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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 이야기/7박 8일 북규슈 뚜벅이 여행(2022)

나가사키, 빛은 모일수록 아릅답다.

by 조각찾기 2022.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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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27일. 여행의 여섯 번째 날. 

기차가 선로를 지나가는 덜컹덜컹 소리에 눈을 떴다.

 

5일간의 피로가 쌓여 몸상태가 좋지 않았다. 쉬어가는 날이 왔음을 직감했다. 근교 여행을 갈지, 후쿠오카 시내를 돌아다닐지는 낮의 몸 상태를 보고 하카타로 돌아가는 특급 열차 유후에서 정하기로 했다.

 

리바이 동상

호텔 루트 인 히타 에키마에가 역에서 도보 1분 거리라 다행이었다. 덕분에 체력을 아낄 수 있었다. 역 앞에 있는 리바이 동상을 보며 언젠가 다시 오겠다고 다짐했다. 

 

오전 9시 30분. 히타 역 앞은 마켓 준비로 분주하다. 기차 시간이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마켓을 둘러보다 갔을 텐데 10시 기차라 사진만 찍었다. 이번 여행에서 방문한 소도시의 역사 앞에는 모두 광장이 있었다. 다케오, 우레시노, 히타 모두. 셋 다 인구가 10만 명도 되지 않는 도시지만 히타 역 앞은 유독 활기가 있었다. 사람 냄새가 났다.

 

어제는 관광안내소에 가느라 급히 지나쳤던 가게. 다시 보니 리바이의 뒷모습 그림이 있다. 구글맵을 찾아보니 오코노미야끼 식당이었다. 입구가 아기자기 푸릇푸릇 참 예쁘다.

 

떠나기 전 에렌을 한 번 더 봤다.

유후가 도착했다. 이 열차는 2량 또는 3량으로 운행되는 특급 열차다. 1량은 자유석, 다른 1량은 지정석이다. 무비자 입국이 풀리면서 한국인에게 유명한 관광지 '유후인'의 인기가 뜨겁다. 사실 유후인은 현지인에게도 인기 많은 온천이다. 유후인 외 다른 지역(열차가 정차하는 지역)을 가시는 특급 열차 이용객의 경우, 꼭 좌석이 있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 주말이라면 더더욱... 나 역시 이 점을 고려해 지정석을 예약했다.

 

유후의 지정석 차량. 다행히 여유가 있었다. 지정석 예매 시 최대한 옆 사람이 없도록 배정을 해주는 것 같다. 혼자 앉으신 분들이 많았다. 특급 열차 유후는 문 주변에 캐리어를 놓을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이 없다. 캐리어는 위 선반에 올려놓아야 한다. 난 혼자 앉은 덕분에 캐리어를 옆자리에 두었다. 어제 봤던 풍경을 되짚으며 안락한 의자에 몸을 기댄다. 찌뿌둥했던 몸이 조금 나아졌다. 

 

달리는 유후 열차 안에서 오늘 일정을 정했다. 후쿠오카 시내가 아닌 나가사키를 가기로. 주말이라 후쿠오카 시내나 근교는 어딜 가도 관광객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후쿠오카 시내는 대부분의 장소가 가깝기에 더 많이 걷게 된다. 이동 시간이 많이 걸려도 열차에서 몸을 쉬면서 조용한 나가사키에 다녀오는 편이 나았다. 나가사키는 구마모토처럼 주요 관광지를 노면전차로 다닐 수 있어 지친 뚜벅이 여행객에게 안성맞춤이었다.

 

하카타 역에 도착하니 오전 11시 20분. 2박을 묵을 니시테츠 호텔 크룸 하카타로 짐을 맡기러 간다. 호텔은 정말 역 코 앞에 있었다. 버스 터미널도 바로 앞이라 교통이 편리했다. 1층에 로손 편의점도 있다. 새벽에는 호텔 투숙객만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면 로비가 있다.

 

로비 역시 넓고 쾌적하다. 역시 대기업이 운영하는 호텔답다. 상주하는 직원도 많고 기계로 호텔 체크인, 체크아웃을 하는 시스템이라 편리하다. 외국인 숙박객이 많았다.

 

12시 4분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기 위해 하카타 역으로 돌아왔다. 가는 길에 고로 상을 만났다. 아는 얼굴이라 참 반갑다.

 

창문으로 라라포트가 보인다. 쇼핑몰 앞 거대한 건담이 유명하다.

4일 차 구마모토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가방에 간식을 넣고 다녀야 한다는 것을. 덕분에 기차에서 초콜릿으로 허기를 달랬다. 유명한 메이지 초콜릿. 피스타치오 맛이 궁금해 사봤다. 맛있지만 쟁여올 정도는 아니다. 

 

나가사키로 향하는 기차엔 정말 사람이 없었다. 자유석 차량인데도 나 포함 2명이 전부였다. 

 

다케오 온센에서 기차를 갈아탔다. 구마모토 편에서도 소개했지만 니시규슈 신칸센 라인은 내리지 않고 한 번에 나가사키현까지 갈 수 없다. 넷째 날 니시규슈 신칸센을 이용해본 덕분에 수월하게 환승할 수 있었다. 이 기차의 자유석은 좌우에 3열씩 의자가 있다. 이 칸의 탑승객은 총 7명이었다. 아이 넷을 둔 젊은 부부, 그리고 나. 나가사키에서 내릴 때 아이 둘이 내게 인사해주었다.( "こんにちは。") 네 자녀 가족은 정말 오랜만에 봤다.

 

창 밖으로 보이는 나가사키의 풍경은 우리나라의 부산, 여수와 비슷했다. 언덕과 산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건물과 집들. 가파른 경사의 도로. 나가사키는 경사길이 많아 걸어 다니기 힘들다고 들었는데 과연 그럴만했다.

 

나가사키시는 나가사키현의 현청 소재지로 인구는 약 40만 명이다. 일본에서 가장 먼저 개항한 항구도시로 지금도 구라바 고엔, 데지마 등의 역사명소가 남아 있다. 항만도시로 번창한 이 도시는 조선업, 방위산업이 함께 발달하였는데 그 탓에 미국의 핵 폭격을 받았다. 헤이와 공원 옆에 나가사키 원폭 자료관과 추도 평화 기념관이 있다. 바로 옆에 나가사키 원폭 조선인 희생자 추도비가 있으니 시간이 된다면 꼭 방문해보시길 바란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나가사키는 가톨릭 신자 비율이 4.5%로 일본에서 가장 높다. 일본의 가톨릭 신자 비율이 1%가 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다. 우라카미와 오우라 근처에 가면 성당 순례를 하는 분들을 볼 수 있다.

 

신칸센 개찰구로 나오는데 익숙한 음악이 들렸다. 처음엔 방송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개찰구 앞에 피아노가 있었다. 바로 이 피아노에서 나는 소리였다.

 

흰 후드티의 남성 분이 요네즈 켄시의 'KICK BACK'을 연주하고 계셨다. 이번 분기 인기 애니메이션인 체인소맨의 오프닝 곡이다. 현재 일본에서 가장 핫한 밴드 중 하나인 'KING gnu'의 리더 겸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츠네타 다이키'가 협업하였다. 빠른 템포로 매우 어려운 곡인데 이 곡을 피아노로 연주하시더라. 깜짝 놀랐다. 나가사키역에 도착하면 피로회복제를 사 먹어야지 벼르고 있었는데 연주 덕분에 에너지가 풀 충전됐다. 잠깐이지만 대화도 나누었다.

 

참고로 요네즈 켄시는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젊은 싱어송라이터다.(1991년생) 우리나라에서 솔로 아티스트 하면 딱 떠오르는 가수들이 있듯이 일본에서 솔로 가수라면 켄시를 빼놓을 수 없다. J-POP을 듣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 그가 발매하는 곡은 인기차트에서 장기 집권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개인 앨범 외에 애니메이션 수록곡도 활발하게 참여하여 아니메 팬 사이에서도 엄청난 인기다. 관심 있는 분들은 곡을 찾아들어보셨으면 좋겠다. 실망하지 않으실 거다.

 

나가사키 역에서 다리를 건너 분지로로 향한다.
항구 도시의 모습. 이 날은 유독 바다가 너무 보고 싶었다. 구마모토 갔던 날도 그랬고. 탁 트인 항구도시를 보니 가슴이 뻥 뚫린다.
저 멀리 송전탑이 보인다. 이나사야마 전망대에 있는 NHK 송전탑이다.
커브를 따라 내려와 쭉 걷는다.

나가사키 역에서 도보 15분. 살짝 경사 있는 다리를 넘어 열심히 걷는다. 나가사키행 기차 안에서 가장 고민한 건 바로 식사. 저녁까지 음식점을 찾아 이동할 수 있는 몸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딱 한 끼만 먹을 수 있었다. 분지로의 돈가츠냐, 나가사키 짬뽕의 원조 시카이로냐. 고심 끝에 분지로로 결정했다.

 

분지로의 로스가츠(런치, 150g). 1320엔.
미쳤다.

가게에 도착하니 2시 10분. 점심 피크 타임이 지났음에도 사람이 많다. 내 앞에 웨이팅은 총 3명 있었다. 대기자 명단에 이름과 인원수를 쓰고 기다리면 된다. 영어와 가타카나로 성을 쓰니 한 일본인 여성이 신기한 듯 쳐다봤다. 

 

내가 주문한 건 런치메뉴의 등심 가츠. 분지로는 런치가 훨씬 저렴하다. 120g과 150g 중 선택할 수 있다. 난 많이 허기진 상태라 150g으로 주문했다. 밥과 미소시루, 츠케모노가 함께 나온다. 밥과 미소시루는 리필 가능하다. 등심가츠를 한 입 베어 무는데... 와... 미쳤다. 너무 맛있다. 나가사키에 오면 꼭 다시 올 거다... 120g은 이 돈가츠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무조건 150g이다. 분지로에 오기 전에는 주전부리로 배 채우지 마시길. 돈가츠에 집중하자. 점심 영업은 3시까지 지만 라스트 오더는 2시 50분 정도였다. 대신 이 경우엔 대기 시 메뉴를 주문받는다. 오픈 시간이나 2시~2시 30분 사이에 오면 오래 기다리지 않고 드실 수 있을 것 같다. 카드 결제 가능하다.

 

분지로에서 행복한 점심식사를 마치고 종점만 보고 버스에 탔다. 오우라 쪽으로 내려가길래 급하게 내렸다. 다행히 쇼오켄까지 그리 멀지 않아 천천히 걸어가기로 했다. 도시의 건물들이 전체적으로 서양인 듯 동양인 듯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시야쿠쇼 거리로 나오니 관공서로 보이는 건물이 있다. 나가사키 시청 건물이었다. 사실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귀여운 홍보가 눈에 띄어 발걸음을 멈췄다. 바로 카모메 홍보의 끝판왕, 니시 규슈 신칸센과 만화의 콜라보다.

 

사진의 캐릭터 둘은 만화 '겁쟁이 페달'의 주인공 오노다(우)와 캡틴 테지마(좌)다. 겁쟁이 페달은 주간 소년 챔피언에서 2008년부터 연재 중인 자전거 스포츠 만화다. 이 겁쟁이 페달의 원작 만화가 '와타나베 와타루'씨의 고향이 바로 이곳, 나가사키현 나가사키시다. 구마모토와 히타에서도 느꼈지만 이런 점이 참 좋은 것 같다. 지역사회와 그 지역 출신의 작가가 협업하는 것. 사람들에게 볼거리도 제공하고 말이다.

 

겁쟁이 페달은 사이클 경기부에 들어가 로드바이크를 만난 주인공 오노다 사카미치의 이야기다. 구기종목 스포츠 만화는 많지만 자전거를 소재로 한 만화는 흔치 않다. 그림체의 진입장벽이 높지만 적응하면 엄청난 재미와 감동을 느끼실 수 있다. 한국에서 이 만화(애니메이션)를 보고 로드바이크 입문하신 분들이 많았다.(웃음)

 

구마모토 시청 옆 육교를 건너 경사길을 오르면 아주 오래돼 보이는 노란 건물이 있다. 바로 이 건물 왼쪽에 쇼오켄 본점이 있다. 완벽한 점심식사에 이어 자라메 설탕이 박힌 나가사키 카스테라로 완벽한 후식을 먹을 생각에 설렜다.

 

...... 이런. 멀리서부터 하얀 벽이 심상치 않았는데 공사 중이었다. 2022년 11월 18일부터 2023년 1월 하순까지. 공사가 시작한 지 열흘도 되지 않았다. 하필 휴점 기간에 딱 걸렸다. 다른 지점이 있지만 본점처럼 카페가 없으니... 아쉽지만 본점 방문은 다음 기회로. 근처의 메가네바시 다리로 향했다.

 

메가네바시 다리에서 냥코센세와.
옆 다리로 이동해 메가네바시 다리를 구경한다. 나가사키 관광객은 다 여기에 있는지 사진을 찍는 현지인, 중국인 관광객이 많았다.

메가네바시 다리. 다리의 호와 물가에 비친 호가 만난 모양이 마치 안경과 비슷해 붙여진 이름이다. 나가사키에만 있는 다리는 아니고 다른 지역에도 이런 안경 모양의 다리가 있다고 들었다. 다리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 하트 돌을 찾는 사람들. 즐거워 보였다.

 

다리에서 냥코 센세와 사진을 찍고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 냥코 센세의 잎사귀가 없어졌다. 갤러리의 사진을 보니 방금까지 있던 잎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증거가 있으니 이 다리와 저 다리 사이 어딘가 있겠거니 바닥을 샅샅이 찾았다. 다행히 다리 앞에서 잎을 찾을 수 있었다. 

先生、ごめんなさい。。。

 

일몰 시간에 맞추어 이나사야마 전망대로 간다. 전망대로 가는 방법은 크게 3가지가 있다. 차나 택시를 이용하는 법, 전망대로 가는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가는 법, 대중교통(버스, 전차)과 도보로 가는 법. 무료 셔틀버스는 돌아가는 버스 시간이 정해져 있어 전망대에 원하는 만큼 머무를 수 없다. 그래서 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나가사키의 노면전차를 타고 다카라마치에서 내려 로프웨이까지 도보로 1.1km. 대부분 평지라 그리 힘들지 않다.

 

성인 1250엔(왕복)

다리를 건너 우회전해 조금 더 걸으면 높은 경사에 자리 잡은 집들이 보인다. 걸어가다 보면 토리이가 있는데 그 토리이를 조금 더 지나 왼쪽으로 꺾으면 나가사키 로프웨이 타는 곳으로 올라갈 수 있다. 로프웨이가 아니라 슬로프 카를 타실 분은 버스를 이용해 이나사야마 공원까지 가는 방법을 추천드린다.

 

오후 5시가 막 넘은 시간. 해지기 전이라 로프웨이 줄이 없었다. 승객은 나 포함 4명. 밤엔 로프웨이 줄이 기니 일몰시간에 맞추어 오는 것을 추천한다. 일몰, 황혼, 야경을 모두 볼 수 있다. 전망대에서 좋은 자리도 선점할 수 있고. 로프웨이를 올라가며 보는 환한 시내의 전경도 멋있다.

 

하늘이 어둑해지면 전망대 가는 통로에 불이 들어온다. 통로를 쭉 따라가 우회전해 쭉 올라가면 전망대 도착이다. 아까 다리에서 봤던 송전탑이 있다.

 

일몰을 지나 황혼으로 접어드는 시간. 구름이 많아 노을이 보이지 않았다. 능선에 걸쳐있는 주홍빛이 희미하게 산란하는 모습을 보고 황혼에 접어듦을 알았다.
전망대 아래에서 부리또를 팔고 있었다. 가격은 700엔. 비싸지만 원래 높은 곳에서 먹는 음식이 맛있는 법.

나가사키의 야경은 하코다테, 고베 야경과 함께 일본 3대 야경으로 꼽힌다. 나가사키는 항구 도시라 운량 0%의 맑은 날을 만나기 힘들어 보였다. 이 날도 운량이 50%로 매우 뿌옜다. 하지만 충분히 아름다웠다. 

 

야경이 유명한 도시는 야경 하나만으로 관광객을 모은다. 북유럽, 홍콩, 뉴욕 등. 야경만으로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다. 사람들의 생활이 만들어내는 빛. 우리는 그 아름다움에 반해 발걸음을 옮긴다. 빛이 하나만 있다면 유명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크고 작은 빛이 모여 반짝거리기에 더욱 빛나는 것이겠지. 안갯속에서 영롱한 빛을 발하는 도시의 풍경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누군가의 생활(삶)이 모여 빛나고 있구나.' 하면서.

 

냥코센세도 야경을 감상한다.
로프웨이를 내려간다.

전망대에서 1시간 20분 정도 머물렀다. 부리또도 먹고, 사진도 찍고, 느긋이 야경을 감상하니 시간이 금방 갔다. 

 

켄 오쿠야마라는 유명한 디자이너가 로프웨이 디자인을 했다고 한다. 내려오니 로프웨이 타는 줄이 엄청 길었다.

줄이 길어 다음 로프웨이를 탈 줄 알았던 예상과 달리, 로프웨이의 최대 탑승 인원은 제법 많아서 줄 선 사람들 모두가 탈 수 있었다. 덕분에 바로 산을 내려와 버스를 탔다. 차가 다니는 거리로 나오면 바로 근처에 버스 정류장이 있다. 야경을 보고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분들이 많았다. 나가사키역 앞까지 10분 정도.

 

나가사키 에키마에에서 내리면 노면전차 육교가 있다. 여기서 주의할 점. 정류장 이름은 나가사키 에키마에지만 나가사키 역까지는 조금 걸어야 한다. 헤매지 않으면 금방 도착한다.

 

발권기로 지정석 예매를 하고 시간이 남아 쇼오켄에 방문했다. 녹차 카스테라를 하나 구입했는데 한국에 돌아와 먹어보니 바닥에 자라메 설탕이 없는 제품이었다. 설탕이 없는 카스테라도 충분히 맛있었지만 설탕이 있는 카스테라를 기대했기에... 너무 아쉬웠다. 다음에 오면 꼭 설탕이 있는 제품으로 구매해야지. 맛은 정말 맛있었다. 절제된 은은한 단맛, 촉촉한 빵, 녹차의 향까지 일품이었다.

 

편의점에서 산 기린 딸기라떼. 딸기맛 밀크티 맛이다. 얘만 딱 하나 남아있길래 사봤다.

북규슈 JR 레일패스로 이용하는 마지막 기차. 아직 하루가 더 남았지만 여행의 끝이 다가왔음이 느껴진다. 하지만 너무 아쉽다든가,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든가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늘 하루 동안 기차에서, 거리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내 나름대로의 답을 얻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충분히 행복한 하루였다.

 

앞으로 숱하게 떠날 여행. 그땐 처음 경험하는 것이 줄어들 테지. 지금은 JR 패스가 이 티켓 한 장뿐이지만 앞으로 같은 모양, 같은 디자인의 티켓을 무수히 쓸 테니. 하지만 그때가 되어도 이 JR 패스는 여전히 특별한 티켓으로 남을 거다. 어린 나이에 용기 내어 떠난 홀로 외국 여행. 그 여행에서 날 이곳저곳으로 데려다준 고마운 티켓이니까.

 

열심히 다닌 하카타역에서 사진 한 장.

 

니시테츠 호텔 크룸 하카타로 돌아왔다. 낮에 북적였던 횡단보도가 한적하다. 

 

내일은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늦잠을 자기로 했다. 참 열심히 다녔다. 내일은 조금 내려두고 여유롭게 다니려 한다.

 

직접 해보지 않으면,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머릿속에 생각이 뭉게뭉게 가득 차서 욕심을 내려놓을 수 없다. 마음은 무한이라 꾹꾹 눌러 담으려 해도 통제가 잘 안 된다. 하지만 스스로 공부하여 직접 걷고 보면 안다. 전부 보기엔 시간이 더 필요하고, 그 안에서 새롭게 배우고, 그래서 다음을 기약하고, 그렇기에 조금 내려놓아도 된다는 것을. 경험과 시간이 차곡차곡 쌓이면 언젠가 빛을 내게 되어있다. 그 빛은 감추려 해도 새어나간다. 마치 안갯속에서 빛나는 도심의 불빛처럼. 빛은 모일수록 아름다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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