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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해외/5박 6일 구마모토 뚜벅이 여행(2024)

히토요시, 나츠메의 마을을 걷다(4)

by 조각찾기 2024.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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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계획을 짰을 때는 정말 하루 안에 강에 있는 장소를 모두 다 둘러볼 수 있을지 반신반의였지만, 실행했고 정말로 해냈다. 그 사실만으로 엄청난 충족감이 들었다. 나에 대한 보상일까? 녹색 밭이 쭉 펼쳐져 있는데 속이 뻥 뚫렸다. 밭과 강을 따라 달리는 저 길이 참 좋았다.

 

햇살로 가득한 나만의 이 시간이 참 좋다.

 

4km를 자전거로 열심히 달려 히토요시 시내로 돌아왔다. 시내 중심의 길을 지나니 차가 막혔다. 히토요시에서 차가 막히는 건 처음이라 생소한 경험이었다. 인도가 따로 없는 탓에 차를 피해 도로 끝을 아슬아슬하게 달렸다.

 

 

히토요시 · 일본 〒868-0008 구마모토현 히토요시시 나카아오이마치

★★★★☆ · 기차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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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이 아소 신사 근처에 있는 히토요시 역에 들렀다. 히토요시 역은 2기 8화 「불사의 마음」에 등장한다. 그리고 이곳은 작년부터 더욱 특별해졌는데 그 이유는 이후에 올라올 포스팅에서 확인할 수 있다.

 

히토요시 역에서 출발하는 시내버스가 많았다. 인구가 적어 배차 간격은 나쁘지만 교외로 나가는 시내버스도 1시간에 1대씩은 운영하고 있어서 2박 이상 머문다면 제법 많은 장소에 다녀올 수 있다.

 

오늘의 나츠메 투어를 마치고 다시 다이키치에 왔다. 영업시간이 아직 40분 정도 남아있었지만 문이 닫힌 채였다. 피로도 쌓였고, 해 질 무렵이 되니 바람이 제법 매서운 것이 심상치 않아 서둘러 어디든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운 대로 사진을 찍는다. 해질 무렵의 풍경도 분위기 있다.

 

어디로 가볼까...

 

날이 맑아서 구마가와 노을 풍경에 도전해 보면 좋을 것 같아 숙소로 돌아가긴 아깝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바로 근처에 있는 근사한 카페에서 몸을 녹이기로 했다. 이름은 아사바커피.

 

 23년 여름에 히토요시에 자리를 잡은 아사바커피는 하루도 쉬는 날 없이 매일 문을 연다. 영업시간도 오후 7시까지라 시골 여행객에겐 아주 감사한 시간이다.

 

내부 사진 촬영을 허락받았다.

 주문을 하는데 직원 분이 아주 친절하게 응대해 주셔서 매우 감사했다. 젊은 청년들이 모여서 만든 가게인 것 같았다. 히토요시에 이런 세련된 카페가 있어서 놀랐고, 직원 분들일 모두 젊어서 놀랐고, 친절도에 다시 한번 놀랐다. 나갈 때도 문 앞까지 배웅을 해주셨다.

 1층엔 카운터와 원두, 다기, 굿즈를 판매하는 공간이 있고 2층은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다. 1층도 자리가 있지만 따뜻하게 머물고 싶다면 2층을 추천한다. 다만 테이블이 낮아서 작업을 하기엔 어울리지 않고, 1시간 쉬면서 커피를 느긋히 마시기 가기 좋은 곳이었다.

 

나는 아사바 커피와 모나카를 주문했다. 총 950엔. 밤에 잠을 자지 못할까 봐 논커피류를 시키려 했는데 이곳은 커피가 대부분이라 시그니처인 아사바 커피를 골랐다. 다행히 커피는 아주 맛있었고, 산미보다 고소하고 쌉싸름한 원두를 좋아하는 내 입맛에 아주 제격이었다. 구운 마시멜로도 아주 맛났다. 다음에 히토요시에 온다면 커피는 꼭 다시 마실 것 같다.

 아쉬웠던 건 디저트. 구글맵과 인스타그램에서 푸딩을 보고 왔는데 시즌마다 디저트가 달라지는 듯 판매하고 있지 않았다. 대신 모나카를 시켜봤는데 이건 평범했다. 다음에 푸딩을 판다면 꼭 먹어보고 싶다.

 

일몰 시간보다 10분 일찍 왔는데 해가 이미 산을 넘은 뒤였다. 일몰 30분 전이 최적의 일몰 관측 시간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시간이 잘 맞지 않았다. 그래도 구마가와의 노을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혼자 여행할 때마다 이렇게 날씨가 좋다니, 정말 감사해야겠다. 덕분에 홀로 하는 여행이 외롭지 않다. 아니, 오히려 근사하다. 내 홀로 여행은 항상 아름다운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때로는 남쪽의 규슈에서, 때로는 북쪽의 홋카이도에서...

 

오후 5시 20분. 숙소 호스트 분께서 알려주신 전시회 시간까지 아직 40분이 남아있어 숙소로 돌아왔다. 들어가자 친절하게 맞아주셨다. 그리고 그 옆에는 다른 손님이 앉아 계셨고, 전시를 둘러보고 나서 알게 된 것인데 전시의 작가님이라고 하셨다.

 호스트분께서 나를 우리 홀에 머누는 한국인 손님이라고 소개해주셔서 작가님과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내일 갈 곳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일은 사가라 온천에 간다고 하니 이틀 후에 사가라 온천에서 숙박한다고 하셨다.

 호스트 분께 오늘 오전엔 호타루 온천에 다녀왔고, 나츠메 우인장의 이런저런 곳을 다녀왔다고 말씀드리며 다이키치에 가봤지만 전화를 할 수 없어 내일 갈 예정이라고 말씀드리니... 잠시만 기다리라며 다이키치 매장에 전화를 해주셨다. 이런 행운이 있나! 영업시간이 이미 끝난 시간이건만... 지금 바로 가면 된다고 하셔서 부리나케 자전거를 타고 돌아온 길을 다시 달렸다.

 

자전거를 타고 돌아가니 매장엔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매장 안은 매우 따뜻했고 포근했다. 나무 냄새가 마음을 편하게 했다. 사장님께서 천천히 둘러보라며 나를 배려해 주셨다.

 너무 귀여운 굿즈가 많아서 계속 행복한 내적 비명을 질렀다. 이렇게 귀여운 것들로 둘러싸여 있다니, 행복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냥코 센세 굿즈가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귀엽지 않은 것이 없어서 고르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여행은 즐겁다지만 말이 통한다는 것은 마음이 이어진다는 것. 이 순간을 위해 일본어를 듣고 공부한 것인가 싶을 정도로 스스로가 고마웠고 대견했다. 사장님과 나츠메 우인장과 여행 이야기를 나누면서 함께 공감하고 웃고... 아직 히토요시에서 이틀이 남았다고 하니 나츠메 우인장에 나오는 다른 장소도 알려주셨다. 인터넷이나 히토요시 홈페이지에는 나오지 않는 곳도 많아서 덕분에 구체적인 장소와 사진 각도를 알 수 있었다.

 

사장님께서 보여주신 라이트업 장소. 붉은색 형광펜으로 표시한 곳이 라이트업의 장소다. 이중에 2곳은 팬들이 찾기 어려워한다며 어디에 가면 찾기 쉬운지 하나하나 다 알려주셨다. 덕분에 다음 날 모든 라이트업을 찾을 수 있었다.

 

해가 지니 바람이 더욱 매서워졌다. 롱패딩이 필요할 정도의 바람이었다. 추운 날씨임에도 배웅해 주신 사장님. 거리에 있는 4개의 라이트업 위치까지 일일이 다 알려주셨다. 사장님의 배려와, 따뜻한 마음 덕분에 정말 행복하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차례대로 냥코센세, 중급들과 냥코센세, 미스즈, 나츠메와 냥코센세. 나츠메와 냥코센세 라이트업이 가장 예쁘다고 알려주셨는데 9개를 모두 찾고 나니 과연 그렇더라. 저 디자인을 채택한 분께 무한의 감사를 드린다.

 다이키치 사장님께 여쭤보니 나츠메 우인장의 작가님이신 미도리카와 유키 선생님은 지금은 히토요시에 계시지 않는다고. 도쿄에 사시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종종 고향을 방문하시는 듯하다. 고향에 돌아왔을 때 거리에 자신이 만든 캐릭터가 수놓아져 있는 모습을 본다면, 그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지, 상상이 잘 안 된다. 나도 작품을 만들고 싶은 한 사람으로서 정말 부러웠고, 한 사람의 팬으로서 위안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마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넘치도록 행복했던 것 같다.

 

걸어 다니는  사람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히터를 끼고, 따뜻한 컵라멘으로 몸을 데웠다. 그렇게 두세 시간 쉬었을까. 조금 힘이 돌아왔다. 아침에 받은 온천권을 쓰러 문을 나섰다. 꽁꽁 무장했는데도 바람이 차다. 장갑까지 끼고 자전거를 몰았다. 

 

다리에서 본 구마가와의 모습. 

 

사가라지노유 온천에 도착했다. 바로 옆에는 넓은 주차장도 딸려 있었다. 24시간 운영하는 온천이라 계속 손님이 들어왔다. 온천 옆의 수로에는 모락모락 뜨거운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낮에도 봤지만 밤에 보니 더 대단한 증기다.

 

자, 온천하러 가볼까!

 

자판기에서 온천권을 구입하거나 소지한 온천권을 함 안에 넣고 들어가면 된다. 왼쪽엔 여탕, 오른쪽에 남탕이 있다. 탈의실과 온천 모두 매우 아담해서 한 번에 10명 이상을 수용하긴 어려워 보였다. 3~4명이면 가장 좋으려나. 그래도 온천의 수질은 매우 훌륭하다. 미끌미끌 매끈거리는 것이 기분 좋다. 이 매끈거림을 더 느끼고 싶었지만 실내탕뿐이라 뜨거운 김이 가득 차는 바람에 오래 머물기는 어려웠다. 사람이 많기도 했고... 30분 정도 몸을 담그고 나오면 충분했다.

 

나오니 초승달이 구름에 먹혀 오묘한 분위기. 뭐랄까. 미스즈가 나타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 나츠메가 미스즈의 등에 올라타 하늘을 날고 있을 것만 같은(냥코 센세에겐 미안하지만 선생보다 미스즈가 잘 어울리는 밤이었는걸...)... 덤으로 별이 어찌나 밝던지. 별자리를 잘 모르는 내가 보아도 별자리들이 몇 개 보이더라.  아~ 지금 이 시간에 호타루 온센의 노천탕에서 별을 본다면 정말 최고일 텐데!

 

온천 바로 옆에 있는 유령절을 잠시 들렀다. 강 남쪽은 밤에 가로등이 거의 켜져 있지 않아서 신호등의 불빛만이 유일한 빛이다. 그냥 사진을 찍었는데 신호등의 빨간빛이 반사된 절의 석담이 찍혔다. 그래서 더 으스스해 보인다. 유령절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네.

 

하늘에 박힌 별을 구경하며 돌아가는 길.

 

 IC카드가 있긴 하지만... 지원하지 않는 지역에도 가본 적이 있어 꼭 현금을 가지고 다닌다. 혹시 모르니 내일 버스를 탈 때 쓸 짤짤이(동전)를 만들러 편의점에 들렀다. 내일 아침거리도 해결.

 

방에 돌아와 지친 몸을 뉘었다. 내일은 더 일찍 일어나야만 원하는 곳에 모두 다녀올 수 있는 하드한 일정이지만... 내일은 내일이고 오늘은 오늘! 2번이나 온천에 몸을 담그고, 좋은 사람을 만나고. 행복한 시간과 따뜻한 인연이야말로 여행의 묘미임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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