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토요시, 나츠메의 마을을 걷다(3)

이제 강가에 있는 4개의 장소를 둘러보러 간다.

 

이쪽도 공사가 한창이다.

 

실제론 만쥬가게가 없고 그냥 도로뿐이다. 하지만 신사와 계단은 작중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Spooon에서 미카하라관음당까지 2.5km밖에 되지 않는데도 제법 시간이 걸렸다. 완만한 오르막 구간도 있었고, 중간에 신호도 1번 있었고, 무엇보다 15번 국도에 화물차가 많이 다녀서 조심조심 달리느라 긴장이 피로로 쌓였다.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 이곳에 온 이유는 바로 여기가 "나나츠지야"라는 만쥬가게의 배경이기 때문이다. 나나츠지야는 냥코 센세의 최애 가게로 나츠메의 지갑이 텅텅 비는 이유가 냥코 센세가 만쥬 삥(?)을 뜯기 때문... 모티브로 추정되는 만쥬가게가 시내에 있었는데 후계자가 없어서 23년 여름에 폐업하였다고 한다. 

 

Mikkaharakannondo · Shimoto Goemachi, Hitoyoshi, Kumamoto 868-0077 일본

수로, 계단은 실제와 똑같다!

 

계단을 올라 신사에 도착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아담한 신사다.

 

 신사에서 바라본 구마가와와 히토요시 시내 풍경. 저 멀리 내가 건너온 다리도 보인다.

 

신사 왼쪽에 작은 오솔길이 있었는데 아마 뒤에 있는 민가와 이어져있는 것 같다. 분위기가 좋아서 카메라를 들었다.

 

 다시 페달을 밟는다. 미카하라 관음당까지 올 때는 양지라 따뜻했는데 텐구바시까지 가는 길은 그늘이라 제법 쌀쌀했다. 아무리 규슈여도 1월은 1월. 어엿한 겨울이다.

 

텐구바시까지 갈 때는 화물차가 거의 지나다니지 않아서 안심하고 달릴 수 있었다.

 

1.8km 정도 달렸을 무렵, 저 멀리 다리 2개가 보였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

 

텐구바시가 보인다!

 

大柿毘沙門堂 · Nakagamimachi, Hitoyoshi, Kumamoto 868-0085 일본

하지만 텐구바시에 앞서 먼저 볼 곳이 있었으니

 

바로 "비샤몬도"다. 

 

2기 10화 「우리집」에 처음 나오는 비샤몬도. 다른 화에도 등장하는데 아직 캡처를 다 따지 못했다. 나중에 다른 장면을 찾으면 추가하도록 하겠다.

 조그마한 석상이 옹기종기 모여있어서 애니메이션을 볼 때도 "참 분위기 있다. 작가님이 구상한 곳일까? 아님 비슷한 곳이 있는 건가?"하고 궁금했는데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라는 걸 알았을 때는 제법 놀랐다. 아쉬운 점은 이미 오후 3시가 지나 석상이 모두 그늘 안에 들어가 버려서... 사진이 목적이라면 오전을 더 추천한다.

 참고로 택시 투어를 신청하면 이 비샤몬도는 거의 필수로 들린다. 하지만 자전거로도 충분히 올 수 있기 때문에 나처럼 도전을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자전거로 오시는 걸 강력 추천하고 싶다!

 

 시게루 상은 어릴 적 나츠메 레이코(나츠메 타카시의 할머니)를 만난 적이 있다. 타카시처럼 이 마을 저 마을을 전전했던 레이코였기에 시게루와의 만남은 길지 않았으나 둘은 친구가 되었고, 시게루는 레이코를 자신의 집에 초대한다. 그리고 레이코는 시게루의 집을 뺏으려는 요괴의 존재를 알게 된다.

 마을을 떠나기 전, 레이코는 시게루의 집에 들러붙은 나쁜 요괴를 쫓아내주고, 훗날 인연이 돌아 시게루가 한 소년(나츠메 타카시)을 거두게 되고, 나츠메는 레이코가 썼던 것과 같은 술법을 사용하여 집 안에 들어온 요괴를 쫓아낸다. 시게루의 「우리 집」이

 

비샤몬도 구경을 마치고 간 곳은 300m 떨어진 긴 다리. 베니토리 바시.

 

32°13'20.3"N 130°42'53.8"E · 일본 구마모토현

6기 1화 「츠키히구이」에서 나츠메와 냥코센세는 텐구다리 아래에 있는 이상한 요괴를 발견한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요괴 뒤로 다리 하나가 보이는데 바로 이 다리가 내가 있는 곳이다.

 

Tengu Bridge · 1-2 Nakagamimachi, Hitoyoshi, Kumamoto 868-0085 일본

바로 옆에는 나츠메 우인장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장소, "텐구바시"가 있다. 작중에서 텐구바시가 얼마나 자주 나오냐면, 애니메이션 한 시즌에만 2~3번 나오며, 1~3기를 보면서 텐구바시가 나오는 모든 장면을 캡처했더니 여섯 씬이 넘었다. 만화와 애니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나츠메가 등하교를 할 때 이용하는 다리라서 나츠메가 학교에 가거나, 하교하는 씬이 있다면 높은 확률로 이 다리가 나온다.

 그리고 다이키치 상점 사장님 말씀으로는 나츠메가 등하교하는 장면을 보면 텐구바시 쪽 마을과 유노마에 쪽 마을 2곳이 나오기 때문에 나츠메가 다니는 학교는 2곳이어야 한다고 하셨다(웃음). 나츠메와 친구들(타누마, 니시무라, 키타모토) 역시 주말에 히토요시에서 반경 25~30km 떨어진 곳까지 자전거를 타고 낚시를 하러 가는 등... 어마무시한 스테미나를 보여준다. 히토요시 시내뿐만이 아니라 주변 마을까지 성지 순례 장소가 퍼져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산의 능선, 모양까지 똑같다!

나츠메 우인장 1~3기에 나오는 텐구바시 장면들. 다리의 초입과 사거리도 자주 나온다.

 

1~4기는 브레인즈 베이스가, 5기부터는 슈카에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있다. 이건 슈카로 제작사가 바뀐 뒤 오프닝에 나온 텐구바시. 새로 바뀐 제작사인 슈카도 나츠메 우인장에 상당히 공을 들이며 히토요시의 풍경을 아름답게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기쁜 소식, 2023년 말, 나츠메 우인장 7기 제작이 확정되었다!

 

 2020년 수해로 다리의 절반이 유실되면서... 공사로 통행을 제한 중이라 작품에 나오는 것처럼 온전한 다리의 모습을 담을 수 없었다. 나츠메 우인장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소이기에... 너무 마음이 아팠지만 언젠가 복원된 다리를 볼 수 있기를, 시민들이 다리를 이용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다음을 기약했다. 시에서도 수해 복구를 열심히 하고 있고, 다리 공사도 차근차근 진행되는 것 같으니 3~4년 뒤에 오면 멋진 붉은 다리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텐구 바시 안녕! 이제 시내로 돌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