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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이야기/규슈의 음식

코가네무시(こがねむし)

by 조각찾기 2023.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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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포명 : こがねむし
  • 업종 : 찻집, 카레라이스, 양식
  • 구글 맵 평점 : 4.6
  • 타베로그 평점 : 3.59
  • 구글 지도 주소 : 일본 〒801-0851 Fukuoka, Kitakyushu, Moji Ward, Higashihonmachi, 1 Chome−1−24 鎮西橋サンハイム
  • 전화번호 : 093-332-2585 (+81-93-332-2585)
  • 뚜벅이 접근성 : JR 모지코 역에서 도보로 8분(600m)
  • 영업시간 : 11:45~15:00(L.O. 14:30), 17:00~21:00(L.O. 20:20) (재고 소진 시 영업종료)
  • 정기 휴일 : 금요일(공휴일의 경우 영업하며 전날 휴무)
  • 결제 : 현금 ONLY
  • 방문일 : 2022년 11월 23일
  • 공식 사이트 주소 : 없음.

 

모지구

옛날부터 후쿠오카시 근교 여행지로 많은 분들이 방문하는 기타큐슈. 고쿠라가 기타큐슈의 상업, 주거 중심지인 느낌이라면 모지코는 느긋함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도시다. 

 

모지코는 JR 모지코 역의 이름이다. 사실 이 역의 원래 이름은 모지역이었다. 하지만 칸몬 터널의 개통으로 혼슈와 규슈가 이어지면서 역의 이름을 정비하게 되었고, 지금의 모지코 역이 되었다. 대신 옛 다이리 역이 모지 역이란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JR 모지코 역 주변은 모지구에 있는 3개의 JR역 중에서도 가장 작은 규모다. JR 모지역과 JR 고모리에역보다 시내가 작지만 많은 관광객들이 모지코 역 주변으로 모이는 이유는 '모지항 레트로'와 '야끼카레'가 아닐까 싶다.

 

모지구는 일본에서 가장 먼저 개항을 한 지역 중 하나다.   현대와 과거를 아우르고 있는 도시 정경과 지금도 남아있는 4개의 서양식 건물이 이 마을의 볼거리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항구의 레트로한 분위기와 다리 하나 넘어 일본 본토인 혼슈로 넘어갈 수 있다는 신비함이 참 매력적인 곳이다.

 

모지항 레트로 주변을 돌아다니다 보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메뉴가 바로 '야끼카레'다. 야끼카레는 카레와 치즈를 얹어 오븐에서 구운 것이 특징이다. 구운 카레(야끼 카레)가 처음 시작된 곳은 쇼와 30년대(1956~1965년 사이)에 모지항의 한 다방으로, 남은 카레를 오븐에서 구웠는데 그 맛이 좋아 호평을 얻으면서 가게의 정식 메뉴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반 세기가 지난 지금은 획일화된 야끼카레가 아닌 가게마다 다른 야끼카레를 맛볼 수 있다. 쓰는 용기, 조리 방식, 올리는 토핑 등이 다르다.

 

모지코 역 근처의 야끼 카레 지도

기타큐슈 관광 정보 사이트의 야끼 카레 페이지에서 야끼 카레 맵을 찾을 수 있다. 이 지도에는 총 19개의 점포가 소개되어 있다. 소고기를 사용한 향신료 야끼 카레, 왕님 구이 카레, 계란을 사용하지 않고 카레의 맛을 최대한 살린 카레, 우동 야끼 카레, 토마토 야끼 카레, 인도식 야끼 카레, 꿀벌 야끼 카레, 빵 속에 들어있는 야끼카레, 클래식 야키 카레까지. 가게마다 특색이 있기 때문에 기타큐슈에서 오래 머물 계획이라면 며칠 동안 야끼 카레 투어를 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코가네무시 가는 길과 외관

야끼 카레 가게 중 내가 찾은 곳은 코가네무시. 코가네무시는 JR 모지코 역에서 모지항 레트로를 쭉 따라 10분 정도 걸으면 도착한다. 나는 풍경을 감상하느라 조금 더 오래 걸렸다. 이날은 약간 흐리고, 비가 조금 내리다 말다를 반복했다. 나쁘게 말하면 우중충하다고 할 수 있으나 난 이 도시의 흐린 날씨가 도시 정경과 잘 어우러져 참 운치 있고 안락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코가네무시로 오는 길이 너무 아름답고 설렜던 것 같다.

 

 

코가네무시 내부

내가 방문한 코가네무시는 클래식한 야끼 카레를 맛볼 수 있는 가게다. 사장님 부부가 운영하시는 가게인 듯하다. 가게에 들어서면 조그만 테이블 서너 개가 홀에 있고, 안 쪽에 바 형태 좌석이 4개 정도 있다. 가게 안에 들어오면 나무의 편안함과 아기자기 꾸며져 있는 귀여움이 눈을 사로잡는다. 나는 수요일 정오가 조금 안 되는 시간에 방문했다. 안쪽 좌석이 너무 포근하게 꾸며져 있어 바 형태 좌석에 홀린 듯이 자리를 잡았다.

 

코가네무시는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이미 잘 알려진 카레 가게다. 여사장님이 매우 친절하신데 한국어를 공부하고 계셔서 한국인 손님이 오면 바로 알아보고 한국말을 걸어주신다. 내가 일본어를 조금 할 수 있다고 하니 사장님께서 대단하다며 칭찬해 주셨는데 듣는 것만 유창하고 말은 아직 서툴러서 많이 부끄러웠다. 게다가 이 날은 7박 8일 여행 중 이틀째 날이었기에 아직 현지에서 일본어를 하는 것이 낯설고, 조금 두렵기도 했다. 친절한 사장님 덕분에 이곳에서 자신감이 붙어 3일째부턴 상대가 먼저 영어로 말을 걸지 않는 이상 일본어만 사용하며 돌아다녔다.

 

야끼카레

야끼 카레 가격은 600엔. 현금만 가능하다. 코가네무시의 야끼 카레는 정말 심플하다. 화려한 토핑과 향신료, 재밌는 식재료를 쓰는 집들도 있지만 이곳의 카레는 정말 클래식 야끼 카레 그 자체다. 카레(수프)는 3일 동안 열몇 종류의 야채와 몇 종류의 쇠고기를 끓인 것이라 한다. 수프에 계란과 치즈, 양파 튀김을 얹어 구우면 완성이다. 치즈 아래에는 옥수수와 베이컨, 쇠고기, 채소가 있어 한 숟갈 뜰 때마다 이번엔 어떤 재료가 숨어져 있을까 찾는 재미가 있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내 왼쪽에는 두 명의 젊은 남자 손님(고등학생~대학생으로 보였다.)이 앉았는데 이 손님들도 "와. 진짜 맛있어."를 연신 외치며 먹었다. 이 손님들이 언제부터 영업을 했는지 여사장님께 여쭈었는데 44년 동안 운영하셨다고 한다. 2022년에 44년이니 이 글을 쓰는 지금은 45년이다. 야키카레가 쇼와 30년대에 생긴 점을 감안하면 모지구에 있는 야끼 카레 집 중에서도 매우 오래된 가게가 아닐까 싶다.

 

따뜻한 카레를 한 접시 비우고 가게 밖을 나서니 쌀쌀한 공기에도 전혀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비가 내려서 좋았다. 원래 이날 날씨가 좋으면 기타큐슈가 아닌 나가사키 당일치기를 다녀올 계획이었는데 흐린 날씨 덕분에 이틀째에 맛있는 카레도 먹고 친절한 사장님과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다. 야경보다 사람의 마음과 인연이 더욱 아름다웠다. 계획에서 벗어나 발걸음을 옮겨도 행복은 있음을. 그때의 마음을 평생 가져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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