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조각찾기입니다.
오랜만에 여행 프롤로그 글을 쓰네요. 홋카이도 여행기를 7월 12일에 올렸으니 거의 7개월 만입니다.
여행에서 돌아온 지는 열흘정도 되었는데 이제야 글을 쓰게 됐습니다.
이번 여행은 이전의 여행과 달리 "JR 레일패스"를 쓰지 않고, 고속버스와 시내버스, 자전거와 도보를 이용해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레일 패스 여행기는 수요가 많고, 저도 개인적으로 매우 즐거워하는 콘텐츠입니다. 전규슈나 남규슈 레일 패스를 쓸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이번 여행에 레일 패스가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에 교통 패스를 사용하지 않고 그때마다 따로 버스와 기차표를 구입했습니다. 규슈 버스 패스로 유명한 SUNQ패스 역시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가끔 인터넷에서 이런 글을 보곤 합니다.
"구마모토 3박 4일 있을만한가요?", "제가 무작정 구마모토행 비행기를 끊어버렸는데 5박 6일 동안 할 거 있나요?".
이 질문에 저는 이렇게 답하고 싶습니다.
"구마모토는 생각보다 좋은 지역입니다. 하지만 시내 관광만으로 만족하실 순 없을 겁니다. 구마모토의 진수는 교외 여행에 있습니다!"
구마모토는 도시, 산, 바다를 모두 품고 있는 매력적인 현입니다.
먼저 산과 온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구마모토하면 떠오르는 "아소산"은 일본이 아닌 전 세계로 따져도 매우 커다란 칼레라 화산입니다. "구로카와 온천"이 바로 아소산에 있죠. 한국인에게 유명하진 않지만 구마모토의 남부, 가고시마와 미야자키현에서 더 가까운 "히토요시시" 역시 온천으로 유명합니다.
이번엔 바다 이야기를 해볼까요? 구마모토의 서쪽에는 아마쿠사 지역이 있습니다. 아마쿠사는 약 120개의 섬이 바다에 떠 있어서 우리나라의 남해처럼 섬과 바다의 절경을 볼 수 있는 지역입니다. JR 구마모토역이나 JR 우토역에서 미스미선을 탑승하면 미스미역까지 갈 수 있지요. 아래 글에 미스미선을 타고 바다를 보러 간 여정이 나와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2022.12.06 - [여행 이야기- 해외/7박 8일 북규슈 뚜벅이 여행(2022)] - 구마모토현 우토시, 바다를 만나러 가다. (2편)
마지막은 도시입니다. 구마모토현의 인구는 약 170만 명(2023년 11월 기준)입니다. 그중 약 73만 명이 구마모토시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시내는 작은데 도심 인구는 많아 마트나 아케이드 상가가 매우 북적이죠. 백화점, 관광지도 다 몰려 있습니다. 구마모토역에서 구마모토성까지 노면전차로 15분이면 갈 수 있고, 성 근처에 사쿠라마치 터미널과 아케이드 상가가 위치해 있어 도심 여행의 난이도도 매우 낮습니다. 볼거리는 많이 없지만 잠시 경유해서 도시의 편리함을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습니다.
자, 그럼 구마모토를 즐기기 위해선 어떻게 여행할 수 있을까요?
먼저 구마모토현에 대해 이해해 봅시다.
구마모토현은 규슈 중앙에 위치한 현으로 후쿠오카현, 오이타현, 가고시마현, 미야자기현과 경계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사가현은 경계를 맞대고 있진 않지만 가고시마 본선과 버스로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나가사키현은 육로로는 빙 돌아가야 하지만 아리아케 해를 배로 건너면 바로 갈 수 있지요. 그래서 후쿠오카를 중심으로 여행하면 구마모토는 동선 짜기도 애매하고 시내 관광에서도 다른 현에게 밀려버리지만, 구마모토를 중심으로 여행하면 선택지가 무수히 늘어납니다.
저는 구마모토의 수많은 선택지 중에 "히토요시시"를 골랐습니다.
이번 여행은 온천을 하며 느긋히 보내고 싶었고, 일본 여행의 신선함이 부족해진 제게 활력을 불어넣을 만한 곳이어야 했습니다. 히토요시는 나츠메우인장의 팬인 제게 언제나 가고 싶은 고장이었기에 여행지로써 전혀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차고 넘쳤죠.
다시 가고 싶던 아리아케해는 구마모토시로 올라온 후 미스미선으로 다녀올 계획이었기 때문에 숙소를 잡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행 기간에 비가 오는 바람에 바다 일정은 취소하고 도심에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히토요시시에서 3박, 구마모토시에서 2박을 하였으니 구마모토에만 다섯 밤을 지냈습니다.
구마모토시 여행은 "산토리 맥주 공장"을 제외하면 22년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서 오히려 2년 전의 글을 더 추천드립니다. 도심 여행은 그때가 더 즐겁기도 했고, 글의 퀄리티도 훨씬 좋거든요. 구마모토시는 외전정도로 생각해 주세요. 이번 구마모토 여행기의 핵심은 히토요시에 있습니다.
솔직히 개인적인 취향이 다분히 반영된 여행인지라 다른 분들에게 이번 여행기가 재밌게 읽힐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적한 소도시 여행을 좋아하는 분, 나츠메 우인장을 사랑하는 분이라면 흥미롭게 읽어주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작은 마을 "히토요시"를 자전거로 구석구석 둘러보며 제가 느낀 것들을 함께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은 소개할 것은 제 여행 동선입니다.
제 프롤로그는 언제나 여행의 동선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뚜벅이 여행의 차별화는 "어떻게 돌아다녔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사람들이 많이 가지 않는 소도시일수록 정보성 글은 여행 계획 세우기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되니까요. 나츠메 우인장 투어를 계획하고 있는 분이라면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래의 여행 동선 글은 편의상 일기처럼 쓰고 있습니다.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1. 2024년 1월 16일
첫날 일정은 히토요시로 이동하는 것. 다른 일정은 없었다. 청주공항에서 티웨이 항공 오후 4시 비행기를 이용해 후쿠오카 공항으로 IN. 30분 지연으로 후쿠오카에 예정보다 30분 늦게 도착했다. 후쿠오카 공항 국제선에서 하카타 버스 터미널로 공항버스를 이용해 바로 이동. 고속버스 탑승 플랫폼을 미리 알아두고, 하카타역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하카타 버스 터미널에서 오후 8시 3분 버스를 타고 히토요시 인터체인지에 오후 10시 40분 도착. 히토요시 인터에서 숙소까지는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1. 후쿠오카 공항 국제선에서 공항버스(270엔)를 타고 하카타 버스 터미널로 이동. 중간에 서는 정류장 없이 종점이 하카타 터미널이다. 공항버스는 기계로 구입한 표, 현금, IC 카드 모두 이용 가능하다.
2. 하카타 버스 터미널에서 오후 8시 3분 피닉스호(미야자키행)를 타고 히토요시까지 이동. 2시간 40분 소요. 중간에 야쓰시로 근처의 휴게소(미야하라 서비스 에리어)에 들러 20분 휴식했다.
3. 예정대로 22시 40분에 히토요시 인터체인지 도착. 숙소 주인 부부의 배려로 택시로 이동할 수 있었다.
버스, 택시 231km(3시간 51분)
비행기 531km(1시간 10분)
도보 5.8km(7,690걸음)
#2. 2024년 1월 17일
둘째 날 일정은 「나츠메우인장 투어」. 이날 이동은 모두 자전거로 했다. 아침에 숙소에서 빌려준 자전거를 타고 야마에 온천 호타루를 다녀왔다. 이후엔 숙소로 돌아와 짐을 가볍게 하고, 자전거로 강 남쪽을 둘러봤다. 나미코토마치를 찍고, 야구로마치로 이동, Spooon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나츠메 우인장에 나오는 3개의 장소를 차례대로 둘러봤다. 텐구바시를 마지막으로 나츠메 투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이후엔 시내만 돌아다녔고, 밤에 숙소에서 받은 온천권으로 오노가야도 온천에 다녀왔다.
1. 아침 8시 30분 출발, 자전거로 평지와 약간의 오르막이 섞인 길을 4.4km 달렸다. 야마에 온천 호타루에서 1시간 온천을 즐겼다. 나츠메우인장 유메구리 온천 스탬프 획득!
2. 숙소로 돌아와 짐을 가볍게 하고 다시 출발. 다이키치가 닫혀 있길래 우선 강 남쪽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나미코토마치에 있는 타마치스가하라텐만구와 나츠메우인장 오프닝의 불상을 보러 갔다. 도보 10분 거리에 근사한 양식집이 있길래 자전거를 세우고 오르막길을 올랐으나 휴무. 다시 자전거가 있는 곳으로 내려왔다.
3. 자전거로 12분을 달려 Spooon에 도착하니 오후 1시 45분. B런치를 주문했는데 운 좋게 함바그 막차를 탔다.
4. Spooon에서 자전거로 3km 달려 미카하라관음당에 도착.
5. 자전거로 2km 달려 비샤몬도에 도착. 비샤몬도 근처에 있는 다리와 바로 옆의 텐구바시를 묶어서 구경했다.
6. 텐구바시에서 4.5km를 달려 숙소로 돌아왔다. 밥생각이 없어서 조금 더 돌아다니기로 했다. 다이키치 2번째 도전... 하지만 문이 닫혀 있었다. 아사바커피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일몰 시간에 맞춰 강가로 나갔는데 이미 해가 산을 넘어가기 시작한 뒤였다. 날도 추워서 숙소로 돌아왔다.
7. 아침에 호스트분이 오후 6시까지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한다고 알려주셔서 들렀다. 운이 좋게 전시회의 작가님도 뵐 수 있었다. 오늘 어딜 다녀왔는지 이야기를 하다 숙소 주인 분이 다이키치에 전화로 연락을 해주셔서 다이키치 사장님이 가게를 열어주셨다. 1시간 정도 머무른 후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먹었다.
8. 따뜻한 방에서 푹 쉬고 자전거로 오노가야도에 가서 피로를 풀고 왔다.
자전거 34km(3시간 42분)
도보 5.96km(7,847걸음)
#3. 2024년 1월 18일
셋째 날은 일행이 합류하는 날이라 오전에 나츠메 우인장 투어를 마저 하기로 했다. 하루야마 버스 정류장은 16km나 떨어져 있어 도보와 자전거 모두 힘들어 버스를 이용했다. 하루야마에서 10분 뒤 내려가는 버스가 있어서 바로 버스를 타고 아메미야 신사까지 내려왔다. 아메미야 신사에서 사가라 온천까지 3km를 걸어가 온천을 즐긴 후 11시 52분에 버스를 타고 히토요시 인터에서 가장 가까운 버스 정류장에서 내렸다. 히토요시 인터에서 일행과 합류해 시내까지 걸어와 점심을 먹고 료칸에 체크인, 시내 구경을 하고 저녁 식사 시간에 맞춰 돌아왔다. 하루의 마지막은 히토요시 료칸의 온천으로 마무리했다.
1. 히토요시 료칸에 짐을 맡기고, 우체국 앞 버스 정류장에서 카미타시로 방면 버스를 탔다. 16km(39분) 이동했으며 요금은 630엔.
2. 하루야마에서 버스를 타고 아메미야 신사까지 5.5km(10분) 이동. 요금은 350엔.
3. 아메미야 신사 등반... 엄청난 경사와 예상보다 긴 오르막. 힘들었지만 다음에 히토요시에서 오래 머물면 또 다녀올 것 같다.
4. 아메미야 신사에서 사가라 온천까지 3km를 걸어갔다. 사가라 온천에서 2번째 스탬프를 획득!
5. 사가라 미나미 소학교 앞에서 버스를 타고 키타칸조지에서 하차. 요금은 260엔.
6. 일행과 합류하여 히토요시 시내 곳곳을 돌아다녔다.
버스 25km(57분)
도보 20.98km(27,781걸음)
#4. 2024년 1월 19일
원래 히토요시에서 오후 1시에 출발하여 구마모토시로 이동할 예정이었으나 히토요시에서 더 시간을 보내고 싶어 오후 4시 버스로 변경했다. 오전 10시에 체크아웃하여 히토요시역→우에무라 우나기야→다이키치→히토요시 성터→센게츠 양조장→에이코쿠지→히토요시온센 부산칸→아마이로 순으로 돌아다녔다. 만약 나츠메우인장때문이 아니라 단순 관광으로 방문한 여행객이라면 이 코스에 아오이 아소 신사만 추가해서 시계방향대로 둘러보면 된다. 넷째 날 이 코스로 짠 이유도 일행은 나츠메 팬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료칸에 미리 요청한 택시를 타고 히토요시 인터체인지로 이동, 오후 4시 3분 버스를 타고 구마모토역까지 2시간을 이동했다. 저녁은 역 옆에 있는 아뮤플라자 1층의 마트에서 해결했고 숙소에서 저녁을 먹은 후 아케이드 상가를 다녀오는 것으로 하루를 마쳤다.
1. 히토요시역(카라쿠리 시계)→우에무라 우나기야(점심 식사)→다이키치(나츠메우인장 굿즈가게)→히토요시 성터→센게츠 양조장→에이코쿠지, 귀무덤→히토요시온센 부산칸(기념품가게)→아마이로(카페)
2. 히토요시 료칸에서 택시를 타고 히토요시 인터체인지까지 이동. 1030엔.
3. 난푸호 고속버스로 2시간 이동. 구마모토역 앞에 오후 5시 50분 도착.
4. 호텔 체크인 후 구마모토역 옆에 있는 아뮤플라자에서 마트 쇼핑. 저녁 해결.
5. 숙소에서 노면전차 A라인을 타고 구마모토성/시청에서 하차. 구마모토 시청 무료전망대(14층)에서 구마모토성 야간라이트업 감삼.
6. 아케이드 상가 구경 1시간. 노면전차와 버스 막차가 끊겨 숙소까지 걸어왔다. 원래 30분이면 걸어올 수 있는 길인데 내 몸 상태가 오후부터 좋지 않았고, 결국 일정을 소화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아픈 다리 때문에 금방 걸을 수 있는 길을 1시간이나 걸었다.
버스 86km(1시간 36분)
노면전차 2.7km(16분)
도보 18.51km(24,722걸음)
#5. 2024년 1월 20일
전날 무리해서 걸어온 탓에 5일 차 오전 일정은 모두 취소하고 일행과 따로 다녔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 2년 전에 임시 휴무라 가지 못했던 나츠메 소세키의 집에 가보기로 했다. 소세키의 집을 보고 토리초스지에서 노면전차 B라인을 타고 나가사키지로 서점을 들렀다. 2층의 카페에서 나폴리탄을 먹고, 다시 B라인을 타고 사쿠라마치 터미널로 이동했다. 터미널 2번 플랫폼에서 산토리 맥주 공장에 가는 버스를 탑승, 35분 이동했다. 공장 견학과 시음을 마치고 터미널로 돌아와 간단한 쇼핑을 하고 구마모토 역으로 돌아왔다. 숙소에서 조금 쉬다가 구마모토역 아뮤플라자 식당가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다음 날부턴 다시 나 혼자 여행하는 일정이라 일행과의 여행은 1월 20일이 마지막이다. 다음 날 구마모토에서 아침 10시까지 머무르긴 했지만 특별히 뭔가를 더 하진 않았기 때문에 구마모토 동선은 여기까지다.
1. 구마모토역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노면전차 1일 PASS 구매(500엔). A라인을 타고 구마모토성/시청에서 하차.
2. 노면전차 역에서 10분을 걸어 나츠메 소세키의 집까지 이동.
3. 도보로 토리초스지까지 이동. B라인을 타고 나가사키지로 서점으로 이동. 서점은 2년 전에 구경했기 때문에 카페로 바로 올라가서 나폴리탄을 먹으며 분위기를 즐겼다. 식사 후 B라인으로 사쿠라마치 버스터미널로 이동.
4. 사쿠라마치 버스터미널 2번 플랫폼에서 산토리 버스를 타고 맥주 공장으로 이동. 토요일만 진행하는 유료 투어(1500엔) 참가.
5. 맥주 공장에서 버스를 타고 사쿠라마치 버스터미널로 돌아와 간단한 쇼핑과 외부 정원 산책.
6. 노면전차 A라인으로 구마모토 역으로 복귀. 호텔에서 1시간 휴식하고 아뮤플라자 식당가에서 저녁을 해결했다.
버스 27km(1시간 23분)
노면전차 7.3km(45분)
도보 8.67km(11,468걸음)
이렇게 다섯 밤 동안의 구마모토 여행을 마치고 2박 3일은 오이타현의 히타를 홀로 여행했습니다. 히토요시에서 보낸 나츠메 투어도 즐거웠지만 히타에서의 진격의 거인 투어도 너무 즐거웠기에 우열을 가릴 수 없네요. 얼마나 즐거웠는지는 여행기를 통해 확인해 주시길 바랍니다.
다음 편은 구마모토 여행 경비, 히토요시 여행기, 히타 2박 3일 프롤로그입니다. 그럼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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