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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해외/5박 6일 구마모토 뚜벅이 여행(2024)

구마모토, 맛있는 맥주는 마음을 위로해준다. (1편)

by 조각찾기 2024.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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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식사를 마치고 노면전차를 타러 나왔다.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는데 내가 탈 노면전차가 이미 코앞까지 와버렸다. 저걸 놓치면 큰일인데... 하늘이 도우신 건지 보행자 신호가 커졌다. 本当によかった...
 

카라시마쵸에 내리니 하나타바 공원에서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다이에이 마루마루시에'는 기타큐슈에 있는 건설업 회사였다. 건설업 회사지만 이런 아기자기한 이벤트를 제법 자주 하고 있는 모양이다. 인스타그램을 보니 올해부터 매계절 비슷한 행사를 꾸준히 열고 있는 것 같다.
 

사쿠라마치 쇼핑몰 안으로 들어와 터미널 방향으로 쭉 걸었다. 내 목적지는 산토리 구마모토 맥주 공장. 2번 플랫폼에서 타면 되는데 구마모토 대학, 병원행 버스가 서는 곳이지만 이 시간대의 손님들은 모두 구마모토 맥주공장이 목적인 것처럼 보였다.
 

버스가 도착했다. 타는 사람이 제법 많아 앉아서 갈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자리를 잡았다.
 

버스에 탑승하면 1팀당 셔틀버스 이용카드를 하나씩 준다. 셔틀 버스로 방문한 것을 알 수 있도록 이 카드를 가지고 있다가 견학 접수 시에 제시해 달라는 내용이다. 귀가할 때의 버스는 하차 장소와 정류장이 다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나와있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가이드 투어를 끝내고 나왔을 땐, 버스가 우리를 내려준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아마 모두 야마자키 술통 맥주를 마시고 거하게 취해있어서 바로 앞까지 데리러 온 것으로 추측한다).
 

버스는 생각보다 빠르게 이동했다. 예상 소요 시간 50분이었으나 실제로는 40분 정도 걸렸다.
 

건물에 들어가면 오른쪽에 대기 장소가 있다. 내가 참가한 투어는 '야마자키 술통 투어 마스터즈 드림'으로 1,500엔의 유료 투어다. 무료 투어와 시음 맥주 구성에 차이가 있다. 참고로 '야마자키 술통 마스터즈 드림'은 애주가 사이에서는 매우 유명한 술로 기품 있는 향과 맛을 자랑한다고 한다. 교토 산토리 공장은 예약이 힘들 정도로 인기 있는 투어인데 구마모토는 그나마 여유가 있다. 여행 기간의 토요일에 마침 공석이 있어 예약을 했다.
 

 차례대로 명단의 이름을 불러주시는데 제법 시간이 걸렸다. 기다리는 동안 건물을 구경하는데 기다란 통창이 아주 근사했다. 문뜩 이 건물을 지은 건축가가 누구일까 궁금해졌다. 10분 정도 기다리니 내 이름이 호명됐다. 카운터에 가서 이름을 확인하고, 인원 수만큼 투어 비용을 지불했다. 외국인 손님에겐 오디오 가이드가 필요한지 따로 물어봐주신다. 나는 일어가 편해서 일행만 오디오 가이드를 듣기로 했다.
 

 다른 분들을 기다리는 동안 바깥을 잠시 구경했다. 캬... 하늘 보소. 맥주 마시기 좋은 날씨구만.
 

 어차피 이따 구경할거지만... 충동적인 소비를 조금이라도 자제하기 위해 맨 정신(?) 일 때 한 번 봐주기. 
 

 영상 시청에 앞서 가이드 직원 분의 간단한 인사로 분위기가 풀렸다. 직원 분께서 "오늘 이렇게 투어에 신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4년의 첫 마스터즈 야마자키 술통 마스터즈 드림 투어에 참가해 주신 여러분, 상당히 술을 좋아하시는 분들로 생각되는데요."라고 말씀하시는 게 아닌가. (전혀 모르고 예약했건만) 한 순간에 주당이 되어버렸다. 원래 나는 분기에 한 번 술을 마실 정도로 술을 잘 마시지 않는다.
 공장 시설 견학에 앞서 먼저 영상을 시청한다. 공장과 지하수에 대한 영상으로 직원 분이 구마모토 공장의 규모라든지 이 공장만의 특별한 점에 대해서도 소개해주신다(이 공장에서만 볼 수 있는 시설이 있음).
 참고로 직원 분이 직접 해주시는 설명은 오디오 가이드같은 거 없다. 오디오 가이드는 정말 기본적인 내용만 나온다. 팸플릿이나 오디오에 없는 내용을 많이 말해주셔서 속도를 바로 따라가며 눈으로도 즐기려면 일본어 듣기가 가능해야 한다.  (근데 어차피 여기 오는 사람들은 설명 듣는 것보다 시음이 더 중요...). 자세한 설명을 원하시는 분들을 위해 내가 들은 투어 내용을 기록해둔다.
 

https://www.suntory.co.jp/factory/kyushu-kumamoto/introduction/water.html?id=hd_tab
https://www.suntory.com/business/beer/index.html
(아래부터는 SUNTORY 사이트의 사진을 사용하였습니다. 출처를 남깁니다.)

 

출처: https://www.suntory.com/business/beer/index.html

산토리는 일본의 대기업으로 계열사가 무려 27개나 되는 기업이다. 우리에게 가장 유명한 건 주류인데 '산토리 위스키'와 '마스터즈 드림(맥주)'이 산토리의 제품이다. 일본 전국에 산토리 맥주 공장은 이곳을 포함해 단 4곳(구마모토, 교토, 무사시노, 군마) 뿐이다. 견학이 가능한 건 3곳(군마 제외)이고, 구마모토 공장에서 볼 수 있는 시설이 가장 많다. 구마모토 공장은 2003년에 준공, 맥주류와 청량음료를 함께 생산하는 업계 최초의 하이브리드 공장이다.
 

 산토리의 맥주는 물(베이스), 곡물(맛), 홉(향) 이렇게 3가지를 가장 우선시한다. 술에서 가장 중요한 건 먼저 기본이 되는 물이다. 물은 아소에서 나는 천연수를 사용한다.
 

출처: https://www.suntory.co.jp/factory/kyushu-kumamoto/introduction/water.html?id=hd_tab

 화산이 많은 일본 땅 중에서도 수질이 뛰어난 지역을 선정해 천연지하수를 사용하고 있다고. 물의 감수는 미야자키 대학에서 맡고 있다. 사용하는 지하수보다 더 많은 물이 자연에서 순환되도록 22개 도도부현에 나무 심기 사업을 하고 있다. 지속가능성도 고려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프리미엄 몰츠의 곡물은 맥아를 100% 사용하고 있다. '니조 보리'라는 종류를 사용하는데 이 보리의 맥아가 풍부한 맛을 내준다고 한다. 해외에서 생산되는 희귀한 다이아몬드 맥아를 추가함으로써 감칠맛과 맛을 더욱 끌어올린다고.
 홉은 향기를 담당하는 만큼 까다롭게 선별하였고 결국 '아로마 홉'으로 향을 결정했다고 한다. 오우, 향기만 맡아도 미친 듯이 기대된다... 맥아를 실제로 시식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생으로 씹어먹어도 정말 맛났다.
 맥아의 감칠맛, 홉의 화려한 향기를 살리기 위해선 섬세한 공정이 필요하다. 이제 맛있는 맥주가 탄생하는 공정을 보러 이동하자.
 

1단계: 담금(빚음)

 먼저 천연수에 맥아를 첨가하여 효소로 당분해 과정을 거친다. 여기에 홉을 추가하면 홉의 향을 가진 맥즙이 생성된다.
 

2단계: 발효

다음은 발효. 맥즙을 7일 발효시키면 어린 맥주(갓 태어난 맥주)가 되는데 정해진 온도로 저온 발효시키지 않으면 맛이 변형되기 때문에 섬세하게 조절한다. (어린 맥주가 이후 어떻게 되는지 따로 설명을 해주셨는데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잘 안 난다...) 산토리는 다양한 효모를 보유하고 있는데 제품에 따라 적절한 효모를 선택해 사용하고 있다. 마스터즈 드림은 에일이기 때문에 발효 에일 효모를 사용한다. 효모 탱크 안에서 효모는 최적의 환경을 부여받아 24시간 관리되고 있다.
 

 발효된 맥주는 중앙 파이프라인을 따라 커다란 탱크로 모인다. 탱크에서 숙성하는 동안 맥주에 탄산가스가 녹으면서 맛과 향기가 부드럽게 변한다.
 

3단계: 여과(필터링)

 여과는 숙성을 마친 맥주에서 효모와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이다. 여과를 거쳐야만 황금빛의 맑은 맥주를 얻을 수 있다. 여과까지가 기본 맥주(마스터즈 드림)의 공정이고, 한 단계 위의 맥주인 '마스터즈 드림 더 프리미엄 몰츠'는 이 공정을 2번 반복해 더 맑은 빛과 깊은 맛을 낸다.
 

4단계: 관능검사

 일본 전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판매되는 맥주들. 산토리의 이름을 걸고 판매하는 맥주인 만큼 '균일한 품질로 판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4개의 공장에서 사용하는 원천수가 각각 다르지만 고객의 손에 쥐어지는 맥주의 맛은 동일해야 하니까. 군마, 도쿄, 교토, 구마모토의 맥주 맛을 맞추기 위해 전문가를 모셔 맥주 맛을 검사하는 '관능검사' 과정을 거친다. 이른바 맥주 소믈리에라 할 수 있겠다.
 참고로 산토리의 맥주는 제품에 코드가 적혀있어서 어느 공장에서 만들었는지 알 수 있다. 산토리 맥주를 마시게 된다면 한 번 확인해 보자. (P=군마현, F=도쿄도, L=교토부, Y=구마모토현)
 

맥주 캔의 디자인에 대한 설명도 해주셨다(오디오 가이드엔 없음). 캔에 있는 2개의 곡선이 보이는가? 이것은 우리가 유리잔으로 생맥주를 마실 때 잔이 기우는 모습을 반영하여 캔맥주를 마실 때도 유리잔에 있는 맥주를 마시는 것처럼 디자인한 것이라고 한다. 다들 이 설명을 듣고 "오~", "에에~~"를 짠 것처럼 외쳤다.ㅋㅋㅋ (나도 그 중 하나)
 

5단계: 필러

 이곳에서 음료(술)를 용기에 주입하는데 일반 음료도 이쪽에서 취급하고 있다고.
 

6단계: 패키징

와... 이 어마어마한 규모를 보라. 이것이 대기업의 음료 공장이다... 거의 다 자동화되어 있어서 안에 돌아다니는 직원은 극소수였다.
 

참고로 산토리는 맥주 말고 음료도 다양하게 생산한다. 어떤 제품을 생산하는지 자세히 알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참고.
https://www.suntory.com/softdrink/company/business.html
 
다음 편은 시음 후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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