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저귀는 새소리와 부드러운 아침 햇살에 눈이 떠졌다.
설레는 마음으로 커튼을 젖혔다.
어제 비가 왔던 게 거짓말이라는 듯이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내가 여러 블로그 후기에서 읽은 바로 그 풍경이다.
곧바로 옷을 갈아입고 정원으로 나섰다. 객실 밖 창문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1층 홀에서 다시 발길이 멈췄다. 모든 것이 그림 같았다. 이날 아침은 두고두고 떠올릴 것 같다.
호텔 이즈미의 전경.
두근 두근
하... 좋다...
1시간 동안의 산책을 마치고 아침 5시, 온천을 하러 내려왔다. 빨리 노천탕에 들어가고 싶었다.
위 사진은 호텔 이즈미 공식 사이트에서 가져온 것이다. 온천 내부는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이 사진으로 소개를 대신한다. 내부에는 대중탕처럼 생긴 실내 온천과 사우나가 있고, 바로 문을 열고 나가면 노천탕이 있다. 바다와 산이 모두 보여 더욱 아름답다.
내가 온천에 들어갔던 시간에 아무도 없어서 노천탕을 전세내고 노천탕의 끄트머리에 자리잡았다. 푸른 하늘과 태평양을 그저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환상적인 수질까지. 물이 너무 좋아 1박 동안 3번이나 온천을 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데려오고 싶은 곳이다. 언젠가 기회가 있다면 가족들과 함께 이즈미에서 숙박하고 싶다.
방에 돌아와 딸기 우유를 원샷했다. 크, 바로 이거야!
전날 석식과 마찬가지로 식당의 테이블에는 객실 번호가 쓰여 있어 객실키를 보여주면 해당 테이블로 안내해주신다. 조식 레스토랑과 석식 레스토랑은 따로 구분되어 있다. 나는 창가자리로 안내를 받았다.
테이블에는 정갈하게 도시락이 올려져 있었다. 오챠즈케 방식으로 먹으면 된다. 풍경을 감상하며 천천히 식사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마지막으로 먹은 요구르트 푸딩이 정말 맛있었다.
이 호텔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공간에 마지막으로 앉아 본다.
짐을 챙기고 체크아웃을 하러 내려왔다. 현관에는 객실 번호와 투숙객 이름, 인원 수가 적힌 종이가 있다. 대접받는 느낌이다.
온천세(150엔)를 지불하고, 키를 반납한 후, 송영 버스를 기다렸다. 9시 40분까지 시간이 남아 사진을 몇장 찍었다. 호텔 이즈미는 투숙객뿐만 아니라 당일 입욕 고객도 받고 있다. 성인 기준 평일 650엔, 주말(토, 일, 공휴일) 700엔. 어린이는 220엔, 유아는 110엔이다. 합리적인 가격이다.
노보리베츠는 한국인 뿐만 아니라 일본인 사이에도 유명한 온천 지역이다. 하지만 당일 입욕이 가능한 온천 리조트도 제한되어 있고, 입욕비 역시 2000엔이 넘는다. 노보리베츠 온센의 타키모토칸이 유명하지만 입욕비로 2000엔 넘게 낼 바엔 돈을 더 쓰고 투숙을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분도 분명 계실 거다.게다가 유황 온천은 피부가 예민하거나 아토피가 있는 분들이 들어가기 어렵다. 나도 작년에 온천에 들어갔다가 피부가 예민해 고생한 적이 있다.
그런 분들에게 고조하마~노보리베츠 해안에 있는 온천은 좋은 선택지다. 1000엔이 안 되는 당일 입욕비. 예민한 피부여도 이용할 수 있는 온천. 물론 노보리베츠의 대형 리조트만큼 커다란 온천은 아니지만, 관광객이 적고 조용해 느긋히 즐길 수 있다. 단, 교통편이 나쁘므로 택시비를 고려하면 노보리베츠의 대형 리조트가 싸게 먹힐 수 있다.
하지만 나처럼 관광 일정없이 료칸에서 하루 푹 쉬면서 온천만 할 여행객, 료칸에서 석식과 조식을 모두 해결할 여행객, 관광객이 적은 조용한 숙소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호텔 이즈미는 정말 합리적인 선택지다. 노보리베츠 역까지 운영하는 송영 버스도 매우 편리하다.
정확히 9시 40분에 송영 버스가 왔다. 어제 계셨던 기사님이 아니라 조금 아쉬웠지만 이날 만났던 기사님도 정말 좋은 분이셨다. "한국분이시지요?"로 운을 띄우셨다. 일본어를 할 수 있다는 말에, 한국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다며 즐겁게 말씀하셨다. 나 역시 일본의 음악을 좋아한다며 답했다. 히게단을 좋아한다고 하니 아주 좋아하셨다. 작년에 규슈 여행을 하며 후쿠오카, 사가, 오이타, 나가사키, 구마모토를 다녀왔고 이번에 노보리베츠, 토야코, 하코다테, 아사히카와, 비에이, 후라노, 오타루, 삿포로에 간다고 하니 자기보다 더 많이 가봤다며 깜짝 놀라셨다.
노보리베츠 역까지 차로 5분밖에 걸리지 않는데도 정말 알차게 대화했다. 버스에 내리며 조심히 가시라 인사드리니 환한 미소로 대답해 주셨다.
노보리베츠 역의 모습. 어제는 폭우로 사진을 찍을 여유가 없었다. 이제야 사진을 찍는다. 이곳에서 버스를 타고 노보리베츠 온센까지 이동한다. 말로만 듣던 지옥 계곡으로 가보자!
'일본 여행 이야기 > 9박 10일 홋카이도 뚜벅이 여행(2023)'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토야코, 여름 밤의 하나비를 함께 보다. (2) | 2023.07.21 |
---|---|
토야코, 화산 활동으로 태어난 거대한 호수 (0) | 2023.07.21 |
노보리베츠, 등산을 하러 온 건지 지옥 계곡을 보러 온 건지 (0) | 2023.07.18 |
노보리베츠, "혼토니 요캇타데스." (5) | 2023.07.17 |
[프롤로그] 홋카이도 레일패스로 떠나는 9박 10일 기차여행 (2) | 2023.07.1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