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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 이야기/2박 3일 히타 뚜벅이 여행(2024)

진격의 거인 성지순례, 진격의 거인 박물관에 다녀오다(3편)

by 조각찾기 2024.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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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포스팅은 진격의 거인의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초안 - 원화 - 완성된 포스터

 2편에서 박물관 초입을 소개했다면 이제부터는 본편이다. 메인 전시관에서는 작가 본인이 좋아하는 장면(원화)과 함께 코멘트를 볼 수 있다. 원화를 보기 앞서 앙굴렘 만화제의 특별 포스터를 보고 가자. 
 
 

 앙굴렘 만화제의 50주년 기념 포스터를 맡아 이사야마 하지메 작가가 고심하여 만든 포스터. 메인 비주얼은 '최후의 거인'으로 프랑스의 상징적인 구조물 '에펠탑'을 땅울림 거인들과 함께 배치하여 압도감을 주었다.
 
 참고로 박물관 본관에 있는 모든 원화를 다 찍지는 않았고 내가 인상깊다고 생각한 원화만 촬영했다. 박물관 내부는 사진 촬영이 자유롭다고 한다. 히타까지 오기 어려운 분, 왔더라도 오야마까지 오기 힘든 분들에게 내 글이 진격의 거인을 느끼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훈련병 시절의 에렌, 미카사, 아르민 3인방. 거인을 구축하겠다는 원념, 소중한 이를 지키겠다는 열망,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를 보고 싶다는 동심. 작은 몸에서 터져버릴 것 같은 마음들을 품고 벽 안에서 거인과 싸우는 주인공 3인방이다.
 
 

 하지만... 세상은 잔혹하다. 월 마리아에 구멍이 뚫린 이후, 무지성 거인을 조우한 사람들은 무력하게 잡아먹혔다. 이 원화는 월 마리아가 파괴되고 무지성 거인을 조우한 사람들을 담았다. 그들의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어떤 심정이었을지, 우리 모두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무력하기만한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싸우고, 또 싸운다. 그림 실력이 미흡하던 시절, 하지메 작가가 전투의 강렬함을 표현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는 그림이다.
 
 

 하지만 그들의 적은 벽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적은 벽 바깥에도 존재했다. 하지만 그 적마저도 각자의 목적을, 신념을, 꿈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죽음의 공포 앞에서 상대의 꿈 따위 알게 뭔가. 미케는 지성을 가진 짐승 거인의 앞에서 죽음의 공포에 떤다.
 
 

 갑옷 거인과 싸우는 진격의 거인. 이사야마 하지메 작가는 실제로 격투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정확히는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거인의 전투신을 그릴 때 격투기의 기술이나 장면을 많이 활용했다고. 이 장면도 격투기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찍었던 사진이다.
 
 

벽 안을 바라보는 짐승 거인. 지크의 유연하고 긴 팔을 보라. 서 있을 때도 어마어마하게 긴 팔이지만 이렇게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니 팔 길이가 더욱 기괴하게 느껴진다.
 
 

이 2개의 원화는 의도를 가지고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왼쪽 그림은 연재 초창기에 그린 초대형 거인. 오른쪽 그림은 7년 차에 그린 초대형 거인이다.
 

[처음 그린 초대형 거인]

「만화를 그리기 시작해, 아직 이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로 그린 초대형 거인입니다. 서투른 그림의 만화는 대중에게 잘 읽히지 않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2페이지를 소모해서 독자로 하여금 '뭐야 이것은'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열심히 그렸습니다.」
 

[1화로부터 7년 후에 그린 초대형 거인]

「연재가 시작된지 7년이 지나고, 드디어 제가 그리고 싶은 것을 이미지대로 그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어시스턴트 분들의 도움이 컸고, 이 원화의 톤은 세밀한 톤 표현 기술을 가진 '가마타니' 상에게 부탁드렸습니다. 옐레나의 찌푸리는 표정을 표현한 것도 '가마타니' 상입니다.」
 
 

 차이가 느껴지는가? 확실히 7년 후의 그림이 입체감이 느껴지고, 근육의 팽창감, 피부의 열기도 잘 느껴진다. 특히 눈 아래의 세밀한 근육이 인상적이다.
 
 

이 그림은 이사야마 하지메 작가가 단행본을 출간할 때 다시 그린 원화다. 연재분은 컷 분할 때문에 박력감이 부족하다고 느껴져서 과감하게 양면 한 장에 2명의 거인이 나오도록 다시 그렸다고.
 
 

 작가피셜로는 다시 그리기 정말 가치 있는 그림이었다고 한다. 사실 만화가도 사람인지라 연재분에서 만족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는 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연재분과 단행본이 다른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주간뿐만 아니라 월간 만화도 이런 일이 다반사다(진격의 거인은 월간 만화였다). 어느 정도의 연재분이 확보되면 단행본이 출간되는 시스템에서 아주 타이트한 작업이다. 힘들지 않은 직업은 없지만 이런 초월적인 스케줄을 고려하면 만화가는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직업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이 원화는 보자마자 바로 카메라를 꺼내 든 그림인데, 그도 그럴 것이 제목이 '리바이의 미소'라고 떡하니 쓰여있는 게 아닌가...
 
 

오마에라, 아리가토나.

못 볼 꼴 봤다는 표정의 히스토리아, 에렌, 미카사, 아르민, 코니, 쟝, 한지ㅋㅋㅋㅋㅋ 그리고 빛나는 미모의 중년 리바이...
 
그나저나 하지메 작가... 악필이다...(죄송합니다.)
 
 

 「특정 캐릭터에는 식은땀을 그리지 않는 규칙이 있습니다. 리바이의 표정도 이러한 규칙을 적용하여 풍부하게 표현하지 않는 제한을 두었습니다만, 이 장면의 미소는 아주 예외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이전에도, 앞으로도 나오지 않을 미소라 생각하며 그렸습니다. 」
 
 

 그리고 대망의 씬. 짐승의 거인은 내가 죽이겠다며 엘빈에게 죽어달라고 말하는 리바이다. 복합적인 감정의 표정에서 죽음을 받아들이는 엘빈의 미소.
 
 

그렇게 리바이는 짐승 거인을 죽이기 위해 아커만의 힘을 이끌어내지만 목숨을 끊지 못하고... 둘의 대결은 최종장에 이르러서야 매듭지어진다.
 
 

 이사야마 하지메 작가가 작품의 원화를 공개하는 것은 이 박물관이 처음이었는데, 박물관에 원화를 전시하기로 했을 때 어떤 원화를 선택하면 좋을지 고심했다고 한다. 이 원화는 방문하는 사람이 어떤 그림을 보면 기뻐할까 생각하며 유일하게 고른 그림으로 다른 원화는 작가 본인이 좋아하는 그림을 골랐다고 전해진다. 이 원화를 고른 그의 안목은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왜냐면, 이 그림을 본 내가 그의 의도대로 그림 앞에서 발을 뗄 수 없었기 때문에...
 
 

 진격의 거인 애니메이션은 2013년에 방영한 후 시즌 2가 나오기까지 4년의 공백이 있었다. 2기와 3기 사이에도 2년 정도 공백이 있었고, 3기는 갑자기 분할 2쿨이 되면서 반년을 또 기다려야 했다. 오랜 시간의 기다림에도 불구하고 진격의 거인을 챙겨보지 않는 건 내게 잊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만큼 재밌고, 충격적인 작품이었다. 내 중고등학교 시절에서 진격의 거인을 빼놓는 건 잊을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애니메이션 2~3기에 해당하는 연재분은 '이 사람 미친 건가?' 싶을 정도로 작가의 만력에 취해있던 때인데, 엘빈의 생사가 불확실한 상황, 리바이가 지크와 어떤 싸움을 벌일지 마음 졸이며 보았던 기억이 난다. 짐승 거인을 수십 초 안에 찹스테이크로 만들어버리는 리바이의 모습에 엄청난 쾌감이 있었다. 
 
 

 시즌 2에서 애니화를 가장 기대했던 장면이었지만 만화에서 받은 충격과 쾌감을 애니메이션이 이기진 못했다. 애니메이션으로 전 세계적인 흥행가도를 탄 작품이지만 시즌2 내용부터는 만화의 몰입도가 더욱 높았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진격의 거인은 기본적으로 주인공과 다른 등장인물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막다른 벽에 부딪히도록 하는 만화입니다. 그래서 일이 잘 풀리는 일은 보기 드물지요. 이 원화는 제가 카타르시스적인 씬을 표현하고자 한 몇 안 되는 그림입니다. 그래서 더욱 역동적이고 흥미롭게 그리려고 했습니다. 」
 
 

 그렇게 고난을 헤쳐 나와 월 마리아 시간시나구에 있는 지하실에 도착한 주역들. 왼쪽의 그림은 단행본 21권의 표지가 된 장면으로 원화에는 사람 모양의 그림자가 펜으로 표시되어 있고, 명암을 위한 코멘트도 따로 달려있다. 
 
 

[21권의 색 지정]

「꽤 구도가 어려운 표지였습니다. 책은 어시스턴트에게 그려달라고 했어요. 가능하면 작중의 한 장면을 가져와 표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표지로 스포일러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고, 나머지는 전체적인 색의 인상이 앞서 출간한 단행본과 겹치지 않도록 하고 있어요. 신간이 나온 것을 독자가 쉽게 깨달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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