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예보가 있어 걱정했는데 다행히 날씨가 나쁘지 않았다. 오후의 구마모토 산토리 맥주 공장 일정 전까지 혼자만의 자유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구마모토 역 앞에는 여러 행선지의 버스가 선다. 시내를 가는 버스부터 공항에 가는 버스까지 다양하다. 그야말로 구마모토시 교통의 중심지.
사진 왼쪽에 잘려서 보이는 건물이 내가 묵은 호텔이다. 호텔 문을 나서자마자 공항행 버스를 탈 수 있다. 오이타현으로 갈 나에겐 해당 사항이 없지만 추후에 구마모토 공항을 이용할 예정이 있을까 싶어 살펴두었다.
정류장 번호(숫자)가 크게 서있고, 어디 행선지인지도 모두 적혀있어서 외국인 관광객도 쉽게 버스를 탈 수 있다.
구마모토 노면전차 패스를 사러 인포메이션 센터에 왔다. 이걸 1년 2개월만에 다시 쓰게 될 줄은...
참고로 인포메이션 센터는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영업한다. 아침 8시보다 일찍 전차를 탄다면 미리 패스를 구매해두면 좋다. 모바일로도 패스 구매가 가능하고, 전차 안에서 기사 님께도 직접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전차 이용객이 많아서 기사님께 직접 구매하는 건 조금 부담스러워 보였다.
하루 동안 무제한으로 노면전차를 탈 수 있는 패스. 가격은 500엔으로 3번 이상 타면 이득이다. 만약 스이젠지 주조엔을 갈 관광객이라면 이 패스를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구마모토성 노면전차 정류장에서 내려 걸어가는 길. 점점 하늘이 맑아져 츠보이 강에 파란 하늘이 비친다. 그 모습이 1년 전 보았던 츠보이 강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 동네에선 지도를 거의 보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다. 바로 지난 여행에서 묵었던 호텔이 여기서 도보 2분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사실 2박 이상 구마모토시에 묵는다면 구마모토역보다는 구마모토성쪽이 좋다. 스이젠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관광지가 이곳에 있다. 하지만 이번에 나는 구마모토역 쪽에 숙소를 잡았다. 아뮤플라자의 편의성과 역의 인포메이션 센터를 이용하고 싶었고, 나보다 먼저 한국으로 돌아갈 일행이 공항 리무진을 타기 더 용이한 동네이기 때문이었다. 혼자면 구마모토 성 쪽의 가성비 좋은 3성급 호텔에서 묵었겠지만 일행이 있는 만큼 4성급 이상의 호텔, 넓은 객실의 호텔을 골랐다.
갑자기 생긴 혼자만의 시간.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 저번에 가지 못한 나츠메 소세키의 옛집에 가기로 했다. 22년에 구마모토시를 방문했을 때는 구마모토 지진으로 임시 휴업 중이라 가지 못했다.
10분을 설렁설렁 걸어 나츠메 소세키 우치츠보이 옛집에 도착했다.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운영하며 정기휴일은 월요일이다. 연말연시(12/29~1/3)도 휴관한다고 하니 참고하자. 당분간 입장료는 무료라고 되어 있어 안에 계신 직원 분께 여쭈어보니 지진 전에는 있었던 입장료가 현재는 없으며 스이젠지 주조엔 근처에 있는 나츠메 소세키 옛집도 입장료가 무료라고 한다.
아주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는 모습.
나츠메 소세키는 도쿄부 우시고메구(현 도쿄도 신주쿠구)에서 태어나 일본 전국의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학생들을 가르치거나 문호들과 모여 회합을 가졌다. 구마모토에서도 4년 3개월을 거주했는데 메이지 29년(1896년)부터 나츠메 제5 고등학교(현 구마모토 대학)의 영어 교사로 일했다고 한다. 4년 3개월 동안 6번이나 이사를 했고, 우치츠보이 옛집은 5번째 집으로 구마모토에서 산 집중 가장 오래 거주한 곳이다. 1년 8개월을 거주하는 동안 장녀(후데코)가 태어났기에 나츠메 부부에겐 추억이 특별한 집이다. 카미코 부인은 "구마모토에서 살았던 집 중에 가장 좋았다."라고 말했었다고 한다.
들어가면 오른쪽에 관리실이 있다. 관람은 반시계 방향으로 하면 된다.
관람을 시작하기 앞서 커다란 판넬이 있어 읽어 보았다. 설명을 번역하면 아래의 내용과 같다.
「메이지 29년(1896년) 4월, 소세키는 마츠야마에서의 1년의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제5 고등학교의 교사를 맡았습니다. 그가 영국 유학을 떠날 때까지 연 3개월을 구마모토에서 보냈고, 그동안 6번의 이사를 했습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쓴 집은 도쿄의 메이지에 있는 집으로 현재는 아이치현 이누야마시의 메이지촌에 이전되어 있습니다. 소세키가 살았던 구마모토의 집중에 현존하는 것은 5번과 6번입니다.」
가장 먼저 보이는 방은 각종 서적과 팸플릿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문호와 관련된 전시회나 이벤트의 팸플릿도 있었는데 이곳에서 아쿠타카와 류노스케 특별 전시회 홍보지를 발견했다. 시간이 더 있었다면 구루메를 들러 전시회를 봤을 텐데 아쉽다. 일본은 이런 기획 하나는 정말 최고인 것 같다.
정원이 보이는 방이 참 좋았다.
나츠메 소세키가 쓴 하이쿠가 있는 비석의 위치들.
구마모토 대학에서 재직하는 동안 소세키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간단한 설명이 있다. 주변 동료로부터는 신뢰를, 학생들에게는 존경을 받는 사람이었음을 알 수 있다.
나츠메 소세키는 일본 천엔 지폐의 인물로도 유명하다. 쇼토쿠 태자, 이토 히로부미에 이어 세 번째로 천 엔 지폐의 주인공이 된 인물이다. 소세키가 인쇄된 천 엔은 쇼와 59년(1984년)부터 헤이세이 19년(2007년)까지 발행되었다. 사진의 지폐는 일본 은행 총재가 소세키와 연고가 있는 구마모토시에 기증한 것으로 자세히 보면 기번호가 A000004A로 매우 빠르다.
저택 내부만 보지 말고 꼭 정원도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소세키의 장녀가 태어났을 때 사용한 우물을 끝으로 관람을 마쳤다.
다음으로 갈 장소도 나츠메 소세키와 관련이 있다.
걸어서 갈 수 있지만 빠르게 가기 위해 노면전차를 타기로 했다.
어제 문제의 사건이 있었던 아케이드 상가... 오늘 왔다면 더 좋았을 것을, 두고두고 아쉽다.
B라인을 기다리는 동안 A라인 노면 전차가 2번이나 지나갔다. 시간이 많아 구마모토성을 찍어 보았다.
일본의 노면전차의 디자인이 모두 달라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이번에 탄 열차는 아주 심플한 디자인의 녀석이었다.
나가사키지로 서점에 도착했다. 신마치 노면전차역에서 내리면 곧바로 보인다. 현재 서점은 임시 휴업 중이라고 한다(카페는 영업 중). 나가사키지로 서점은 메이지 7년(1874년) 창업되었으며 현재의 서점 건물은 다이쇼 13년(1924년)에 지어졌다. 즉, 올해로 101년째를 맞은 건물. 앞서 등장했던 나츠메 소세키가 들렀던 서점으로도 유명하다.
단순히 유서 깊은 책방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지금도 여러 손님들이 평범하게 이용하는 친숙한 서점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카페는 헤이세이 26년(2014년)에 개점했다.
나가사키지로 서점 첫 방문은 아래의 게시글을 참고.
2022.12.05 - [일본 여행 이야기/7박 8일 북규슈 뚜벅이 여행(2022)] - 구마모토현 우토시, 바다를 만나러 가다. (1편)
14개월 전에는 시간 부족으로 서점만 들르고 카페는 들리지 못했다. 오늘은 카페에서 점심 식사를 하려고 한다. 참고로 운영 시간이 11~17시로 짧은 편이고 점심 피크 타임엔 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다. 오후 1시 30분 이후의 방문을 추천한다.
내가 도착했을 때 자리가 거의 없어서 잠시 기다렸다. 다행히 창가 쪽에 자리가 나서 직원 분께서 바로 치워주셨다. 사진은 사람이 빠져가고 나서 찍은 것이다.
이런 풍경을 보면서 점심을 먹을 수 있다니... 우리들이 흔히 생각하는 낭만적인 일본 여행의 풍경 아닌가.
창 밖으로 바로 보이는 건물 색상이 오렌지와 민트초코 색이었는데 햇빛이 반짝여 참 예뻤다. 많이 피곤해서 오는 길이 쉽지 않았는데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뉴판 사진을 올리니 필요한 분은 사용하길 바란다. 솔직히 양에 비해서 가격이 저렴하진 않으나 100년 넘는 서점과 끝내주는 창뷰를 고려하면 비싸지 않다. 나는 시간이 많지 않아서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조리되고 먹을 수 있는 나폴리탄을 시켰다. 구글 리뷰에 유독 나폴리탄 사진이 많기도 했고.
한편에 피아노가 마련되어 있는데 아마 자유롭게 연주가 가능한 피아노인 것 같았다.
피아노 위에는 서점 초창기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이때도 노면전차가 있었다니... 혼슈가 아닌 규슈의 도시에 노면전차가 있었다는 사실이 굉장하다. 역시 일본 3대 성인 구마모토 성이 있는 도시답달까.
사람이 많이 빠진 덕분에 5~10분 정도 기다려 음식이 나왔다. 비록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짧지만 이 시간을 충실히 즐기자.
구마모토시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 나가사키지로 서점. 아마 다음에 구마모토시에 방문한다면 언제나처럼 이곳으로 발걸음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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