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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 이야기/9박 10일 홋카이도 뚜벅이 여행(2023)

노보리베츠, 등산을 하러 온 건지 지옥 계곡을 보러 온 건지

by 조각찾기 2023.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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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리베츠 역에서 노보리베츠 온센은 차로 11분, 버스로 12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버스는 1시간에 1~3대 운영하고, 역 안에 있는 자판기에서 표를 구매할 수 있다. 물론, 버스를 탈 때 승차권을 뽑고 현금을 내도 된다.

 

뚜벅이 여행객에게 가장 중요한 건 양손을 가볍게 하는 것. 캐리어를 먼저 보관하기로 했다. 보통 일본의 역 안에 있는 코인락커의 평균 가격은 700엔(캐리어가 들어가는 사이즈)이다. 노보리베츠역은 600엔이고, 28인치 캐리어가 들어가고도 공간이 남을 정도로 충분한 크기다. IC카드 결제도 가능하다.

 

역에 들어오자마자 왼쪽으로 쭉 가면 구석에 버스표 자판기가 있다. 성인 기준 편도 요금 350엔. 왕복은 640엔으로 60엔 저렴하다.  티켓에 날짜가 쓰여 있는 것을 보아 당일 한정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 같다. 노보리베츠 온센에서 숙박을 할 경우 편도권을, 당일치기로 다녀올 경우 왕복권을 추천한다.

 

역 앞에 있는 자판기
버스 정류장
(좌)버스 시간표. 왼쪽의 1번이 노보리베츠 온센에 가는 버스 시간표다. 

역 바로 앞에서 노보리베츠 온센에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8시, 11시, 13시, 16시, 18시에는 한 시간에 3회 운영하고 있다. 내가 탈 버스는 10시 3분 차. 주말임에도 타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노보리베츠는 겨울 여행객이 많다.

 

도난버스 도착

노보리베츠 온센까지 가는 길은 경사가 제법 있는 언덕길이다. 반드시 버스나 택시를 타고 가길 추천한다.

 

노보리베츠 온센 터미널. 버스의 종점이다. 돌아갈 때도 여기서 버스를 타면 된다. 터미널 안에 영문으로 된 버스 시간표가 있다. 지옥계곡으로 가기 전, 버스 시간표를 1장 챙겨 몇 시 버스를 타고 돌아갈지 미리 생각해 두자. 홋카이도에서 버스, 기차 시간표를 미리 알아두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전날 비가 온 뒤라 그런지 해가 매우 뜨거웠다.

관광 안내소에서 지도를 한 장 챙기고 지옥 계곡 방향으로 천천히 걸었다. 날이 너무 더워 세븐일레븐에 들러 마실 음료를 샀다. 일본은 어딜 가든 관광지에 자판기가 있지만 자판기는 생수를 제외하고 기본 140엔 이상이다. 편의점에서 사면 40~70엔을 절약할 수 있다. 살 수 있는 상품의 선택지도 훨씬 많다.

 

올라가다 보니 염라대왕이 있었다. 이 엔마도(염라대왕)은 8월에 열리는 지옥 축제에서 사용되는 모형이다. 마을의 랜드 마크지만 크게 볼 건 없다. 정해진 시간에 염라의 얼굴이 붉게 변하며 벌떡 일어선다. 마침 20분 뒤에 움직이는 시간이라 기다려 보기로 했다. 

 

유명한 리조트인 타키모토칸을 지나니 센겐 공원이라는 곳이 있었다. 다른 색의 도깨비방망이가 총 8개 있고, 갈색과 청색 방망이 사이에는 유황 온천이 뿜어 나오고 있었다.

 

3시간마다 유황 온천이 분출하는데 1회당 50분 정도 나온다고 한다. 지나가는데 엄청난 계란 냄새가 나서 뭔가 했다. 시간이 딱 맞았나 보다. 모두 간헐천 앞에서 열심히 영상을 찍고 있었다.

 

방망이는 모두 각자 다른 방위와 색, 의미를 가지고 있다.

 

11시에 염라대왕을 구경하고, 오늘의 목적지인 지옥 계곡으로 향했다. 마을에 유료 버스(원하는 곳에서 내려주는 관광버스)가 다니긴 하지만 도보로 걸어도 충분하다. 지옥 계곡으로 가는 길은 완만한 언덕길이다. 커다란 주차장과 관광버스를 보니 다 왔나 보다.

 

지옥계곡 제2 전망대. '노보리베츠 지옥계곡'이라고 쓰여 있는 나무 간판이 있어 패키지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는 장소다. 하지만 여기는 그저 지옥계곡의 입구에 불과하다. 관광객이 많아 깔끔한 사진을 찍는 것도 어렵고, 조금만 걸어가면 지옥계곡에서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에 여기는 그냥 구경하고 통과하면 된다.

 

지옥계곡은 앞서 만난 패키지 관광객으로 붐빌 것 같아 오유누마를 먼저 가기로 했다.

 

길 초입에서 뱀을 만났다... 뱀과 눈을 마주친 적은 처음이다. 섬뜩했다.

 노보리베츠 온센은 지역자체가 언덕이고 산이다. 그것도 제법 가파른. 편한 운동화와 하의는 필수. 컨디션이 좋지 않다면 오유누마는 패스하고 지옥 계곡만 보자. 이날 오유누마로 가며 만난 모든 관광객들이 모두 땀을 흘리거나 헉헉 숨소리를 내며 오르더라. 나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20분은 등산해야 하므로 꼭 마실 물을 가져오자. 생각보다 멀어서 중간엔 내가 관광을 하러 온 건지 등산을 하러 온 건지... 점점 알 수 없었다.

 

유황때문에 누런 자갈과 흙으로 가득한 산길을 걷다보면 전망대에 도착한다.
오유누마 전망대

사실 오유누마는 족욕탕이 목적이라 크게 기대를 안 했는데 정말 좋았다. 물 색도 신비롭고, 무엇보다 이곳 전망대에서 보는 풍경이 매우 좋았다. 도보 여행객만 오는 코스라 사람이 적은 점도 마음에 들었다. 단, 지옥계곡에서 반대편이므로 지옥계곡까지 보려면 여유 있게 2시간은 잡자.

 

지옥 계곡보다 온천물을 더 잘 볼 수 있다. 지옥계곡에 울타리를 쳐둔 조그만 연못의 물과 같은 색이다. 

 

따로 인도가 없다. 차도를 따라 걷는다. 이쪽에서 보는 오유누마도 아주 멋지다.

오유누마 연못의 물줄기를 따라 차도를 쭉 걸으면 오유누마 족탕까지 10분 걸린다. 차량으로 이 길을 쭉 따라 달리면 굿타라 호수까지 갈 수 있다. 

 

족욕탕까지 오는 내리막길을 천천히 즐기자.

 

오유누마강 천연족탕. 나이, 성별, 국적이 다른 여행객들이 신발과 양말을 벗고 여유롭게 족욕을 즐기고 있다.

 

족욕탕에는 깔개가 구비되어 있어 엉덩이가 더럽혀질 걱정 없이 족욕을 즐길 수 있다. 매우 협소해 앉을 수 있는 인원이 많지 않으므로 참고하자. 

 

내려왔던 길을 다시 올라가 굽이굽이 도는 오르막 차도를 걸어, 다시 데크로를 천천히 내려가면

 

지옥계곡에 도착!

 

여름의 지고쿠다니. 겨울엔 눈이 내려 더 묘한 분위기를 띄고, 가을엔 단풍과 어우러져 가장 아름답다. 하지만 여름도 충분히 멋지다. 실제로 가면 사진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노보리베츠 지옥계곡은 굿타라 화산의 분화 활동으로 생긴 화구다. 직경 450m, 면적 11ha. 수많은 분기공이 있어 유황 온천 특유의 계란 냄새를 뿜어낸다. 1일 1만 톤의 온천이 용출되고, 수많은 용출구는 노보리베츠 온센에 있는 대형 리조트들의 수원이다. 

 지옥계곡이란 이름은 온천이 거품과 함께 솟아나며 끓어오르는 모습이 귀신이 살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겨 붙여졌다고 한다. 홋카이도 유산으로 선정되었으며, 홋카이도 도민뿐만 아니라 일본 전국에서 사랑받는 온천이다. 이 마을의 경제를 책임지는 것이 온천 사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끓는 대지 위에도 생명이 산다.

 

노보리베츠 온센 버스 터미널로 돌아간다.

 

가장 많이 나간 고등어 오니기리와 3종류 샌드위치를 샀다.

세븐에서 간단한 점심거리를 샀다. 원래는 소바도코로후쿠안에 갈 예정이었지만 오유누마강까지 다녀오니 시간이 부족했다. 웨이팅 때문에 오픈 시간에 맞춰가야 하는 집이라 시간이 많은 분들만 추천한다.

 

터미널 내부. 왼쪽의 탁자에 영문 버스 시간표가 있다.
노보리베츠 온센에서 6월부터 10월까지 열리는 마츠리. 정해진 날에만 열린다. 저녁에 하므로 마츠리를 보려면 이곳에서 숙박하는 일정으로 짜야한다. 아니면 버스 막차가 끊긴다. 차량이 있다면 마츠리를 보고 돌아갈 수 있겠지만...

12시 52분 버스를 타고 노보리베츠 역으로 돌아간다. 가는 길에 버스가 노보리베츠 다테 지다이무라 앞에 섰다. 노보리베츠는 관광지 바로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어서 시간만 잘 맞추면 뚜벅이 여행도 어렵지 않다.

 

노보리베츠 역에 도착하니 기차 시간까지 아직 15분이 남았다. 캐리어를 찾고 26분에 올 호쿠토 열차를 기다린다. 다음 여행지는 도야호수. 지옥 계곡을 만든 굿타라 호수보다 17배가 큰 호수다.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몇 시간 후에 또 등산을 하게 될 줄은... 다른 종류의 힘듦과 무서움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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