다시 가니 그사이 청소가 되어 있었다. 얼마나 관리가 잘 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다시 대합실로 돌오니 18시 10분. 기차가 오기까지 20분이 남은 시간. 시간표를 보니 아사히카와로 가는 마지막 기차가 21시 08분에 있었다. 배가 고프지만 않았다면, 보조배터리 파워가 충분히 남아있었다면, 잠시 카미후라노에 들러 여름에만 하는 히노데 공원 야간 라이트도 구경하고, 야키니쿠 식당에 가서 고기를 먹었을 텐데 그런 일정이 가능하다는 걸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배가 고팠던 것 같다.
 그래도 기차 시간까지 20분이나 남아 있었기 때문에 시간표를 찍을 수 있었고, 일찍 아사히카와에 돌아갔기에 할 수 있었던 것도 있었다. 원래 처음 방문하는 곳은 시행착오를 겪는 법이다. 아쉬움을 남기지 않는 여행은 없는 것 같다. '사전조사를 한 덕분에 하루 종일 놀 수 있었어. 밤에 시골에서 먹었던 야키니쿠! 정말 맛있었지~'하면서 회상하는 것도 좋지만, 일찍 아사히카와로 돌아갔기에 다음 날 오타루에서 돌아다닐 체력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다음에는 후라노시에 숙소를 잡고 비에이, 카미후라노를 가고 싶다. 데라상이 추천한 사키즈케식 징기스칸 집도 잊지 않고 들릴테다!
 

예쁜 후라노선을 타고 아사히카와로 돌아간다. 노롯코 열차도 좋았지만 라벤더 꽃이 그려진 귀여운 로컬선이 더 기억에 남는다. 저녁 햇살이 밝히는 노란빛의 열차, 그 분위기가 참 좋았다.
 

개미 친구, 너는 어디로 들어온거니?

비바우시 역에서 아사히카와 역까지는 40분. 아사히카와행 열차는 오른쪽 풍경이 아름답다(후라노행이라면 왼쪽). 마침 해가 저물고 있었다.
 

아사히카와 역에 도착. 배가 고프니 우선 밥부터 먹자.
 

점심부터 소바가 땡겨서 소바를 먹으러 왔다.
튀김은 미리 튀겨 놓았다가 미리 준비한 것이 떨어지면 새로 튀기신다.

아사히카와 역에서 도보 12분 거리에 있는 'Tenyu'라는 가게에 왔다. 서서 먹는 소바집인데 카시와 소바와 게소동이 인기가 많은 듯했다. 자판기로 주문이 가능하다. 나는 게소동(오징어 덮밥)과 카케소바를 시켰다. 나중에 음식이 나오고 보니 카케소바는 따뜻한 소바였다. 차가운 소바를 원했는데 기본은 따뜻한 소바고, 따로 '츠메타이'로 부탁해야 냉소바로 제공된다. 단골 아저씨들은 소바에 오징어 튀김을 올린 뒤 츠메타이로 달라고 부탁하더라. 사진을 정리하며 알았다. 자판기 중간에 "오스스메(추천)! 미니 게소동"이 있었단 걸... 왜 그때는 안 보였을까?
 게소동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맛이고, 카케 소바란 녀석이 특이했다. 뜨거운 쯔유와 메밀 면. 아주 농후한 쯔유 맛이 입천장을 때렸다. 이정도로 찐한 쯔유 국물은 처음 먹어 봤다. 내가 아직 먹어보지 못한 일본 음식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양이 많아서 다 먹으려 노력했지만 오징어 튀김을 다 먹고, 밥과 소바를 반 먹는 게 한계였다. 피곤한데 서서 먹으려니 힘든 것도 있었다. 호기심도 좋지만 몸의 상태에 따라 가게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단 걸 알았다.
 

밥을 먹고 나오니 어두워진 하늘. 피곤해서 바로 숙소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내일 삿포로로 돌아가는 특급 열차를 예약하기 위해 아사히카와역으로 돌아간다. 도착해서 예매한다는 것을 잊었다.(왜 이리 깜박한 게 많은지... 역시 제때 연료를 공급해야 머리와 몸뚱이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 같다.) 자유석을 타도 되지만 삿포로로 가는 기차라 안전하게 예약하기로 했다.
 

어제 봤던 분이 오늘도 버스킹을 하고 계셨다.

오호츠크 특급을 예약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이틀 동안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한 거리라 이제 익숙하다. 
 

역 옆의 드럭스토어에서 사 온 삿포로 클래식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아사히카와를 거점으로 다녀온 여행한 2박. 뚜벅이 자유여행 정보가 적어서 힘든 이틀이었지만 보고 싶었던 다리를 직접 보고, 그림 같은 풍경 속을 달릴 수 있어 행복했던 이틀이었다. 더 일찍 일어나 더 늦은 시간까지 돌아다녔다면, 내 다리가 강철이었다면, 짧은 기간 동안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었겠지만 난 무쇠가 아니니까.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하지 않은(못한) 것을 놓쳤다고 생각하지 말자. 내가 지금 한 일도 다음 기회로 무언가를  미루어두고 한 선택이다. 여기에서 얻은 것이 있고, 여기에서 본 것이 있다. 그것만으로 의미가 있다. 사실 의미라는 건 부여하지 않아도 있는 것이 아닐까.
 
팜토미타를 다 둘러보지 못한 것, 리카로카에서 밀크쉐이크를 시키지 않은 것, 렌탈샵에서 학생 할인이 있음을 몰랐던 것, 저녁에 카미후라노를 갈 수 있었던 것, 자판기에서 미니 게소동을 보지 못했던 것. 그냥 그랬을 뿐이다. 순간의 욕구에 충실해서, 다른 무언가에 집중해서, 그 대신 얻을 수 있었던 즐거움이 있었다. 다음엔 관광지의 map을 미리 알아볼 것이고, 카페에서 인기 메뉴를 여쭤볼 테고, 렌탈샵에서 대학생 할인이 있는지 물을 것이고, 로컬선 막차 시간을 알아볼 것이고, 자판기 메뉴를 잘 읽기 위해 일본어를 열심히 공부하겠지. 하지 못한 것이 아니다. 하고 싶은 것이 새롭게 생긴 것이지.
 
최선이 아닌, 즐거움에 충실한 여행을 하자.
의미가 아닌, 행복을 찾는 오늘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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