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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해외/5박 6일 구마모토 뚜벅이 여행(2024)

히토요시, 나츠메의 마을을 걷다(5)

by 조각찾기 2024.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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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째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버스를 타고 사가라무라에 다녀오는 일정이다. 히토요시 시내에서 10km나 떨어져 있어서 도보로는 무리고, 자전거를 타기엔 오르막길이라 편하게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단, 버스 배차 간격이 1시간에 1대라 갔다가 돌아오는 버스 시간을 모두 알아보아야 했고, 중간에 시간이 붕 떠버리진 않는지, 시간이 뜬다면 어떻게 이동하고 어디를 들릴지 모두 고려해야 했다. 13시에 일행을 마중 나가야 했기에 그전에 혼자만의 일정을 모두 끝내야 했고,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많은 곳을 오전에 볼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어제 동전을 만들면서 사둔 아침밥. 여행 중에도 아침은 가볍게 먹는 걸 좋아한다. 그래야 가벼운 몸으로 돌아다닐 수 있고, 점심에 더 맛있게 밥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머문 잠자리는 최대한 깨끗히!

이틀동안 정말 잘 묵다 갑니다! 또 올게요!

 

일기예보로는 오전에 흐리다고 했는데 다행히 날씨가 매우 맑았다. 오늘도 날씨 요정이 강림했다.

 

 히토요시 료칸에 짐을 맡기러 왔다. 건물 일부가 공사 중이라서 멋있는 전경을 찍지 못해 아쉬웠다.

 

5분 거리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 도착. 우체국 바로 앞에 있는 정류장에서 카미타시로 행 버스를 타면 된다. 

 

 8시 3분 도착 예정인데 시간이 지나도 버스가 안 오길래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이 버스를 놓치는 순간, 오늘 오전에 교외 자체를 다녀올 수 없었기에 얼마나 전전긍긍했는지 모른다. 먼저 온 버스 기사님들께 여쭤보니 곧 온다고 하셔서 기다리니 5분 정도 뒤에 버스가 나타났다. 기사님께 카미타시로 행 버스가 맞는지 확인하고 탑승했다. IC카드 지원이 되는 걸 보고 괜히 현금을 준비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크게 문제 될 건 없었다.

 

 논과 밭 뿐인 산골 마을을 달리고 달려...

 

 30분을 달리면 사가라무라의 요우라히가시에 도착한다. 참고로 사가라무라의 '사가라'는 히토요시를 지배했던 '사가라번'에서 따온 것이라고. 내가 내린 정류장 이름은 "Haruyama". 버스비만 무려 630엔이 나왔다. 일본의 교통비는 늘 느끼는 거지만 참 살벌하다. 

 

하루야마 정류장(상행)은 강가 옆에 있는데 주변에 상점도, 주택도 없다. 그저 카와베강의 모습이 보일 뿐이다.

 

 

Haruyama · 일본 〒868-0101 구마모토현 Kuma District, 사가라무라 요우라히가시

★★★★☆ · 버스 정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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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행 정류장에서 조금 내려와 왼쪽에 갈래길이 있는데 길목 초입에 하행 정류장이 있다. 바로 이 정류장이 나츠메 우인장에 나오는 장소. 2기 오프닝에서 타누마가 학교에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 곳이다. 나츠메 우인장 덕분에 이렇게 깊은 산골에 있는 조그마한 정류장에 팬들이 방문하고 있다.

 

하루야마 정류장은 나츠메 우인장 스탬프가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내가 여행했을 땐 스탬프 장소가 4곳이었는데 이번달(24년 3월) 스탬프가 새로 설치되면서 6개로 늘었다고 한다. 아쉽게도 하루야마 정류장의 스탬프는 분실되어 사용할 수 없었다. 오후에 히토요시역 안내소에 가서 여쭈어보니 왜 없어졌는지는 지자체 관계자들도 모른다고... 이번에 새로 설치하면서 하루야마에 있는 스탬프도 다시 비치해두지 않을까 싶다.

 

 기존에 있던 스탬프 장소는 차례대로 히토요시역(보라색), 스가하라텐만구(검은색), 오코바역(초록색), 하루야마 버스정류장(빨간색)이다. 큐알코드를 찍으면 구글맵으로 연결된다. 새로 생기는 곳은 대장장이거리와 미카하라 관음당이다. 대장장이 거리는 다이키치가 있는 골목이며 미카하라 관음당은 텐구바시에서 3km 정도 떨어져있다. 이전 포스팅에 있으니 아래 글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2024.02.28 - [여행 이야기- 해외/5박 6일 구마모토 뚜벅이 여행(2024)] - 히토요시, 나츠메의 마을을 걷다(3)

 

그나저나 내가 여행을 다녀오자마자 바로 새 스탬프가 설치될줄이야... 그것도 미카하라 관음당에 설치되다니! 이건 다시 갈 수밖에 없지 않은가... 5년 안에 다시 오는 걸 목표로 하자!

 

더 머물고 싶었지만 예정시간보다 10분 정도 늦게 도착한 바람에 정류장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이 10분도 채되지 않았다. 내가 타고 온 버스가 종점을 찍고 다시 내려오는데 그 버스를 타지 않으면 다음 일정을 소화할 수 없어서 아래의 사진은 다음에 찍기로 했다.

 

바로 이 장면이다. 정류장에서 같이 버스를 기다렸던 할머니께 여쭈어보니 이 장소는 도로를 따라 쭉 아래로 내려가면 곧장 나온다고 하셨다. 이걸 아는 팬들은 아마 마을에서 미리 정보를 수집하고 갔거나, 차를 렌트한 분들인가 보다. 물론, 정보가 있었어도 8분 동안 하루야마 정류장을 보는 것만으로 시간이 끝났기 때문에 이 사진을 찍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 결국... 하루야마도 다시 와야 한다는 뜻.

 22년의 여행 초보였던 나였다면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잠을 못 잤을텐데 지금은 오히려 하지 못한 것을 조금 남겨두는 편이 두근거린다. 다시 이곳에 올 이유도 생기고, 전에 갔던 곳과 새로 가는 곳이 섞여 있는 일정이 훨씬 즐겁기 때문이다.

 

 할머니와 대화를 하면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나츠메 우인장을 아냐고 여쭈어보니 모른다고 하셨다. 확실히 만화나 애니메이션은 한 시대를 함께하는 콘텐츠라 아무리 유명한 작품이라도 연령대가 다르다면 모르는 경우가 훨씬 많은 것 같다. 이후에 사가라 온천에서 만난 할머니께도 여쭈어봤지만 모른다고 하셨다.

 나츠메 우인장의 만화 연재가 2003년부터이니 그때 10대였던 사람들이 지금 30~40살. 지금 유입이 된 팬들이 10~30살. 나츠메의 팬층은 10~40대가 가장 많을 것이다. 나츠메는 나이를 타는 작품은 아니라서 50~60대까지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80~90대의 어르신들께는 생소할 것이다.

 사람의 삶에는 자신의 추억이 있고, 문화가 있다. 그게 어느 것이든 개인의 삶을 풍요롭고 즐겁게 해 준다면 같은 작품이 아니어도 좋다. 즐겁게 흥얼거릴 주제가 하나면 충분하다.

 

 시간이 부족해서 사진을 못 찍은 대신, 버스에서 내려가면서라도 찍어보기로 했다.

 

 

32°17'16.7"N 130°50'47.4"E

 

www.google.com

오른쪽 사진의 버스 창문에서 보이는 건물이 바로 왼쪽 사진 속의 건물이다. 인도에서 찍으면 애니메이션의 장면처럼 찍을 수 있다.

 

10분을 달려 내가 내린 곳은 아메미야 신사. 니소다치 이리구치, 아메미야 둘중 어디에서 내리든 상관없다. 요금도 350엔으로 동일하다.

 

아스팔트 길을 따라 걸으면 토토로의 숲(아메미야 언덕)이 보이는데 바로 이 숲의 정상에 신사가 있다.

 

 지저귀는 새소리를 따라 걷다보면...

 

 이런 푯말이 하나 등장하는데 바로 이곳이 아메미야 신사로 올라가는 길이다.

 

4기 오프닝 처음에 나오는 장면. 나츠메가 토리이 앞에 있는 요괴를 보고 도망친다. 실제로는 난간이 있다.

 

요괴가 나타난 덤불은 주택가로 가는 샛길이 있는 곳. 아메미야에서 내렸다면 신사 푯말을 따라서 이 샛길로 올라오는 게 가장 빠르다. 하지만 애니의 장면을 모두 찍고 싶다면 나처럼 토토로의 숲을 빙 둘러 들어와서 내려갈 때 샛길로 가면 좋다.

 

나츠메의 팬이라면 바로 어떤 장면인지 떠올릴 수 있으실 거다!

 

 

Amemiya Shrine · Kawabe, Sagara, Kuma District, Kumamoto 868-0093 일본

★★★★★ · 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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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신사를 보기 위해선 엄청난 계단을 올라야 한다...

 

나츠메는 아주 평온하게 내려오고 있지만 실제로 이 계단은 제법 수가 많고, 돌 자체가 기울어져 있어 오르기가 매우 힘들다. 하지만 토리이 앞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던 나는, 아직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중간에 두세번 멈춰 서서 아래를 쳐다보는데 이거 비 오는 날에 왔다면 상당히 위험하겠다 싶었다. 가파른 경사도 무섭거니와 계단이 많아서 정말 너무너무 힘들다. 구글 리뷰에 다들 오르기 힘들다는 글이 많던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엄살이 아니었다! 쉽게 생각해서 죄송합니다...

 

나츠메... 너 어떻게 이런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했니... 나라면 이 신사를 아지트로 삼지 못 했을 거야...

 

헉... 숨이 가쁘다. 조금만 더 가면 도착이다. 힘내자!

 

도차아아악!!!!!!!!!

 

와... 근데 진짜 신령한 신사라는 느낌. 숲 정상에 있어서 공기도 맑고, 무엇보다 정상에 있는 고목의 뿌리들이 얽혀있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 도시에 있는 신사와는 다른 분위기, 다른 무언가가 느껴졌다. 나무 자체, 이 숲 자체가 신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높은 거목들 사이로 보이는 푸른 하늘...

 

 아메미야 신사는 이 땅의 산토신을 모시는 신사로 1867년에 아메미야 신사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112개의 돌계단은 1852년, 800명의 마을 사람들이 모여 만든 것이며 참배객은 언덕을 오를 때 시험을 받게 되나 정상에 오르면 커다란 성취감을 얻게 된다고. 신전 안쪽의 벼랑에는 터널 모양의 바위가 있는데 "행복을 낳는다.", "안락하게 낳는다.", "돈을 낳는다."라는 이야기가 돌아 3개의 산( )을 상징하는 파워 스폿으로 유명해졌다고 한다.

 

 아메미야 신사의 모습.

 

어린 나츠메가 금방이라도 나타날 것 같다.

 

신사 안에는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팬북이 놓여 있었다. 기관사 냥코센세 인형이 매우 귀엽다...

 

열심히 팬북에 글을 적고 112개의 돌계단을 조심히 걸어 내려왔다. 올라갈 때는 보이지 않았는데 토리이 옆에 작은 석상이 하나 있었다. 꽃도 있는 걸 보니 이곳을 꾸준히 관리해 주시는 분이 계신 모양이다.

 

내려갈 때는 아까 요괴가 있던 덤불의 샛길을 이용했다. 만약 버스에서 내려 가장 빠른 지름길을 찾는다면 화살표가 있는 푯말을 따라가면 된다.

 

아메미야 신사를 마지막으로 나츠메 우인장 성지순례는 여기서 끝이다. 하지만 유메구리 온센 투어와 야간 라이트업 찾기가 아직 남아있다. 다음 포스팅을 기대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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