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료칸이라 밤에 추울까 걱정을 많이 했다. 다행히 두꺼운 이불을 2개나 깔아주신 데다가 히터 덕분에 따뜻하게 잘 수 있었다. 어젯밤에 안개가 꼈을 때부터 예상했지만 오늘의 날씨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아침 7시에 이른 식사. 셀프 코너에 있는 것들(달걀, 유제품 등)도 모두 품질이 좋다.
반찬 하나하나가 매우 정갈하고 맛이 좋아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개인적으로 저녁보다 아침이 더 맛있는 료칸이라고 생각한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카운터에 나츠메 우인장 유메구리 온센 투어 스탬프를 받으러 갔다. 도장 3개를 모은 덕분에 15주년 기념 굿즈를 획득!
이제 노천탕을 즐기러 간다.
노천탕 옆에는 폐쇄식 샤워부스가 2개 있다. 부스 개수가 적다 보니 사람이 붐비지 않는 시간을 잘 골라서 와야 한다. 노천탕 역시 매우 아담하다. 아담하지만 물의 질은 '히토요시 료칸'의 명성답게 매우 훌륭하다. 어제 실내탕도 좋았지만 확실히 노천탕은 용출수가 바로 나와 더 미끌미끌한 느낌이 들었다.
이번 여행에서 히토요시의 온천을 4곳 다녀왔는데 이곳 히토요시 료칸의 물이 가장 훌륭했다. 다른 3곳의 물도 훌륭해서 히토요시는 어떤 온천을 가도 실패할 확률이 없을 것 같다. 유메구리 투어 상품을 얻기 위해 온천 순례를 다녔는데 오히려 내쪽이 온천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다음에 히토요시에 머물 때는 더 많은 온천을 순례해보려 한다. 그때는 일주일 동안 매일 주야장천 온천만 다니고 싶다.
정원이 보이는 이 복도가 참 좋더라.
짐을 다 싸고 카운터에서 돌아갈 택시를 미리 예약했다. 택시 예약을 해주신 분이 한국어가 가능해서 대화가 매우 수월했다. 아마 오카미 상의 아드님이 아닐까 생각한다.
홀에 기념품을 파는 공간이 있는데 소용량 제품이 많고 가격도 매우 합리적이었다. 시간이 된다면 가볍게 둘러보길 바란다.
유메구리 온센 투어 인증!!!
이벤트 기간은 2023년 12월 22일부터 2024년 2월 12일까지. 지금은 종료된 이벤트지만 궁금해할 분이 있을까 싶어 포스터를 올린다. 이벤트 페이지가 따로 있었지만 지금은 폐쇄돼서 볼 수가 없다. 추후에 비슷한 이벤트가 생기면 소개해보겠다.
체크아웃을 하고 어제 보지 못한 '가라쿠리 시계'를 보러 히토요시 역에 왔다.
가라쿠리 시계는 지금은 소실된 '히토요시 성'을 본떠 만든 3층 짜리 시계다. 히토요시 성은 '무샤가에시(武者返し) 양식'을 띄고 있는데 이는 구마모토현 구마모토시에 있는 '구마모토성'과 동일한 양식이다. 석축으로 높게 지은 성은 오를수록 몸이 심하게 뒤로 젖혀져 올라가기 쉽지 않아 '무사는 물론, 몸놀림이 가벼운 닌자조차도 오를 수 없다.'라고 하여 '무샤가에시'라는 이름이 붙었다.
매시 정각이 되면 구마지역의 민요인 '구마의 로쿠쵸시(球磨の六調子)' 음악에 맞추어 여러 인형이 움직인다. 영주와 촌장을 포함해 17개의 인형이 나오는데 히토요시의 영주가 성내 감찰을 하며 온천과 구마소주를 즐기는 이야기다. 제법 볼만하니 히토요시 역에 들린다면 꼭 보길 바란다. 인형이 동서남북으로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관람객도 빙빙 돌며 따라다녀야 한다. 3~10월은 9~18시, 11~2월은 9~17시까지 운영한다.
[참고문헌]
https://kumamoto.guide/ko/spots/detail/12870(구마모토 관광 가이드 사이트)
https://castle.kumamoto-guide.jp/ko/history/(구마모토성 공식 홈페이지)
마침 유노마에선의 KT-500형 동차가 보여 찍어봤다. 히토요시 역은 'JR 규슈'의 '히사츠선'와 '쿠마가와 철도'의 '유노마에선', 총 2개의 철도의 정차역이다. 하지만 현재 히사츠선은 유실로 운행계통이 분리되어 운휴 중이고, 유노마에 선은 히고니시노무라~유노마에 구간만 복구되었다. 워낙 인구가 적은 탓에 복구를 할지 의견이 분분했던 모양이지만 20년 8월 복구가 결정되었고 21년 3월부터 크라운드 펀딩을 받았다. 2025년에 전 구간 복구 예정이라고 하니 완전 복구 이후에 히토요시 여행 계획이 있다면 유노마에 지역에 있는 온천까지 다녀오면 좋을 것 같다. JR 규슈의 히사츠선은 아직 언제 복구가 될지 알 수가 없다.
아래는 유노마에선의 풍경을 담은 영상이다. 참고바란다.
가라쿠리 시계 구경을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우에무라 우나기야'에 왔다. '우에무라 우나기야'는 히토요시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점이다. 히토요시엔 우나기를 취급하는 유명한 가게가 몇 군데 있는데 이곳이 가장 으뜸으로 꼽힌다. 이런 시골에 있는데도 구글 리뷰가 1900건이 넘으니 얼마나 인기가 많은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틀 전에 이곳을 지나갔을 때 웨이팅이 있길래 히토요시 료칸의 오카미 상께 몇 시쯤 가면 웨이팅 없이 먹을 수 있는지 여쭈니 12시 이전에 가면 보통 대기 없이 들어갈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만약 우에무라 우나기야에 방문할 예정이라면 오전 11시 30분 즈음 도착하면 충분할 것 같다. 가게 바로 앞에 주차장도 있다.
밖에 웨이팅이 없어 매장 안으로 들어가니 내부에도 대기 공간이 따로 있었다. 10분 정도 기다려 방으로 안내받을 수 있었다.
기다란 복도를 따라 많은 방이 있는데 모든 공간이 참 청결하고 멋스러워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100년 된 집이라 허름할 줄 알았는데 증축을 하면서 리모델링도 한 모양이다.
한국인 구마모토 골프 패키지가 있어서 그런지 한국어 메뉴가 따로 있었다.
나의 추천 메뉴는 '우나쥬'. 다 비슷비슷해 보이는데 무슨 차이냐고 궁금해할 분을 위해 짧게 설명을 드리자면 '우나쥬'는 '쥬바코'라는 찬합에 밥을 담고 그 위에 장어가 올라가는 것이고, '우나동'은 '돈부리'에 밥을 담고 그 위에 장어가 올라가는 것이다. 가게마다 수량 차이는 있겠지만 우나쥬는 장어 1~2마리가 통째로 잘라져 올라가고, 우나동은 그보다는 적은 장어가 올라간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히츠마부시'는 '메시비츠(히츠)'라는 나무 찬합을 사용하는데 이는 '나고야식'이다.
나는 밥보단 장어를 더 먹고 싶어서 우나쥬를 주문했고 사이즈는 '중'으로 했다. 사실 같은 방의 옆 테이블에 있는 손님들이 우나쥬 중 사이즈를 주문하길래 따라 주문했다. 이럴 때 일본어를 할 수 있는 점이 참 좋다.ㅎㅎ
가성비 있게 먹고 싶다면 우나동, 장어를 좀 더 먹고 싶다면 우나쥬, 금전 여유가 있는 분이라면 장어 가이세키를 추천한다.
11번 방의 모습. 4인용 테이블 2개가 있고 구석에는 녹차가 나오는 기계가 있다.
떨리는 순간...
내 인생 최고의 장어였다...
행복한 식사를 마치고 히토요시 성터 구경을 위해 걸어가던 무렵, 화과자 가게를 발견해서 들어갔다.
1949년(쇼와 24년)에 창업, 1926년(쇼와 37년)에 설립한 '카우메'는 화과자와 양과자를 판매하는 구마모토현의 회사로 구마모토현 구마모토시에 '하쿠산 본점'을 두고 있다. 구마모토시에만 9개의 지점, 현북 지역에 6개의 지점, 현오 지역에 2개의 지점, 현남 지역에 2개의 지점을 두고 있다. 그 외엔 후쿠오카의 하카타역에 지점이 1개 있다. 온라인 구매(택배)도 가능하다. 나는 가장 대표 메뉴로 보이는 매화떡만 하나 구매했다.
큰 주차장이 있어 차가 있는 여행객도 쉽게 방문할 수 있다.
흐린 날의 구마가와.
평화롭다.
다리 앞에 있는 4개의 잘라진 나무통이 독특했다.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 걸까?
사가라(상양) 호국 신사는 국가 지정 사적이다. 호국 신사는 국가를 위해 순직한 이들을 모시는 신사이고, 일본은 선사유적지, 고분, 성곽 등의 역사적 유적지를 사적으로 지정하고 있다. 일본에는 현재 미준공된 호국신사를 포함하여 총 52곳의 호국 신사가 있다. 일제 강점기 시절, 우리나라에도 호국 신사가 있었는데 조선총독이 지정한 경성호국신사가 이에 해당한다. 현재 해외에 있는 호국 신사는 모두 폐사되었다. 즉, 호국 신사는 일본 정부의 지배력을 두기 위한 하나의 도구였다.
'사가라 씨'는 히고(현재의 구마모토현 땅에 세워진 옛 나라, 히고국) 남부를 지배했던 센고쿠 다이묘(센고쿠 시대의 다이묘)의 씨족이다. 에도 시대부터 메이지 유신까지 히토요시번을 다스린 가문으로 39대까지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중 20대 번주가 조선으로 출병을 했었고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조선인의 귀와 코를 1800개 진상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신사를 방문하기 꺼려지는 분들도 당연히 있겠지만 역사를 어떻게 보고(報告)하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라도 역사 유적지는 많이 다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 구정이 지나진 않았지만 연초라 오미쿠지를 하나 뽑아봤다. 결과는 '대길'. 올 한 해 열심히 정진해야겠다.
성채는 모두 소실되고 지금은 성터만 남아있지만 충분히 와볼 가치가 있다.
이제 센게츠 양조장과 에이코쿠지(귀무덤이 있는 유령신사)를 보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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