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26일. 여행의 다섯 번째 날.
오늘은 오이타현의 작은 도시, 히타로 떠난다.
히타는 최근 북규슈를 여행하는 한국인 사이에서 조금씩 입소문을 타는 소도시다. 옛 거리인 '마메다마치'와 장어덮밥, 삿포로 맥주공장을 많이 간다. 하지만 내가 이 고장을 찾은 이유는 조금 특별하다.
나는 일본의 만화,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한 작품을 다 감상하고 나면 그 작품의 제작진과 원작자를 꼭 찾아본다. 이건 만화,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영화, 드라마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경력을 밟아왔는지, 어떤 계기로 작품을 만들었는지 열심히 알아보다 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 세계적인 작품을 만든 창작자의 면모를 들여다보는 일은 매우 즐겁다. 오늘 여행은 그 호기심의 연장선이다.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걷었다. 오늘도 날씨가 참 좋다.
조식을 먹기 위해 1층으로 내려왔다. 구마모토 호텔 캐슬은 조식이 맛있기로 유명하다. 지하 1층의 음식점들도 맛있다고 하니 멀리 나가지 않고 끼니를 해결하고 싶은 여행객에게 매력적인 숙소다.
구마모토 호텔 캐슬의 조식은 2가지 타입이 있다. 일식과 양식. 가격은 2300엔으로 동일하다. 나는 조식이 포함된 옵션으로 숙박을 예약했다. 1층의 식당에 가서 조식 티켓을 보여주면 직원 분이 자리로 안내해주신다. 이때 일식, 양식 중 하나를 고르면 된다. 물, 녹차, 음료 등을 가져다주신다. 커피, 티 코너는 따로 마련되어 있다. 조식이 나오기까지 5~10분 정도 걸리니 이때 커피나 티를 마시면 딱 좋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맛있었다. 특히 버섯과 계란, 소세지 맛이 일품이었다. 빵, 잼, 요거트, 샐러드는 무난한 맛이었다. 하지만 부드러운 계란, 절묘하게 간이 된 버섯과 함께 먹으니 이 역시 훌륭했다. 아침은 가볍게 먹는 주의건만... 조절하지 못했다.
배도 든든하겠다. 열심히 이동하고, 돌아다니며 소화를 시킬 차례다. 체크아웃을 하고 구마모토 역으로 이동한다.
토리초스지에서 A노선을 타고 구마모토로 간다. 이틀 차, 노면전차가 제법 익숙하다. 처음엔 굳이 도로를 차지하는 노면전차를 왜 아직까지 고집하고 있는 걸까 의구심이 들었다. 과거에 도로가 잘 닦이지 않았던 시절, 노면전차는 전 세계의 수많은 도시에서 중요한 교통수단이었으나 지금은 그 자취를 감추었다. 노면전차하면 떠오르는 나라, 일본에서도 지금 노면전차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지역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규슈에서는 구마모토, 나가사키, 가고시마 총 3개의 현에서 노면전차를 탈 수 있다.
구마모토의 시영 전차는 출퇴근 시간이 아닐 때도 이용하는 승객이 제법 많다. 시내 중심지와 주요 관광지, 기차역 2곳을 들리는 알짜배기 노선이기 때문이다. 구마모토 역(신칸센, JR), 카미 쿠마모토 역(키쿠 치선, JR)을 이용할 수 있다.
구마모토 역에 도착해 신칸센을 타러 간다. 세븐일레븐에 들려 이키나리 당고 대신 고구마 맛 과자와 가라시렌콘을 구매했다.
이런... 항상 자리가 널널해서 따로 지정석 예매를 하지 않았는데 일요일 오전의 신칸센은 현지인 승객으로 가득했다. 자유석 자리가 없어 서 가시는 분들이 많았다. 의자 역할을 해준 24인치 캐리어가 없었다면 조금 힘들었을 것 같다. 규슈 섬 안에서 후쿠오카-구마모토-가고시마를 잇는 신칸센. 게다가 주말이니 현지인 이용객이 많을 수밖에 없다. 다음에 이 라인을 이용할 땐 반드시 지정석을 예매하자. 이렇게 또 하나를 배운다.
구루메 역에 도착했다. 구루메 역은 가고시마 본선, 규슈 신칸센, 규다이 본선, 유후. 총 4개의 노선을 이용할 수 있다. 원래는 유후인노모리를 타고 히타까지 빠르게 이동하고 싶었으나 매진이라 규다이 본선을 이용했다. (유후인노모리는 전 좌석 지정석으로 예약 시 1000엔의 별도 요금이 발생한다.) 재래선으로 50분.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조식도 든든히 먹었겠다, 창 밖 풍경을 보며 소화하기엔 딱 좋은 시간이 아닌가.
규슈의 어느 역을 가도 새로운 신칸센인 카모메 운행을 축하하고 있다. 구루메 역은 규슈 신칸센이라 니시규슈 신칸센의 카모메가 지나는 역이 아닌데도 말이다. 역시 일본의 기차 사랑은 대단하다. 카모메 홍보의 끝은 다음 편인 나가사키에서 이어진다.
2번 플랫폼에 도착하니 강렬한 빨간색을 자랑하는 규다이 본선이 보인다. 2량짜리 오래된 열차라는 점과 차량 내부까지 미스미선과 판박이다. 다른 점은 창 밖의 풍경. 미스미선은 편의점 하나 없는 동네를 지나는 해안 선로지만 규다이 본선은 산과 강을 지나는 육지의 선로다. 민가가 제법 많았다. 다케오나 우레시노 규모의 마을이 연이어 있으니, 시골이어도 꽤 활기가 있어 보였다. 차로 1시간 이내에 후쿠오카가 있다는 점도 작용하겠지. 규다이 본선을 이용하는 승객은 대부분 현지인이지만 관광객도 소수 있었다.
히타 역에 도착했다. 히타시는 인구 약 62,000명의 소도시다. 분지 지형이며 큰 강이 쿠루메 쪽으로 흐르고 있다. 이 때문에 과거 수운교통의 중심지였다. 도도부현은 오이타현 소속이지만 쿠루메와 가까워 그쪽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있다. 아소 산과도 가깝다. 다음엔 후쿠오카에서 렌터카로 히타를 들려 아소의 구로카와 온천을 가는 코스를 도전해봐야겠다.
게타 사이에 선 리바이 병장을 보니 가슴이 설렌다. 진격의 거인이 시작된 고장에 왔구나. 실감 났다. 진격의 히타는 2020년 중반에 시작한 히타시와 진격의 거인의 콜라보레이션이다.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 팬을 끌어모으기 위해 지역사회가 원작 만화와 협업한다. '돗토리 현의 코난!'하면 이해하기 쉬우실 거다. 히타시도 2년 전부터 진격의 거인과 콜라보레이션을 하고 있다. 하늘길이 막혀있을 때 시작한 이벤트라 그런지 한국인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너의 이름은 성지순례처럼 접근성이 좋지 않은 점도 작용했을 테고.
최신 맵을 얻기 위해 히타 역 옆의 관광안내소를 방문했다. 관광안내소 안에는 중년의 남성 직원 분이 계셨다. 한국에서 사전조사를 통해 콜라보 스팟 위치를 다 체크해두었지만 한 가지 확인해야 하는 것이 있었다.
바로 '오야마 댐과 박물관까지 자전거로 이동할 수 있는가?'이다. 히타 역에서 10km, 완만한 경사길, 차가 쌩쌩 달리는 국도. 구글 맵으로 봤을 땐 대부분 인도가 있었지만 초행길인 외국의 국도를 10km나 달리는 건 위험했다. 안전을 위해서 관광안내소의 직원 분께 여쭈어보기로 했다.
직원 분의 대답은 "자전거로 50분이 걸려요. 그리고 차가 빨리 달려서 위험해요..."였다. 왕복으로 따지면 몇 시간을 잡아먹을지 알 수 없었다. 관람시간도 고려해야 하고, 오야마 댐은 일직선 길이 없고 돌아가는 길뿐이라 차 없이 2곳을 다 들리는 건 어려워 보였다. 댐과 박물관을 모두 가려면 30km를 달려야 한다. 10km 이상은 내게 미지의 길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가고 싶은 장소 중 하나였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관광안내소 앞에서 절망하고 있는 아르민이 된 기분이었다...) 대신 시내의 콜라보 스팟을 돌아보기로 했다.
구글 맵 링크를 남긴다. 진격의 거인을 좋아하고, 차량이 있는 분이라면 꼭 들려보시길 바란다. 오야마 댐은 진격의 거인의 모티브(거대한 벽)로 에렌, 미카사, 아르민의 이야기가 시작된 곳이다. 여담으로 작가가 도쿄로 상경해 PC방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 취객을 제지하다 멱살이 잡혔는데 이때 느낀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존재로부터 인간 본성이 자아내는 두려움'을 작품의 근간으로 삼았다고 한다. 무지성 거인 역시 여기서 탄생했다.
HITA의 I 자리에 서서 사진을 찍는 분들이 많다. 일행이 없는 나는 삼각대의 힘을 빌렸다.
오늘 묵을 루트 인 히타 에키마에에 도착했다. 히타 역에서 도보 1분. 바로 앞에 있다. 로비의 직원분, 청소하시는 여사님, 식당의 직원 분까지 정말 친절한 호텔이었다. 로비가 작아 저녁엔 줄이 기니 일찍 체크인하는 것을 추천드린다. 중앙의 로비를 기준으로 왼쪽에는 저녁에만 운영하는 식당이, 오른쪽에는 자판기와 대욕탕이 있다. 컵라멘 자판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호텔에 짐을 맡기고 가벼워진 발걸음. 뚜벅이 여행객의 최대 고민거리인 짐 맡기기를 일찍 해치우고 나니 기분이 좋다. 업된 텐션으로 리바이 헤이쵸와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에렌이 주인공 이건만 정작 히타 역 앞에 세워진 건 리바이 아커만이다. 히타시 공무원들도 안다. 진격의 거인 하면 리바이라는 것을. 병장님 덕분에 목숨이 아깝지 않은 이상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마메다마치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가 본다. 시골 마을일 거란 예상과 달리 생활기반이 잘 갖추어진 도시였다. 역을 따라 길게 뻗어있는 메인 도로에는 옷가게, 잡화점, 손님으로 가득 찬 음식점이 있었다. 학교 건물도 잘 관리되고 있었고, 운동장은 야구를 하는 학생들로 활기찼다. 2층짜리 스포츠용품 매장도 볼 수 있었다.
마메다마치는 에도시대 막부의 직할 텐료 지대로 번창한 마을이다. 오래된 상가들이 줄지어 있고, 맛있는 히츠마부시 냄새가 감각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이 마을의 진수는 메인 거리가 아닌 골목에 있다. 골목의 아기자기한 풍경이 참 예쁘다. 여름에 마츠리가 열리면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히타를 찾는다.
타카무라 우동에 도착했다. 타카무라 우동은 진격의 히타 콜라보 스팟 중 하나다. 이곳에서 특별한 우동을 팔고 있다고 하여 찾아왔다.
이름하여 '진격의 버터 치즈 우동'이다. 이 가게의 No.1 인기 메뉴는 버터 치즈 우동, No.2 메뉴는 욕심쟁이 우동이다. 진격의 버터 치즈 우동은 No.1 메뉴와 같은 구성이지만 거인 모양의 치즈가 들어가는 점이 다르다. 면, 버터, 된장 베이스 고기, 김, 계란 노른자를 거인 모양의 치즈와 잘 섞어 먹으면 된다. 마제 소바와 비슷하나 면이 두꺼워 즐기는 느낌이 완전 다르다. 마지막에 남은 양념과 밥을 비벼 먹으면 된다. 첫 입은 짜서 깜짝 놀랐지만 먹을수록 간이 딱 맞았다. 내 입맛엔 매우 맛있었다.
2019년 12월, 히타시에서 '거인'캐릭터를 사용한 콜라보 음식 신청을 받았다. 이를 보고 사장님께서 그릇 안에서 3마리의 거인과 싸우는 것 같은 디자인의 우동을 만드셨다고 한다. 에렌, 미카사, 아르민이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도 이해가 된다.
처음엔 홀 가장 안쪽 자리로 안내받았다. 주문할 때 한국에서 찾아온 진격의 거인 팬이라고 말씀드리니 직원 분께서 정말 좋아하셨다. 콜라보 음식을 시키니 진격의 거인 팬 테이블이 따로 있는데 지금 드시고 있는 손님이 있어 손님이 가시면 자리를 옮겨 주신다고 하셨다. 거인 우동을 시키면 한지 물컵과 진격거 팬 노트를 가져다주신다. 나중엔 자리를 옮겨 우동을 먹으면서 가게 내부를 구경했다.
왼쪽 사진에 파란 티셔츠를 입고 있는 분이 사장님이다. 이날 사장님과의 대화는 이번 여행에서 가장 즐거운 순간이었다.
가게에 유독 한지 굿즈가 많길래 직원분께 그 이유를 여쭈니 사장님을 모셔왔다. 사장님께서 한지의 마지막 전투신에서 동료를 위한 모습과 한지의 '오토코'스러움이 멋져 좋아한다고 하셨다. 그 장면을 너무 좋아해 두건으로 제작해 머리에 감고 일하신다고. 캐릭터를 향한 깊은 애정이 느껴졌다.
한지 이야기를 하고 나니 이번엔 사장님께서 내게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를 물으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나중에는 둘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며 함께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정말 즐거웠다. 아직 회화 실력이 부족해 머릿속에 있는 말을 완벽하게 언어화할 수 없는 사실이 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 부족한 일본어로도 대화가 오가고 감정을 공유했기 때문에. 다음에는 유창한 실력으로 이야기하는 날이 오겠지. 사장님께 언젠가 다시 방문하겠다고 약속드렸다. 사진 요청을 흔쾌히 받아주신 사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포즈는 "心臓を捧げろ!")
다음 목적지는 진격의 히타에 소개된 SLOW CAFE.
슬로우 카페의 마스코트 캐릭터는 '쟝 키르슈타인'이다. 사장님께서 쟝을 가장 좋아하신다고 한다. 두 번째는 사샤, 한지라고. 일본에서 압도적으로 인기가 많은 캐릭터는 리바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도 리바이가 가장 인기다, 엘빈이랑 한지도 인기가 많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었다.(웃음) 사장님께서 박물관은 꼭 가봐야 한다고 하셨는데 다음에 차가 있을 때 방문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점심을 먹은 지 얼마 안돼 초코 파르페를 시켰다. 정말 달았다. 안에 들어있는 초코 브라우니가 정말 달다. 하지만 그게 저 파르페의 매력이다. 분기에 한 번은 먹을만하다.
카페에서 나오니 오후 4시가 넘었다. 슬로우 카페 사장님께 지역산업진흥센터엔 굿즈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지역의 상품을 팔고 있다. 히타는 게타(일본의 나막신)와 온천, 이 지역 물을 사용해 만든 술이 유명하다. 게타와 술을 함께 구매할 분이라면 이곳을 찾길. 마메다마치에서도 게타를 팔고 있겠지만 이곳은 카드결제가 되니 이쪽을 추천드린다.
굿즈를 찾으러 왔건만 진격의 거인 굿즈는 책꽂이 하나로 매우 적었다. 예쁜 굿즈도 거의 없고, 퀄리티나 디자인에 비해 너무 비싼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도심의 아니메 매장에서도 느끼는 거지만 진격의 거인은 팬층에 비해서 굿즈 마케팅이 너무 부족하다. 그래도 이왕 왔으니 (초대형 거인이 숨어있는) 라무네 병을 하나 구매했다.
시내에 있는 마트 구경을 했다. 이 마트가 시내에 있는 유일한 마트인 것 같았다. 규모는 제법 컸고, 드럭스토어 못지않게 의약품 가격이 좋았다. 저녁 타임 세일 전이라 도시락이 많이 남아있었지만 구미가 당기는 도시락이 없어 패스했다.
마트에서 숙소 가는 길에 들린 패트리아 히타. 예술 공연을 하는 홀이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문화회관.
시설 안에는 3개의 대극장과 2개의 소극장이 있다. 영업시간은 오전 9시에서 오후 10시까지. 1층에 의자가 많이 있어 학생들이 공부하거나 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화장실도 매우 깨끗하다. 화장실 옆에는 100엔짜리 코인 락커도 마련되어 있다. 주 이용객이 관광객이 아닌 시민이라 저렴한가 보다.1층 한편엔 히타 텐료 마츠리에 쓰이는 야마보코가 전시되어 있다. 히타에서 매년 여름에 열리는 기온 마츠리의 야마보코다.
방문 목적이었던 진격의 거인 카페는 영업시간이 끝나 이용하지 못했다. 모든 스팟을 다 돌려면 2박 3일은 필요해 보였다. 히타를 재방문할 이유가 차곡차곡 쌓여간다.
열심히 돌아다녔더니 배가 고프다. '어서 숙소에 돌아가 짐을 내려놓고 배를 채워야지.'라는 생각으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는데... 세상에. 우연히 고개를 들어 본 하늘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기력이 남아있었다면 미쿠마 강으로 달려갔을지도 모른다.
진격의 거인이 궁금해 찾아온 마을이었으나 더 아름다운 것들이 주변에 있었다. 사람들, 골목 풍경, 해 질 녘 하늘까지. 이런 마을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작가는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았을까? 그가 본 것이 내가 본 것과 같을까? 무수한 생각이 피어났다.
마지막으로 차력 거인과 초대형 거인까지. 초대형 거인은 저녁에 히타 역 근처를 방문할 일이 없다면 놓치기 쉬운 포인트다. 2층에서 4층 창문을 통째로 쓰고 있던데 건물주가 진격의 거인 팬인 걸까, 아니면 진격의 히타의 새로운 스팟일까.
히타에 왔으니 히타풍 야키소바를 시켰다. 고로 상이 좋아하는 우롱차도 한 잔. 구수하고 깔끔한 맛이 매우 좋다. 우롱 차도 너무 맛있고, 후한 인심과 친절함에 충만해지는 저녁이었다.
진격의 거인이라는 작품이, 그 이야기가 시작된 장소가 궁금해 찾은 도시 히타.
내가 이곳에서 찾은 건 사람과의 이야기였다. 우리의 마음을 동하게 만드는 건 사람과의 인연이 아닐까? 인연을 맺고, 이야기가 흐른다. 우연과 인연이 미래로 이어진다. 불과 2달 전까지만 해도 난 히타라는 도시를 전혀 몰랐다. 근데 오늘 이렇게 우동집 사장님과 언어 장벽을 뛰어넘어 즐겁게 이야기하고 다음을 기약하고 있다.
우리는 새로운 이야기에 끌린다. 입소문을 타는 작품을 찾아보는 것도 같은 맥락 일터. 결국 이 모든 것은 우리의 마음이 원동력이고, 그 모든 것은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누군가는 진격의 거인이란 이야기를 이 세상에 내놓았다.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무엇이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고 행동하게 하는가?
마음을 따라 떠나는 나의 발걸음, 나의 이야기도 이렇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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