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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 이야기/2박 3일 히타 뚜벅이 여행(2024)

진격의 거인 성지순례, 진격의 거인이 태어난 오야마를 오르다(2편)

by 조각찾기 2024.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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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거인 성지순례를 하는 분이라면 빠질 수 없는 곳, '오야마'.
오야마초는 진격의 거인의 작가인 '이사야마 하지메' 작가의 고향으로 커다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오야마초 자체가 '월마리아'의 모티브이자 진격의 거인이 시작된 장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가는 어떻게 이 댐에서 50m 높이의 벽으로 둘러싸인 세계관을 구상할 수 있었을까?
 
 

 오야마 댐은 규슈 오이타현 히타시에 위치한 거대한 댐이다. 상류인 아카이시 강에서 내려오는 물이 갇히는 곳으로 평상시 저수량은 11,000㎥이 넘고, 저수위는 240m가 넘는다. 최대 저장용량은 19,600㎥ 라고 한다.
 이 댐의 특이한 점은 일본에서 처음으로 '종합입찰평가방법'으로 '선진기술제안형'을 적용했다고 한다. 이 설계 방법으로 하류 측 댐체의 경사가 급해졌고, 에너지 소산기를 설치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댐이 완공된 것은 2013년인데 완공된 해에 일본댐공학회로부터 엔지니어링 상을 수상했다.
 
 

관리사무소 1층에 있는 작가님의 싸인

 댐의 정보를 찾아보면서 궁금해진 게 하나 있었으니 댐 완공 연도와 작가의 유년 시절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진격의 거인은 연재가 2009년부터 시작되었고 오야마댐은 2013년에 완공되었다. 이사야마 작가의 인터뷰에는 어릴 적 아버지가 댐 구경을 시켜주셨는데 이때 댐의 웅장함에 압도되었고 월 마리아를 구상하게 되었다는 멘트가 있었다. 작가의 어린 시절이면 1990년대 또는 2000년대 초반이었을 텐데 댐 벽을 본격적으로 세운 것은 2000년대 후반부터다. 그래서 내 추측으로는 오야마 댐이 아닌 다른 댐이 따로 모티브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댐 자체보다 오야마초의 지형 자체가 세계관의 모티브가 되지 않았을까?
 
 

 평일이라 관리사무소가 열려있었다. 외부인 출입도 가능해보였지만 사람을 찾을 엄두가 안나 건물에서 조용히 나왔다. 
 
 

본격적으로 댐 구경을 하는데 댐의 규모가 상당해서 놀랐다. 규모도 규모지만 댐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이 정말 웅장하고, 산을 둘러싼 안개의 모습에 묘한 느낌까지 들었다.
 
 

댐 본체에서 내려다본 아카이시강의 모습이다. 
 
 

월요일 오전 10시 반 쯔음. 내 앞에는 댐을 견학하러 오신 단체 손님이 있었다. 10명 남짓의 중장년~노년층 분들이었다. 혼자 댐을 구경하러 온 내가 신기한지 저쪽에서 자꾸만 시선이 느껴졌다.
 
 

그리고 갑자기 나를 부르셨다. 부름에 뛰어가보니 이분들은 댐 견학을 위해 엘리베이터(사진 속의 회색 건물로 들어가야 한다)를 타고 내려가실 예정이었는데 괜찮으면 함께 댐을 견학하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려면 직원 분이 직접 열쇠로 문을 열어야 했으니 일반인은 견학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탈 수 없었다. 나중에 따로 찾아보니 견학은 최소 2주 전에 사전 신청해야 한다고 한다. 정말 운이 좋았다. 아니었으면 동상을 보러 따로 시간을 투자해 빙 둘러가야 했을 것이다.
 
 

 덕분에 댐 견학도 하고, 동상이 있는 벽 너머까지 편하게 내려올 수 있었다. 내가 외국의 댐을 견학할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하겠는가. 여행 중에 외국의 댐을 견학하게 될 것이라고. 
 어릴 적 한국의 댐을 견학해본 기억을 되짚어보면 일본의 댐은 한국의 댐과는 조금 달랐던 것 같다. 아쉽지만 댐 내부 사진은 따로 올리지 않겠다. 댐은 수자원 공사에서 운영하는 엄연한 국가시설이 아닌가. 댐 내부 모습은 내 눈과 기억 속에만 간직하는 것으로.
 
 

 견학에 흔쾌히 외지인을 초대해주신 분들께 뭐라도 보답을 하고 싶었는데 단체 사진 촬영 요청을 받았다. 내가 누군가, 사진의 민족 한국인이 아닌가. 블로그를 위해 무수히 많은 사진을 찍었으니, 그게 이 순간을 위해서였나 보다. 콸콸 흐르는 강 옆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어 드렸다. 너무 감사하게도 내 사진도 찍어 주셨다.
 
 

다들 에렌, 미카사, 아르민 동상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사진 속의 계단을 오르려면 강을 가로지르는 작은 다리를 건너야 한다.
 
 

다리에서 찍은 댐의 모습
 
 

월 마리아의 시작
 
 

초광각 렌즈로 찍은 모습
 
 

  지금 생각해보니 이분들은 진격의 거인을 모르셔서 굳이 동상을 안 보아도 되셨을 텐데 내게 맞추어 어울려주신 것이 아닐까?
 
 

 20분 정도를 계속 같이 걸으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한국에서 진격의 거인 동상을 보기 위해 왔다고 하니 다들 엄청 놀라시고, 일본어를 잘한다며 칭찬해 주셨다. 산까지 전동 자전거를 타고 왔다고 하니 '이 녀석, 혼모노구나!'라는 표정으로 쳐다보셨다.
 나고야에서 차를 타고 오셨다던데 그 먼거리를 운전해서 오셨다니 존경심이 들었다. 다 같은 회사를 다니시는 분들로 이번에 히타를 찾은 이유는 회사에서 연수 겸 여행을 오신 것이라고 하셨다. 일행 중에는 이사님도 계셨는데 연배로 보아 일행 모두가 최소 부장님 이상이신 것 같았다. 아직 나고야를 가보진 못했지만 내 마음속에는 '나고야 사람들은 친절하다.'라는 의식이 생겨버리고 말았다. 
 
 

 계단을 열심히 올라 드디어 보고 싶었던 동상 앞에 섰다. 이 동상은 코로나 시절에 제작되고 설치된 것이라 아직 한국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일부 한국 팬들이 동상을 찾고 있지만 오야마초의 교통이 나빠서 아직 인터넷에 방문 후기가 많이 없다. 그래서 더욱 와보고 싶었고, 드디어 염원을 이루었다. 동상 옆 비석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2009년에 연재를 개시하여 전세계의 사람들에게 충격을 준 「진격의 거인 」. 작가인 이사야마 하지메 선생님의 고향이며 이야기가 시작된 땅이 오야마초다. 제1화에서 어린 시절의 엘렌, 미카사, 아르민이 초대형 거인을 올려다보는 장면을 재현한 이 동상은 이야기와 현실의 일체화를 목표로 한 것으로, 이 땅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미지'에의 도전과 어려움을 극복하는 용기를 갖고 싶다는 소원을 담아 많은 팬 분들의 클라우드 펀딩으로 건립되었다."
 
 

1화의 그 장면

 
 
 

초대형 거인이 나타났다

 
 
 

손이 댐 위에 오도록 위치를 잘 맞추어야 한다.

 진격의 히타 앱으로 AR 촬영을 하면 초대형 거인이 나타난다. 
 
 

견학을 마치고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댐 위로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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