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게츠 양조장은 히토요시 성터에서 500m 떨어져 있다.
센게츠는 1903년부터 이어진 기업이다. 창업자인 '츠즈미 지스케'씨가 간장 양조 가문 출신으로 양조 기술에 대한 지식을 소주를 만드는 데 활용하였다고 한다. 이후 아들인 2대 대표가 세계대전 이후에 구마 소주를 구마모토, 후쿠오카, 도쿄에 전파하였고 3대 대표(현 대표)인 '츠즈미 마사히로'씨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센게츠라는 브랜드 이름은 3대 대표가 '미네노쓰유'에서 바꾼 이름이라고.
센게츠가 120년 넘도록 변함없는 맛을 유지해 온 비법은 토기나 참나무통에 소주를 저장하는 것이다. 항아리에 숙성한 소주 중에는 60년이 넘은 것도 있다고. 증류소(공장) 2층에서 센게츠의 6가지 소주를 시음해 볼 수 있다.
사무실 건물 1층에서 서류를 작성하고 공장으로 들어가면 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하고, 마지막 입장 시간은 오후 4시 30분이다. 15분 동안 소주 시음이 가능하다. 리큐어 두 종류는 따로 제공해 주신다. 내게 가장 맛있었던 건 카와베 소주와 코이 쇼소우였다.
한국인들도 많이 들리는지(아마 골프 패키지에서 들리는 것 같다) 한국어로 된 제품 설명서가 있었다.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유령절로 유명한 '에이코쿠지'다.
절을 둘러보기 앞서 귀무덤을 보러 왔다. 일본에 있는 조선인의 귀무덤은 총 6곳. 그중 이곳의 귀무덤이 작년(2023년)에 발견되었다. 이전 글에서 사가라 영주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조선인의 코와 귀를 진상했다고 언급했는데 바로 이 무덤이 그 증거다. 알림판이 세워진지는 약 100년으로 추정되나 귀무덤의 존재가 알려진 것은 고작 1년도 되지 않았다. 일본 곳곳에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귀무덤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유령의 족자는 본당에 들어가자마자 왼쪽에 전시되어 있으며 유령이 나왔다고 전해지는 연못은 본당의 오른쪽 복도를 따라가면 나온다.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자유롭게 관람이 가능하다. 입장료는 없다.
신발을 스노코 밑에 벗고 들어간다.
절에 비치된 책자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에이코쿠지는 1408년이 창건된 조동종 사찰이다. 이 절이 창건되었을 당시, 사루지명의 선비가 첩을 두었는데 본처의 질투가 심하여 구마천에 스스로 몸을 던졌다고 한다. 그 후 귀신이 되어 본처를 괴롭히자 본처가 스님의 법력 아래 보호를 받기 위해 절로 몸을 숨겼다. 스님 앞에 나타난 귀신은 스님에게 인과의 이치를 설파받았고, 스님이 그린 자신의 추악한 모습에 놀라 스님에게 인도를 전해달라고 간청하여 성불하였고, 그 후론 나타나지 않았다고. 본당 뒤 귀신이 나왔다는 연못이 지금도 남아있다.
바로 이 책자가 스님이 그렸다는 귀신(유령이 된 첩)의 모습이다. 진짜일지 아닐지는 모르겠으나 상상에 의존해서 그렸다기엔 너무 생생한 모습이 아닌가.
2017년에 재창건되어 아주 깔끔한 모습이다.
연못을 보러 간다.
박물관에 가야만 볼 법한 그림들이 무심하게 걸려있어 사진을 찍었다. 어느 시대의 그림인지 아시는 분은 고견을 나누어주시길 바란다.
바로 이 연못이 귀신이 나타났었다는 유령못이다. 지금은 약수터로 봄에는 벚꽃, 진달래가 여름에는 수련이 만발하여 사계절의 변화를 즐길 수 있다고.
모든 방은 아주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고, 한편에는 세월이 바랜 책과 꽃과 떡이 가득한 불단이 있었다. 사진 속의 책을 읽고 싶었으나 일본어를 못 읽는 관계로...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기약했다.
절에서 나가기 전 비석 앞에 커다란 설명이 있어 읽어보았다.
「메이지 10년, 다하라자카에서 패한 사이고다카모리는 야쓰시로부터 이곳으로 도망쳐 예로부터 요해의 땅인 히토요시에 근거해 관군을 막으려 했다. 당시 이미 섬월성(인길성)은 헐려 있었기 때문에 당영구사에 본영을 마련하여 기리노토시아키 등 참모 제장들이 밤마다 계책을 마련하였다. 4월 27일에 히토요시에 와서 보다 33일 동안 관군을 막았으나 달리 5월 29일 다카모리는 고개를 넘어 고바야시로 도망쳤다. 그때 우리 절도 모두 잿더미로 변했다. 사보 등도 거의 타버렸는데, 그때 불탄 나머지 하나가 이 절의 유령 괘축이다. 이 비는 본 영지를 기념하여 해군대장 야마모토 젠스케가 휘호한 것이다.」
이제 버스 시간까지 잠시 쇼핑 시간을 갖는다.
유리병 디자인 때문에 살까 혹했던 간장... 그리고 5분 넘게 나를 묶어 둔 냥코센세 인형이 있던 진열대...
결국... 3호 선생을 모셔왔다...
잠시 쉬어가기 위해 미리 물색해 둔 찻집 '마치야 갤러리 다테야마'에 들렀다.
목재상의 본택을 전통 찻집으로 바꾸어 운영 중인 다테야마는 식사류와 디저트류를 파는 가게다.
메뉴는 사진을 참고.
디저트를 먹을 생각으로 왔는데 지금은 녹차만 판매한다고 하셔서 아쉽게 발길을 돌렸다.
다른 카페에 가기 전 잠시 신궁에 들렀다. 2020년 여름, 폭우로 인한 구마가와 범람으로 시내 일대가 잠기는 재해가 발생했다. 시간당 100mm가량의 폭우는 일본 3대 급류인 구마가와의 강물살을 더욱 거세게 만들었고, 결국 강의 제방이 붕괴된 것이다. 구마모토현에서 65명이 사망하고 7,400 가구가 침수 피해를 입어 지금도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다.
내가 묵었던 히토요시 료칸도 2층까지 침수가 되었었다. 오카미 상에게 여쭈어보니 다행히 히토요시 료칸은 건물의 토대가 되는 기둥이나 벽들은 망가지지 않아 다른 건물들에 비하면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고 하셨다. 히토요시 료칸 바로 앞에 있는 국보, 아오이 아소 신궁 역시 침수를 피해 갈 수 없었고 신궁 앞 전봇대엔 당시 물이 몇 m까지 범람했는지 알려주는 표식이 있었다. 그 높이 3.9m로 성인 남성 2명의 신장을 합친 것보다 크다.
히토요시 료칸과 같은 건물에 있는 카페 '아마이로'에 왔다.
히토요시 역과 강의 다리 모형이 있었다. 철덕에게 히토요시 역은 정말 매력적인 역이다. 지금은 수해로 관광열차가 다니지 않지만... 히사츠선 복구가 어렵더라도 다른 노선의 열차는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사장님께서 수집하신 굿즈가 하나같이 너무 예뻐서 홀린 듯이 사진을 찍었다.
팬케이크 하나를 주문했는데 주문이 잘못 들어가 두 접시가 나왔다. 다행히 정정해서 한 접시만 먹고 값을 제대로 치를 수 있었지만 괜히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남은 한 접시는 가게에 있던 다른 단골손님들께 돌아갔다.
예약한 택시를 타고 히토요시 인터체인지로. 요금은 1,030엔 나왔다.
이제 고속버스를 타고 구마모토시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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