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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뚜벅이 여행기/2박 3일 히타 뚜벅이 여행(2024)

히타, 단 하루의 추억만으로 사람은 나아갈 수 있다.(2편)

by 조각찾기 2024.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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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타카무라 우동의 옛 사진이다. 이때도 맛집이긴 했지만 웨이팅은 없어서 바로 자리 안내를 받을 수 있었는데

 

 

새로 이전하고 난 후에는 웨이팅 시스템이 자리 잡았다. 웨이팅 명단(수기 작성)이 있었고, 밖에는 웨이팅 손님을 위한 의자도 마련되어 있었다. 

 

 

가게에 들어가니 손님으로 만석... 빈자리가 생기긴 했는데 홀 정리가 늦어서 총 15분 정도를 기다린 후에야 앉을 수 있었다. 자리가 없으면 명단에 이름을 쓰고 밖의 의자에서 기다리는 편이 좋을 듯하다. 

 

 

 2010년부터 15년 동안 진심으로 우동을 마주한 타카무라 상의 새로운 보금자리.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타카무라 상의 애정이 듬뿍 반영된 곳이다.

 

 

나는 주방 바로 옆의 2인 테이블로 안내를 받았다. 메뉴판을 보니 14개월 전에 비해 전반적으로 100~200엔 정도 가격이 인상되었다. 내가 일본 여행을 갔던 22년 11월부터 지금까지 엔저가 지속되었으니 물가 상승은 당연한 순리다. 만약 내가 이 우동을 20~21년도에 처음 먹었다면 이 가격에 이 퀄리티의 우동을 먹을 수 있냐며 감탄했을 것이다.

 

내가 고른 메뉴는 No.1의 버터치즈우동. No.2 우동도 궁금했지만 추억 속의 맛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

 

 

밥은 따로 추가

진격의 버터치즈우동과 다르게 다진 고기는 들어가지 않지만 이쪽이 타카무라 우동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메뉴다.

 

 

이 우동을 받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추억 속 시간, 그리웠던 맛. 이번 여행의 주목적은 "나츠메우인장" 투어였지만 사실 내 마음속 1순위는 "타카무라 우동"에 다시 오는 것이었을지도...

 직원 분께 옛날에 사장님과 찍었던 사진을 보여드리며 나를 기억하시는지 여쭈어봤는데(마침 홀에 계시던 직원 분이 나와 사장님의 사진을 찍어주신 분이었다) 기억은 못 하시는 것 같았다. 

 

 

앉고보니 명당이었다.

 

 

보글보글. 맛있는 우동이 다이빙을 한다.

 

 

주방에는 사장님과 직원 세분까지 총 네 분이 일을 하고 계셨다. 어찌나 바쁘신지 네 분 모두 쉴 틈 없이 요리를 하고, 청소를 하고, 그 와중에 직원 한 분은 홀에 나와 주문을 받고 서빙까지 하셨다. 

 

 

 식사를 마칠 무렵, 더 이상 손님이 들어오지 않았고 주방 역시 하루 장사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그렇게 조금은 아쉬운 마음으로 후식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사장님께서 나오시는 것이 아닌가. 

 

사장님: "예전에 오신 적이 있다고요?"

나: "네, 2년 전에 타카무라 우동에 왔었어요. 그때 찍은 사진이 있습니다."

사장님: "사진을 보여주실 수 있나요?"

나: (사진을 보여드렸다)

사장님: "강 쪽에 가게가 있던 때에도 와주셨군요. 가게를 옮기고 나서 또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 "타카무라 우동에서 먹었던 우동이 정말 맛있었고,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을 찍었던 시간이 너무 행복했거든요. 그래서 꼭 다시 오고 싶었어요. 다시 뵈어서 너무 기쁩니다."

사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곧 가게 정리를 할 테니 (과자와 커피를 또 주시며) 드시면서 기다려주시겠어요?" 

 

 

사람이 빠진 홀의 모습. 벽에는 영화 포스터가 걸려있고, 홀 중앙에는 넓직한 원목 테이블이 있으며, 테이블 너머 통창으로는 나무가 우거져있다.

 

 

기다리고 있으니 직원 분께서 자리를 옮겨 주셨다.

 

 

조그만한 피규어는 진격의 거인 팬 분들이 가게에 가져다 주신 것이라고 한다.

 

 

 2년 전에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눌 땐 파파고의 도움을 받아 겨우겨우 대화를 이어갔다. 첫 일본여행이라 머릿속에 하고 싶은 말은 잔뜩 맴도는데 말로 뱉어지질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23년에 홋카이도 여행을 다녀와서 완전히 말문이 트였고 완벽한 어휘와 문장은 아니지만 말이 바로 오갈 수 있을 정도의 대화가 가능해졌다.

 

덕분에 타카무라 상과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사장님께서 히타에 언제까지 있냐고 물어보셔서 화요일에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이고, 내일은 오야마댐과 박물관에 갈 예정이라고 말씀드렸다. 타카무라 상은 최근 박물관 본관에 이사야마 선생님이 프랑스에서 받은 트로피가 전시되었고, 전시물도 늘어나서 꼭 가볼 가치가 있다고 하셨다. 대신 이전과 다르게 입장 요금이 생겼다고. 별관은 진격의 거인 단행본 전권에 달린 코멘트를 2개씩 볼 수 있는 전시로 '매니악'한 편이라서 관람 시간이 조금 걸린다고 하셨다. 하지만 광팬이라면 꼭 가야 하는 곳이라고 알려주셨다. 아침에 자전거로 출발한다 하니 자전거로는 쉽지 않을 거라고 하셨고 내가 전동자전거를 탄다고 하니 그럼 괜찮다며 안심하셨다. 

 

 

 그래도 걱정이 되셨는지 내일 일기예보에 비 소식이 있으니 꼭 우비를 챙겨가라고 하셨다. 이번 여행에서 내가 입고 있던 외투는 등산용 바람막이로 방한이 가능하고 방수도 되는 옷이었다. 모자도 달려있었고. 그래서 우비를 구매할 생각은 없었지만 타카무라 상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바꿨다.

 

 다행히 다음날 실제로 우비를 쓸 일은 없었다. 하지만 우비를 써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비가 제법 왔던 때도 있었고, 우비가 없었다면 자전거를 타면서도 제법 불안했을 것 같다. 이날 저녁 미리 우비를 사둔 덕분에 오야마에서 무사히 돌아다닐 수 있었다. 여행자 보험을 하나 더 들어둔 기분이었다.

 

 

 사장님께 감사 인사와 함께 화요일에 다시 식사를 하러 오겠노라 말씀드리고 가게를 나왔다.

 

따뜻한 인연이, 즐거운 시간이 사람을 이토록 행복하게 만들 수 있구나. 구름 위에서 뛰놀 수 있다면 이런 기분일까? 몽글몽글한 행복감, 가벼운 발걸음. 행복해서 눈물이 나올 것만 같다.

 

 

오늘의 유일한 목적인 타카무라 우동을 방문했기에 오후엔 자유 일정. 정해진 일정 없이 돌아다니는 여행은 거의 처음이다. 우선 주변 마트를 가보기로 했다.

 

 

마음에 드는 도시락이 있으면 사려고 했는데 여기 마트는 사시미나 초밥이 주력인 것 같았다. 사시미... 나쁘진 않지만 따뜻한 음식을 더 먹고 싶었다. 참고로 이날 한국은 영하 15도의 한파였고, 일본의 규슈 역시 예년보다 추운 겨울바람이 불고 있었다. 다음날에는 눈까지 잔뜩 내렸다.

 

 

마음에 드는 녀석이 없어서 요구르트만 하나 샀다. 흠... 홋카이도 유제품 맛에 눈을 떴더니 이건 그냥 그렇구만.

 

 

이번엔 설렁설렁 마메다마치 구경을 해보기로.

 

 

아까보다 날씨가 개어서 강에 하늘이 비친다.

 

 

2년 전에 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 북규슈 여행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사진 중 하나다.

 

 

근데... 멀리서부터 느낀 거지만 이상하게 사람이 없다.

 

 

거리에도 사람이 없고...

 

 

알고 보니 마메다마치의 상점은 오후 3시가 넘으면 일찍 문을 닫는 곳이 많았다. 그래서 거리에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원래 가려 했던 떡집도 장사를 접은 후였다... 오전에 패키지 관광객이 많이 오던데 관광객들이 휩쓸고 가면 오후에는 장사를 안 하는 모양이다. 아쉽지만 거리만 구경하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돌아가는 길에는 민트색 기차를 만났다.

 

 

궁금했던 로손의 모찌뿌요를 겟. 맛있긴 한데 내가 산미 있는 크림치즈를 별로 안 좋아해서 두 번 사 먹진 않을 것 같다.

 

 

바람이 제법 차서 호텔로 쉬러 들어왔다. 프런트에서 맡긴 짐을 찾아 방으로 간다.

 

 

가장 고층인 9층의 방을 받았다. 바로 위 10층에는 대욕장이 있다.

 

 

1박에 약 5만 6천 원. 싱글룸인데 방이 길쭉하게 나온 타입이라 여유공간이 제법 된다. 커다란 옷장도 마음에 들고 옷장과 기다란 책상 사이에 있는 벤치형 의자도 마음에 들었다.

 

 

24인치 캐리어를 펴 놓을 수 있을 정도의 공간도 있고.

 

 

히타역 뷰

숙소에서 1시간 정도 쉬니 슬슬 배가 고프다... 하지만 배를 채우기 앞서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

 

 

 강가까지 걷는 길, 놀라울 정도로 사람이 없다. 히타는 민가와 고층 맨션이 제법 있는 소도시지만 저녁이 되면 한적해진다. 강가에 가까워 갈수록 더욱 사람이 줄어들었고, 빈집도 있어 보였다.

 

 

그렇게 동네 구경하며 열심히 걸어 목적지에 도착. 금방 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거리가 있어 힘들었다(배가 고파서 더 그랬나 보다). 무엇보다 오는 내내 칼바람이 불어서 어서 숙소에 돌아가고 싶었다.

 

 칼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온 이유, 바로 미쿠마강에서 노을을 보기 위해서다. 며칠 전 히토요시에서 강노을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러 미쿠마 강을 찾았다. 다만 염려되는 점은 오늘 날씨가 흐리다는 것인데... 

 

다행히 하늘에 구름구멍이 나서 노을빛이 퍼지고 있었다.

 

사진 속 민가 중에 내일 내가 묵을 숙소(타키)가 있다.

사진에 살짝 나온 다리는 육교 전용이다. 저쪽에서 노을을 바라보았어도 좋았을 것 같다.

 

 

그렇게 10분 동안 미쿠마 강의 노을을 바라본다. 

 

 

열심히 노을 구경을 하다가 수면에 반가운 친구들을 포착.

 

 

귀여운 오리가 유유자적 저녁 나들이를 나왔다.

 

 

주홍 물빛을 흩뿌리며 우아하게 헤엄치는구나.

 

 

잠수도 하고...

 

 

한 마리가 늘었다

 

 

노을 끝물, 찬란한 순간은 언제나 시간의 단편으로...

 

 

이제 돌아가자.

 

 

거리의 불빛이 켜지는 시간.

 

 

돌아가는 길에 가라아게 집을 방문했다.

 

 

사실 토리센은 22년에도 방문하려고 했던 곳인데 그때는 1박 일정이라 들릴 여유가 없었다.

 

 

홀에 테이블이 4개 있었지만 손님은 없었다. 식사를 하려고 앉았는데 저녁에는 포장만 받는다고 하신다.

 

 

가라아게 도시락을 기다리면서 진격의 거인 관련된 것들 사진도 찍고. (이곳 사장님이 이사야마 하지메 작가님 친구 분이라고 한다.)

 

 

진격의 거인 QR 코드도 찍었다. 참고로 이 QR 코드는 히타시에만 50곳 넘게 있는데 QR 코드 1개당 스탬프 1개를 받을 수 있고, 스탬프 3개를 모으면 Prize ticket(엽서 등 굿즈)를 하나 받을 수 있다. 단, 해당 지점의 스탬프는 그 지점에서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직접 돌아다녀야 스탬프를 모을 수 있다. (토리센의 스탬프는 토리센에서 QR 코드를 인식해야 스탬프를 준다. 가게 내부는 아니어도 되고, 가게 앞에서 인식하는 것도 됨.)

 

 

진격의 히타에 참여하고 있는 음식점이 많으니 동선에 있는 가게를 들러보자.

 

 

열심히 걸어서 호텔에 도착, 지쳤다... 너무 추워...

 

 

오늘의 저녁. 가라아게가 아주 맛났다. 다음에는 가라아게만 따로 포장하고 싶다.

 

 

 다음 날, 진격의 히타 앱으로 진격거 투어를 할 계획이라 미리 앱을 다운 받았다. 근데 이거 해외 계정(구글 앱스토어)으로는 다운이 안 된다. 일본 계정만 된대서 구글 일본 계정을 하나 팠다. 이름은 "타키 토오루(나츠메 우인장에 나오는 캐릭터)"로 함. 진격거 친구들은 독일 이름이라서...

 

 

식사도 했겠다, 진격의 히타 앱도 깔았겠다, 오늘 마지막 남은 미션을 하러 간다. 오후에 일정이 하나도 없었는데 왜 이리 피곤한겨...

 

 

마지막 미션은 내일 비예보에 대비하여 우비 사놓기.

 

 

헤이쵸, 우비는 어디 가면 살 수 있나요?

 

 

어이, 초대형 거인. 너는 아냐?

 

 

이온 몰에 가봐

 

 

그렇게 이온 몰에 가서 직원에게 우비가 있냐고 물어봤는데... 2층 코너에 있고, 2층은 이미 10분 전에 마감했단다. 

 

 

그래서 내 단골 마트인 드럭스토어 모리에 갔는데 다행히 우비가 있었다.

 

 

숙소에 돌아와 대욕장에서 피로를 푸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 내일의 하드 한(?) 일정을 위해 일찍 잠에 들었다. 부디, 내일 아무 일도 없게 해 주옵소서. 국도에서 차량을 피해 안전 운전하도록 도와주시고, 안전하게 산에서 내려올 수 있도록 해주시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자전거 배터리가 일정을 버텨두도록 해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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