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여행기를 쓴다.
더 조회수가 잘 나올 것 같은 히타 편을 빨리 쓰고 싶지만,
나츠메우인장 편을 먼저 마무리하고 싶다.
히타 편을 기다리는 분들께는 조금의 기다림을 부탁드린다.
셋째 날 점심식사를 위해 찾은 곳은 마루이치라는 소바 가게다. 메이지 31년(1898년)에 시작하여 히토요시에서만 120년 넘도록 영업을 해온 유서 깊은 가게다. 현재의 점포는 2013년에 리뉴얼하여 매우 깔끔한 모습이다. 위치와 가게 설명은 아래 링크를 참고.
가장 유명해 보이는 오야코 소바와 카시와 소바를 하나씩 시켰다.
오후 1시 반을 넘어 애매한 시간에 와서 그런지 여유로운 모습이다.
직접 메밀면을 만든다고 하여 기대가 매우 컸다. 지난해 홋카이도에서 먹지 못한 카시와 소바가 메뉴에 있어서 더욱 기대가 컸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내 입맛엔 맞지 않았다.
면 자체는 매우 독특했다. 부드럽게 뚝뚝 끊어지는 느낌이 매우 신기했는데 그런 특성이 이 요리와 잘 어울린다고 한다면... 물음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간이 매우 짰다. 내가 싱겁게 먹는 편이긴 하지만 일본 현지에서 이렇게 짜다고 느낀 적은 처음이었다. 그나마 오야코 소바보다는 카시와 소바가 입에 맞아서 카시와 소바를 먹었다. 이 집이 별로라기보단 나와는 잘 맞지 않았던 것 같다.
식사를 끝마치고 히토요시 료칸에 2시 반에 도착했다. 3시가 되지 않은 시간이건만 체크인이 가능하다고. 바로 체크인을 했고, 야타케 방으로 안내를 받았다. 남자 직원 분이 객실과 료칸 내부 안내를 해주셨는데 말씀하시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20%는 놓쳤다. 일본어가 된다고 하니 빠르게 안내를 해주신 것 같은데 조금만 천천히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다면 부탁을 들어주시지 않았을까. 돌이켜보니 참 서툰 나였다. 다른 이에게 부탁을 하는 건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닌데 말이다.
짐을 풀기 전 객실 사진을 찍었다. 이런 좋은 방에 묵는 건 22년 와타야벳소 이후로 거의 1년 반만이다. 대학생인 내 신분에 참 과분한 방이었다. 다음엔 이런 방이 과분하지 않은 내가 되었을 때 오리.
히토요시 료칸 바로 앞에 있는 아오이 아소 신궁을 구경하기로 했다.
아오이 아소 신궁은 806년에 창건되어 12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구모마토현에서 처음으로 국보로 지정된 문화재로, 규슈에서는 5번째로 지정되었다. 일본 국내에서는 최남단에 있는 국보 건축물이다.
신전군(社殿郡) 5동인 누문(楼門), 배전(拝殿), 폐전(幣殿), 누각(楼), 본전(本殿)이 국보로 지정되었는데 각 신전은 중세 구마지방에 전개된 의장을 계승한다고 한다. 검게 칠해진 경사 급한 초가지붕과 극채색을 사용한 장식성 높은 조각이 특징으로 이 양식을 '모모야마 양식'이라고 한다. 이 화려한 양식 덕에 근세 구마지방 사찰 건축의 본보기가 되었는데 구마모토현의 신사, 사찰 건축의 90%가 구마지방에 있음을 감안하면 이 신사의 위용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다.
[구마모토 관광 사이트(https://kumamoto.guide/ko/spots/detail/822), 아오이 아소 신사에 관한 글 참고]
어제 왔었던 히토요시 역에 다시 왔다. 목적이었던 철도 박물관은 휴관 중이라 인포메이션 센터만 방문했다.
갔는데 수많은 냥코센세가... 구글 리뷰로 봐서 알고는 있었다만 히토요시는 정말 나츠메 우인장에 진심이다. 홀로 일정이 하루만 더 있었다면 혼자 와서 나츠메 지도를 먼저 받고 쭉 돌았을 텐데... 너무 늦게 지도를 획득했다. 어차피 지도가 있었어도 어제 들린 곳보다 더 많은 곳을 가기엔 어려웠으니 크게 아쉬워할 건 없지만 말이다. 사실 일행이 있어 덕후 토크를 길게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역시 덕후 여행지는 혼자서... 유명 관광지나 도시는 여럿이...
역 앞에 있는 가라쿠리 시계. 동절기(11~2월)는 9:00~17:00 매시 정각에 움직인다.
히토요시 역 근처에 있는 디저트 가게에 들렀다. 치즈케이크가 유명한 집이라는데 저녁에 가이세키를 먹어야 해서 조그마한 슈톨렌 조각만 하나 샀다. 쇼케이스의 케이크를 보니 치즈케이크가 참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것이 왜 대표 메뉴인지 알 것 같았다. 다음 히토요시 방문에는 치즈케이크 후기를 남겨보겠다.
오후 6시, 이른 저녁을 먹었다. 오늘 메뉴는 가이세키 석식. SL 히토요시를 본떠 만든 나베 용기가 근사했다. 디자인적으로 계속 눈이 가는 멋진 녀석이었다. 나는 이렇게 콘셉트에 충실한, 어쩌면 과몰입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매우 좋아한다. 변태도 배운(?) 변태가, 덕질도 깊게 파는 덕후가 멋있지 않나.
1층에 있는 식당에서 료칸에 머무는 손님 모두가 식사를 하는데 팀마다 칸막이로 구분되어 있어 크게 불편하진 않다. 다만 프라이빗한 느낌은 없고, 한국인 여주인 분(사이트에 일본 이름으로 소개된 것을 보면 일본으로 귀화하신 것 같다)이 운영하는 료칸이라 한국인 손님이 많다 보니 왁자지껄(?)한 분위기다. 골프 여행을 온 중년 손님들이 대다수다. 프라이빗한 가이세키를 원하는 분이라면 오히려 외곽지역의 료칸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식사는 전반적으로 대접받는 느낌이 들어 매우 좋았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식재료는 쌀과 배추였다. 햅쌀이 정말 맛있었다!! 아쉬웠던 부분은 음식의 간이 전체적으로 짠 편이라서 호불호를 탈 것 같았다. 원래 가이세키는 호불호를 타는 요리다. 석식과 조식이 모두 맛있는 료칸이 생각보다 귀해서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저녁을 먹으며 든 생각이 오히려 이곳은 아침이 더 맛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디저트는 구마모토의 유명한 특산품 '밤'을 활용한 몽블랑 모나카. 먹기가 어려웠지만 스위츠 간의 합은 좋았다고 생각한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공간. 히토요시 료칸에서 온천과 더불어 가장 좋았던 곳이다. 참고로 이곳 히토요시 료칸은 나츠메 우인장에서 나츠메와 나토리가 묵은 료칸이라고 한다.
빵빵한 배를 꺼트리기 위해 산책을 나섰다. 어제 다이키치 사장님께서 알려주신 9개의 라이트업을 차례대로 하나씩 찾았다. 라이트업의 자세한 위치는 아래 링크를 참고!
2024.04.28 - [여행 이야기- 해외/5박 6일 구마모토 뚜벅이 여행(2024)] - [히토요시] 나츠메 우인장 야간 라이트업 정보
처음 찾은 건 꼬마 여우. 9개의 라이트업 중 찾기 어려운 2개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이 라이트업이라고 한다. 다이키치 사장님께서 알려주시지 않았다면 나도 찾는데 헤맸을 것이다. 덕분에 빠르게 꼬마 여우를 찾을 수 있었다.
여우를 지나 다리를 건넌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보이는 거리의 이름은 콘야초 거리. 이자카야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이 거리의 상점가 벽에 초비히게와 캇파(미스즈의 부하)가 있다.
조금 더 걸으면 전기자동차 충전소에 히노에가 있다.
한 블록을 쭉 걸어가 오른쪽으로 꺾어 걸으면 은행 건물에 레이코가 있다.
마지막으로 대장장이 거리의 라이트업을 보러 왔다. 가장 아름다운 나츠메와 냥코센세 라이트업.
미스즈.
중급들과 냥코센세. CHOBIT이라는 이름의 미술관 벽에 있다. 조그마한 미술관인데 입장료가 무료다.
이건 사가라번의 상징인 용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아오이 아소 신사에도 공들여 만든 용 모형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히토요시 역. 시간이 벌써 9시 16분이다.
이곳의 라이트업은 비교적 최근에 생긴 것이다.
냥코센세와 나츠메 라이트업을 마지막으로 라이트업 투어를 마치고 돌아간다.
숙소까지 가는 길. 수면에 비친 다리의 모습이 제법 인상적이다.
이제 온천을 하고 푹 쉬자.
대욕장으로 가는 길.
히토요시 료칸의 온천 성분표다. 나트륨-탄산수소염・염화물이 함유된 원천수로 피부 각질을 부드럽게 함으로써 오래된 각질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한 음용도 가능해 위 기능을 조절하는 기능도 있다고.
노천탕을 이용하고 싶었지만 이곳의 노천탕은 시간이 제한되어 있어 이용하지 못했다. 너무 늦게 돌아온 탓이다. 아쉽지만 노천탕은 내일 오전에 이용하기로 했다.
원래 수질 좋은 온천 료칸에 묵을 때는 체크인부터 체크아웃까지 료칸에서 시간을 보내며 3번 이상 온천물을 즐기는 것이 좋다. 체크인 후 저녁 먹기 전에 1번, 저녁 먹고 나서 자기 전에 1번, 아침 일찍 일어나서 1번. 3번 온천한 경험은 아래의 글을 참고해 주시길.
2023.07.17 - [일본 여행 이야기/9박 10일 홋카이도 뚜벅이 여행(2023)] - 노보리베츠, "혼토니 요캇타데스."
2023.07.17 - [일본 여행 이야기/9박 10일 홋카이도 뚜벅이 여행(2023)] - 노보리베츠, 태평양의 풍경으로 여는 아침
이용시간이 끝난 대욕장 대신 실내탕을 이용했는데 이곳의 수질도 매우 훌륭했다. 얼마나 좋았냐면 아토피 때문에 온천물을 선별해서 들어가야 하는 내 피부가 자극 없이 아주 부들부들해졌다.
히토요시 료칸의 실내탕은 일정 시간이 되면 남탕과 여탕의 위치를 바꾼다. 하지만 2개의 탕 모두 내부 모습은 동일한 것 같다. 탕 안에 나무 벤치가 있는데 이 벤치 덕분에 개인의 신장과 상관없이 누구나 몸통을 확실하게 물에 담글 수 있다. 여러 온천을 이용할 때마다 아쉬운 점이 바닥에 앉으면 턱이 수면에 닿는 것이었는데 벤치가 있어서 머리카락이 물에 젖을까 걱정하지 않고 느긋히 온천을 할 수 있어서 매우 좋았다.
온천을 끝내고 나오니 홀까지 불이 꺼진 모습이다. 1박 2일 묵으면서 불편했던 점이 바로 직원들이 밤에는 1명도 상주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물론 대부분의 손님이 일찍 잠에 드니 직원이 필요할 일은 거의 없겠지만 그래도 비상시 상황이 있을 수 있지 않은가. 아동이나 고령의 노인 손님이 있다면 더욱... 상비약이 필요한 손님이 있을 수도 있고 말이다.
여름에 갔던 홋카이도의 '호텔 이즈미'도 밤시간 카운터에 직원이 없었지만 스탭 공간에 사람이 있다는 인기척은 있었는데 이곳은 직원이 전혀 없는 듯해서 신기하기도 했고 아쉽기도 했다. 나도 이런 전통 료칸은 처음이기에 다른 곳도 묵어봐야 비교가 될 것 같다.
냥코센세가 문지기라고 생각하면 직원이 없는 것도 납득(?)된다.
홀에서 겁쟁이 페달 작가(와타나베 와타루)의 싸인을 찾았다. 이 싸인이 도대체 왜 여기에 있는지 너무 궁금해졌다. 내일 아침에 오카미상을 뵐 수 있다면 꼭 물어보기로 결심하고...
촘촘했던 하루 일정을 마치고 잠을 청하기 위해 객실로 돌아왔다. ではお休みなさ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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