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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 이야기/9박 10일 홋카이도 뚜벅이 여행(2023)

토야코, 여름 밤의 하나비를 함께 보다.

by 조각찾기 2023.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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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휴대폰을 내려놓고, 구글 맵의 도움 없이 그저 호수 쪽으로 걷는다.

 

(우) 도야코 온센 터미널 겸 지역사 박물관

 이때 몸상태가 정말 나빴다. 지난 북규슈 여행은 나흘~닷새째에 체력이 갑자기 떨어졌지만 이번 홋카이도 여행은 이틀째가 가장 힘들었다. 도심을 많이 걷는 건 괜찮다. 대부분 평지고, 긴장하고 걸을 필요가 없으니까. 하지만 하루에 2번 산을 오르면서 평소 쓰지 않는 근육에 잔뜩 힘이 들어가고, 혹여나 뱀이나 동물을 만날까 봐 긴장해 있었다. 온몸에 스트레스가 단시간에 누적됐다.

 사실 재해유구도 분화구도 더 보고 싶었다. 다음 날 체력이 된다면 우쓰산 로프웨이도 타고 싶었다. 하지만 이때 걸으면서 알았다. '아, 도야 호수에서 더 이상의 일정은 무리겠구나.'라는 걸.

 

호수 도보길의 시작점. 돌 앞에서 사진을 찍는 커플이 있었다. 저 멀리 나카지마가 보인다. 혼자 여행을 다니다 보면 가장 아쉬울 때가 함께 사진을 찍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찍어줄 사람도 없고, 나를 찍어줄 사람도 없다. 

 

다음엔 유람선을 타고 나카지마에 가볼테다.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30분에 1회 운영하는 유람선. 대인은 1500엔이고 소인(6~12세)은 750엔이다. 

 

토야코 8대뷰 스팟 중 하나. 저 나무 판자 덕에 혼자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고프로를 올려놓으니 높이가 딱이다.
산책하는 사람들. 가족 단위가 많다.
활짝  피어있는 라벤더
유람선 선착장
오리배. 수심이 117m에 파랑이 저렇게 강한데... 나는 무서워서 못 탈 것 같다.

원래 가려했던 족욕탕은 주변에 사람이 많아 조금 더 떨어진 족욕탕에 가기로 했다. 

 

토야코 둘레엔 동상이 많다. 동상과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모습. 보기 좋다.

かけ流し 癒しの足湯. 토야 코한 테이 호텔 앞에 있는 족욕탕이다. 선객이 있어 반대편에 앉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족욕탕은 호텔에서 관리하는 탕인지 투숙객 전용인 것 같았다. 하지만 자유롭게 이용하는 분위기였다. 길게 머물 생각은 없어 10분 동안 휴식하다가 발의 피로가 조금 풀렸다 싶어 일어났다.

 

게스트 하우스 근처에 봐둔 수프커리 집으로 가는 길. 도야코정의 인구는 1만 명이 안 되지만 마을의 도로는 넓고 쾌적하며, 저녁시간에 운영하는 음식점도 제법 많았다. 북적이지 않지만 조용한 활기가 느껴지는 거리가 마음에 들었다.

 

수프커리 모그모그. 이번 여행에서 처음 찾은 음식점이다. 저녁에도 제법 웨이팅이 있었다.

 

 사장님이 홀, 주방을 혼자 도맡아 운영하고 계셔서 많이 바쁘다. 웨이팅까지 직접 관리하셨다. 10분 정도면 자리가 날 것 같다고 하셔서 잠시 앉아 기다렸다.

 

바형태 좌석 6개와 4인용 테이블 하나. 홀이 협소하다.
테이크아웃도 가능!
카드, 전자화폐 결제 가능

구석 자리에 앉아 음식을 기다린다.

 

1280엔

대망의 수프 카레가 나왔다. 내가 시킨 건 치킨 수프 카레. 맵기는 3으로 했다. 적당히 매콤했다. 매운 걸 잘 못 먹는 내게는 딱 맞는 단계였다. 수프 커리 모그모그의 장점은 전혀 느끼하지 않다는 것. 삿포로 시내에서 먹은 수프 커리는 국물에 기름이 둥둥 떠 있었는데 이곳의 수프커리는 아주 담백해서 좋았다. 내 입맛엔 삿포로에서 먹은 수프 커리보다 이곳의 수프 커리가 잘 맞았다.

 

완식! 고치소사마데시타:)

 

해가 지고 있는 도야 호수의 모습

피로 회복제를 사러 근처 세이코 마트에 들렀다.

 

피로 회복제 윤켈. 세이코마트에서 500엔에 구매했다.

아직 여행이 끝나려면 8일이나 남았다. 부디 효과가 있기를.

 

공동 부엌
밤에 찍은 사진이 없어 낮에 찍은 사진으로 대체한다.

 따뜻한 우유를 한 잔 마시고 쉬다가 불꽃놀이를 보러 가려고 자리에 앉았는데, 점점 사람이 늘더니 홀이 꽉 찼다. 자연스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계획과 달리 긴 밤이 될 것 같았지만 여행이 아니면 또 언제 이런 경험을 해보겠나. 즐기기로 했다. 대신 몸상태가 나빠지지 않도록 스태미나를 조절하려고 노력했다.

 이야기하다 보니 불꽃놀이가 시작했다. 매년 4월 하순부터 10월까지 매일밤 오후 8시 45분부터 9시 5분까지 진행하는 도야 호수의 명물이다. 우리는 50분에 불꽃놀이를 보러 나섰다.

 

날이 맑아 별이 잘 보였다. 불꽃놀이도 좋지만 역시 밤하늘의 별이 더 좋다.

호수 주변엔 불꽃놀이로 보려는 사람으로 가득했다. 모두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다. 

 

 나 역시 혼자가 아니었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난 데라상, 아유미상과 함께 불꽃을 구경했다. 내가 낯을 많이 가리는 데다 원하는 문장을 구사할 만큼 말하기가 유창하지 않아서 말수가 적었는데 대화가 끊기지 않도록 계속 말을 걸어주셔서 감사했다.

 게하로 돌아가서 거의 3시간을 더 이야기했다. 일본에 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문화나 삶에 대해 알 수 있어 좋았다. 규슈 여행을 다녀오고 블로그 글을 쓰면서 일본의 도도부현에 대해 자세히 공부한 덕에 일본의 각기 다른 현에서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즐길 수 있었다. 일본은 교통비가 비싸 국내 여행이 쉽지 않다고 들었는데 혼자 여행을 하는 사람이 제법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스페인과 미국 여행객도 있었는데 스페인 여행객은 일본어를 잘했다. 일본이 안전하고 상대적으로 물가도 좋아 서양에서 여행오기 좋은 국가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일본에 관심이 있고 좋아해서 오는 여행객이 많은 것 같다. 나도 마찬가지지만 말이다.

 태어나서 처음 묵는 게스트하우스였지만 아늑한 홀, 깨끗한 객실층, 친절한 호스트분, 낯선 이방인에게 이야기를 건네준 고마운 사람들까지. 감사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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