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25일. 오후 4시 6분에 출발하는 미스미선을 타기 위해 재래선에 들어왔다.
신칸센을 타지 않는 분이라면 2개의 개찰구를 따로 파악해 둘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JR패스를 구매해 신칸센과 JR 재래선을 모두 이용하시는 분이라면 미리 각각의 개찰구 위치를 파악해두는 게 좋다.
재래선으로 들어오니 밀짚모자 일당이 반겨준다. 구마모토현 구마모토시는 원피스 원작 만화의 작가, 오다 에이치로 선생님의 고향이다. 재래선 곳곳을 원피스로 꾸며놓았으니 원피스 팬들은 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계단 위에 있는 원피스 지도는 밀짚모자 일당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 장소를 나타낸 것이다. 2016년의 구마모토 지진의 피해지 부흥을 돕기위해 오다 에이치로 작가와 슈에이샤가 「ONE PIECE 구마모토 부흥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작가 본인이 8억엔(약 80억 원)을 기부한 것이다. 2018년 11월 루피상이 구마모토현청 프롬나드에 설치된 것을 시작으로 올해 7월 징베상이 세워져 모든 밀짚모자 일당이 구마모토에 자리 잡았다. 오늘 미스미선을 탄 것도 노을 시간에 맞추어 징베 동상을 보기 위함이었다.
사실 구마모토하면 바다보다는 산을 떠올리실 것이다. 당연하다. 아소산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칼데라 화산이니까.
우리에게 구마모토의 바다는 많이 생소하다. 차량이 있으면 아소산 드라이브를 가는 게 자연스럽고, 뚜벅이 여행객에겐 찾아가기 쉬운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구마모토에서 바다가 있는 지역은 우토시와 아마쿠사시인데 우토시 시내를 벗어나면 두 지역 모두 교통이 불편하다. JR은 미스미 역을 끝으로 오야노 섬부터 철로가 없다. 오야노 섬을 지나야 있는 아마쿠사시는 나가사키가 더 가깝다. 당연히 버스도 1~2시간에 한 대로 살인적인 배차를 자랑한다.
그렇다면 기껏 구마모토까지 갔는데 산을 보러 가야지 왜 바다를 보러가는가? 그것은 구마모토 관광 가이드 홈페이지에서 우연히 본 몇 장의 사진에 반했기 때문이다.
바로 이곳이 구마모토현 우토시의 나가베타 해상로다. 규슈 북서부에 있는 바다인 아리아케해는 후쿠오카현, 사가현, 나가사키현, 구마모토현에 걸쳐 있는 규슈 최대의 만이다. 아리아케해는 일본 내에서 조수간만의 차가 매우 큰 해안이다. 썰물 때에는 사람과 차량이 지나 간다. 여기에 화창한 날씨와 황혼까지 겹치면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치히로와 가오나시가 기차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장면이 떠오른다. 게다가 징베 동상까지 있으니 애니메이션 팬이라면 어느 쪽이든 올 동기가 충분하다.
이 날 구마모토의 일몰은 오후 5시 13분으로 4시 6분에 출발하는 미스미선을 타야 일몰 시간에 맞출 수 있었다.
미스미선을 타고 20분 정도 가니 우토시의 바다가 시작된다. 스미요시 역에서 내려 20분을 걸어가면 나가베타 해상로다. 기쁜 마음에 내릴 준비를 하는데... 어라? 문이 열리지 않는다. 이때부터 나는 멘탈붕괴 상태에 빠졌다.
다음 역에서 방송을 들으니 미스미선은 앞 차량만 문이 열리는 방식이었다. 내릴 승객은 뒷 차량에서 앞 차량으로 이동해야 한다. 4일 동안 특급 열차와 신칸센, 기타큐슈의 JR만 탔던 나로선 처음 겪어보는 방식이었고... (알고 보니 일본에는 이렇게 앞 차량만 열리는 JR 열차가 꽤 있었다.) 결국 난 스미요시 역에서 내리지 못하고 창문으로 멀어져 가는 나가베타 해상로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다음 역인 히고나가하마에서 나가베타 해상로까지는 걸어서 30분. 못 걸을 거리는 아니지만 밥도 먹지 못한 내가 시도하기엔 무모한 도전이었다. 그래서 난 결국 목적지를 바꾸기로 했다.
아리아케해의 초승달 지형을 볼 수 있는 곳은 나가베타 해상로 외에도 2곳이 더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오코시키 해안이다. 나가베타 해상로가 인간이 만든 해상로와 자연의 시간이 어우러진 신비함을 자랑한다면, 오코시키 해안은 오직 자연의 선물만으로 아름다움을 뽐낸다. 원래 이 2곳 중 어디를 갈지 고민하다가 가까운 나가베타 해상로에 가기로 결정한 것이었는데 일이 이렇게 됐으니 오코시키 해안에 가는 건 운명이었을지도. 여행의 우연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 보기로 했다.
앞 차량으로 이동해 오다역에 내렸다. 주변에 편의점, 식당 하나 없는 시골의 조그마한 역이다. 구마모토 역에서 30분 거리에 너무나 대비되는 모습의 시골 역이 있었다. 미스미선 열차 중 가장 낡은 키하 40계 동차와 함께여서 그런지 더욱 고즈넉한 분위기다.
오다역에서 함께 내린 남학생 2명. 이곳에서 내린 승객은 학생 둘과 나까지 총 3명이었다. 사실 저 학생들이 없었더라면 이곳에서 내리지 못했을 것이다. 앞 차량에서 내리라는 방송은 들었지만 확신이 없었다. 방송 음량이 너무 작았고, 구마모토는 사투리가 심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구마모토에선 듣기 능력이 거의 통하지 않았다. 기관사 님 역시 구마모토 분이니 구마모토벤(구마모토의 사투리)을 쓰실 텐데 그 사실을 간과했다. 다행히 학생 둘이 앞 차량으로 이동하길래 나도 따라 내렸다. 학생들도 나처럼 역의 풍경을 열심히 찍더라. 동료가 생긴 느낌이었다(웃음). 현지인에게도 보기 힘든 시골 역인가 보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지만 덕분에 구원받은 여행객이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한다.
역사 안에는 티켓 개찰구도, 직원 한 명도 없었다. 그저 열차 시간표와 우토시 안내 팜플렛, 벤치 2개만이 덩그러니 있을 뿐. 하지만 이 시골역의 분위기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1899년 12월 25일에 개업하여 130년 넘게 사람들의 발이 되어준 오래된 역사. 낮에 들린 나가사키지로 서점과 비슷한 나이. 그 오랜 세월 동안 이 자리를 지켜주었음이, 왠지 모르게 고마웠다.
교통 안내 팜플렛에는 택시 부르는 법, 버스 타는 법이 따로 적혀있었다. 돌아갈 때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이 팜플렛을 손에 꼭 쥐고 오코시키 전망대로 향했다.
역 앞의 도로는 2차선으로 차가 빠르게 달린다. 인적이 없는 마을이라 그런가보다. 보행 신호 버튼을 누르면 되는데 배가 고파서 누를 생각을 못했다. 쌩쌩 달리는 차들을 구경하다 횡단보도를 건넜다.
구글 지도로 보면 오다역과 전망대는 매우 가깝다. 700m 정도다. 허나 여기서 방심하면 안 된다. 전망대까지의 길은 무려 네다섯 번을 돌고 돌아 올라가는 엄청난 경사의 굽이길이기 때문이다... 여길 걸어 올라가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보통 경차로 올라가더라. 큰 차량은 길 초입부터 들어갈 수 없으니 참고하시길. 실제로 길이 좁아 발길을 돌린 차량이 있었다. 아무튼 20분 동안 1.3km의 미친 경사길을 올라가면 오코시키 해안 전망대(Mikorai Beach Observatory)에 도착한다.
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실로 아름다운 풍경이 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이때의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밥도 못 먹고, 열차에서 못 내려 목적지를 바꾸고, 왔더니 편의점 하나 없지, 험난한 오르막길까지. 그 모든 일이 바로 이 순간을 위한 발판이었나보다. 하늘은 완벽한 노을빛을 자랑했고, 해안은 선명한 초승달을 보여주고 있었다. 저 멀리 나가사키의 운젠 산까지 보인다. 절경이었다.
전망대에 도착했을때 내 폐활량은 한계에 다다랐다. 헉헉 숨을 몰아쉬고 있으니 옆에 있던 중국인 아저씨가 '그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왔나 보네.' 하는 표정으로 웃으며 쳐다봤다. 비웃는 느낌은 아니었고 웃픈 것 같았다. 봄부터 운동한 것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체력을 길러두지 않았다면 결코 이 풍경을 보지 못했을 테지.
오후 5시 9분. 일몰까지 5분 남은 시간. 황혼은 30분 뒤. 마음같아선 황혼까지 보고 내려가고 싶었으나 깜깜한 산길을 내려가는 건 너무 위험했다. 게다가 5시 30분에 미스미선을 타지 못하면 6시 40분까지 1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다. 아쉽지만 황혼은 다음에 기회가 있겠지. 짧기에 더 소중한 시간.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다. 냥코 센세도 같은 마음이었을까.
「조수간만의 차가 큰 아리아케해의 파도와 바람이 만들어내는 그림 같은 풍경. 썰물이 시작되면, 바다 밑에서 초승달 모양의 해저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해 질 녘에는 오렌지색, 땅거미가 질 무렵엔 보랏빛으로, 낮에는 은색, 보름달이 뜨는 밤에는 황금빛으로 물듭니다. 일본 해안 100선・일본 석양 100선에 선정되었습니다. 」구마모토 공식 여행 가이드 발췌
오코시키 해안 | 관광지
현중앙지역 오코시키 해안 조수간만의 차가 큰 아리아케해의 파도와 바람이 만들어내는 그림 같은 풍경. 썰물이 시작되면, 바다 밑에서 초승달 모양의 해저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해질녘에
kumamoto.guide
헉헉거리며 올라왔던 길은 내리막길로 변신했다. 오르는 것보단 수월하지만 해가 지니 공기가 제법 쌀쌀하다. 눈앞에 트럭이 내려가는데 바구니 옆도 좋으니 한 자리만 얻어 타고 싶었다. 기차를 타려면 열심히 뛰어가야 했다. 5시 30분 기차를 놓치면 국제미아가 될 것이 뻔했다. 교통 안내 팜플렛을 쓸 일이 없길 바라며 열심히 뛰었다.
구마모토 역까지 데려다 줄 미스미선이 도착했다. 이 열차가 얼마나 사랑스러워 보였는지... 국제미아 걱정을 훌훌 털어버린 후, 가벼운 발걸음으로 열차에 올랐다.
오후 6시 8분. 구마모토 역에 도착했다. 방금까지 편의점 하나 없던 시골마을에 있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사람이 북적인다.
배가 고프다. 매우 고프다. 어서 입에 뭔가 넣어주어야 한다! 구마모토 역 기념품, 식당가를 돌다가 맛있어 보이는 당고집을 발견했다. 미타라시 당고 하나를 눈 깜짝할 사이에 해치웠다. 왼쪽 사진에 3알만 있는 건 포장을 뜯으니 당고 냄새에 이성을 잃어 사진 찍을 틈 따위 없었기 때문이다. 당고 4알이 순식간에 내 입으로 들어갔다. 先生、ごめんね。。。
노면 전차를 타고 이나호 스시에 도착했다. 카라시마초에서 내려 도보 5분. 가게가 안에 숨겨져 있다. 바 좌석이 6석, 테이블이 3개. 홀 내부가 협소하다. 대부분 단골손님이다.
한국인 관광객에게 구마모토 맛집하면 카츠레츠테이나 고쿠테이 라멘, 두 집을 떠올리실 거다. 라멘은 후쿠오카의 신신에서 만족했고, 돈가츠는 일요일에 나가사키의 분지로에 갈 예정이라 다른 메뉴를 먹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게 바로 이 집이다. 아직 규슈에 와서 초밥을 먹지 않았다. 둘째 날 이치이스시에서 초밥을 먹지 못한게 계속 아쉬웠다. 이나호 스시는 구마모토 명물인 가라시 렌콘을 파는 집. 방문한 지역의 음식 체험을 좋아하는 내게 딱 맞았다.
스시 세트 메뉴는 3500엔에서 5600엔으로 비싼 편이라 니기리 세트 메뉴(기본)와 가라시렌콘을 하나 주문했다. 한국인들이 소소하게 오는지 주방장님이 한국어를 조금 하실 줄 알더라. "한 개?"라고 물어보셨다.
가라시렌콘이 먼저 나왔다. 가라시렌콘은 연근에 구멍을 내 겨자가루를 섞은 보리된장으로 채우고, 여러 가루와 계란 노른자로 튀김 옷을 입혀 유채씨유로 튀긴 음식이다. 겨자가 상당히 많이 들어있어 톡 쏘는 식재료를 잘 드시지 못하는 분은 먹기 힘들 것 같다. 못 먹을 정돈 아니었으나 가운데에 겨자가 너무 몰려있어서 나중에는 겨자를 많이 빼고 먹었다. 주방장님이 가라시렌콘 수량을 따로 물어본 이유를 먹고 나서 알았다. 그래도 경험 삼아 한 번 먹어보는 건 나쁘지 않은 음식이다.
니기리 세트도 맛있었다. 초밥 마니아는 아니지만 초밥의 신선도는 확실히 좋았고, 맛 역시 준수했다. 저 중에 가장 맛있었던 건 계란말이 초밥이다. 사실 어딜 가든 일본 초밥집은 계란말이가 최고인 것 같다.
구마모토 번화가인 아케이드 거리는 한국의 골목을 닮았다. 골목의 모습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뭔가 급해 보이는 점도 닮아 있었다. 보행 신호가 켜지기 직전인데도 급하게 회전하는 차, 좁은 인도, 자리가 없어 인도 코너에 꽂혀있는 가로등. 일본인 듯 일본 아닌 듯. 굉장히 묘한 도시였다. 사투리도 그렇고 개성이 강한 도시다.
영화 시간까지 30분이 남아 굿즈를 구경했다. 작은 코너였지만 눈 돌아가는 예쁜 굿즈가 정말 많았다. 영화 개봉 기념으로 내놓은 굿즈라 퀄리티가 굉장했다. 한국에도 이런 굿즈 좀 팔아주지... 스즈메의 문단속 폰케이스가 정말 예뻤지만 내 폰과 규격이 맞지 않고, 가격이 너무 사악해 내려놨다. 흔히 영화관에 있는 A4 규격의 영화 포스터가 스즈메의 문단속만 없더라. (규슈의 어느 영화관을 가도 없었다.) 대신 굿즈 코너에 키 비주얼 디자인 클리어 파일이 있어 사 왔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잘 산 굿즈다.
광고 시간이 15분 정도로 제법 길었다. 일본은 드라마 느낌의 영화가 많이 개봉하는 것 같다. 그런 감성의 예고편들이 많았다. 광고 시간에 들어오는 사람이 많았으나 영화 시작 후 입장하는 사람은 없었다. 사진을 보면 광고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지 않다. 영화가 시작하면 화면을 가득 메운다.
영화가 끝났다.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나서야 불이 켜졌다. 불이 켜지기 전까지 그 누구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불이 켜져도 누구 하나 시끄럽게 감상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조용히 소곤소곤 대화했다. 현지인의 감상평이 궁금해 대화에 귀를 기울였으나 구마모토 사투리를 알아들을 수 없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을 다 챙겨본 나로선 조금 아쉬운 영화였다. 작화와 연출은 단연코 수준급이었다. 규슈의 미야자키부터 시코쿠, 간사이, 간토, 도호쿠까지. 일본의 아름다운 풍경을 정말 잘 담은 영화라 생각한다. 과연 빛과 색채의 마술사 다웠다. 구도와 연출도 만족스러웠다.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스토리가 단순하고, 생략한 부분이 많아 극 중 캐릭터에 몰입하기가 힘들었다. 꿈, 운명 등 신카이 감독이 좋아하는 소재를 재사용, 클리셰와 신파 요소까지. 「너의 이름은」을 처음 보았을 때, 그 소름 돋던 감각이, 감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예고편보다는 훨씬 재밌었으나 후반에는 살짝 지루했다. 전하는 메세지도 많이 아쉬웠고... 한국에서 다시 보면 느낌이 좀 다를까?
밤 11시가 넘어 호텔에 돌아왔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다사다난한 하루였다. 여행 액땜을 이날 하루 동안 다 했다. 그래도 사고 없이, 길 잃지 않고 무사히 숙소로 돌아왔음에 감사한다. 계획대로 딱딱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게 여행이다. 사실 여행뿐만 아니라 우리 삶이 그러하다. 하지만 순탄치 않은 길에도 멋진 풍경 하나쯤은 있는 법이다. 내일은 어떤 여정이 기다리고 있을까? 무엇을 만날 수 있을까? 기대와 함께 잠이 드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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